▲아빠 점수는 과연 몇 점일까? 우연찮게 만난 아들 어린이집 시절 선생님. 덕분에 아들이 생각하는 아빠 점수가 공개돼 버렸다.
김대홍
아들은 "중간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는지 "그래도 감사하지?"라고 한 번 더 물었다. 아들은 처음보단 목소리가 작았지만, "중간이에요"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아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솔직한 게 제일 좋지"라고 말했다.
시간이 돼서 식당으로 이동.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중간요"라고 말한 아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사실 주변에서 아들을 보며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처음이다. 아들도 당연히 처음 받아본 질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속내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식당이라 소란스러웠다. 둘째는 둘째대로, 첫째는 첫째대로 밥 한 숟가락 먹고 자리를 옮기고, 밥 한 숟가락 먹고 자리를 옮겼다. 제자리에서 묵묵히 밥만 먹기를 바라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이없는 짓이다. 그 와중에 음식이 왔다갔다 했다. 아들에게 질문을 할 기회는 좀체 생기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케이크를 가지고 오는 시간. 아들에게 살짝 물었다. "아까, 왜 중간이라 그랬어?" 그 순간 내 이야기를 듣지 못한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나간다. 아내는 아내대로 또 바빴다. 아들이 들어온 뒤엔 케이크를 먹으며 자리를 마쳤다. 집에 와선 오후 8시 지난 시간이라 또 분주했다. 우리 집 어린이들 취침 시간은 오후 9시. 씻고, 잠옷을 갈아입고, 태권도복을 챙기고 바닥에 흐트러진 각자 짐을 자리에 넣고, 대소변을 보고, 양치질을 다해야 한다.
어른들이야 금방 할 일이지만 일 하나 하고 놀고, 일 하나 하고 노는 어린이들에겐 1시간도 짧은 시간이다. 제법 서둘러서 9시 전에 일을 모두 마쳤고, 마침내 평화의 시간이 왔다. 아들에게 궁금하던 질문을 던졌다.
"아들, 왜 중간이라 그랬어?"
"음... (아들이 뜸을 들인다.) 아빠가 좋을 때도 있지만, 화낼 때도 있으니까."
띠용. 하긴 화를 낼 때가 있지. 화 낸 점수 50점 감점이었다. 화는 거의 대부분 첫째가 아니라 둘째가 대상이었다. 첫째는 둘째에게 낸 '화' 점수로 감점을 50점이나 매겼다. 벌써 감점이 이렇게나 많으면 앞으론 어떻게 될까. 중간 이하로 떨어지는 것 아닐까. 모골이 송연하다. 긴장의 시간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첫째 아이 8살. 둘째 아이 7살. 하긴, 내 생각이 틀렸다. 매일 긴장하고, 매일 돌아봐야 하는 거겠지. 이런 생각이 사라지고, 내 생각이 굳어지는 순간 나는 빵점 성적표를 받아 들겠지.
등 뒤로 서늘한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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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중간' 점수 준 아들, 이유 듣고 '띠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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