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세종청사.
연합뉴스
문체부의 이런 태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여기 최근 기사화된 두 가지 뉴스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한 가지는 (재)국립문화공간재단에 관련된 뉴스입니다. 지난해 12월 문체부는 당인리문화창작발전소 등 향후 신설될 국립문화예술시설의 전문 운영법인으로 국립문화공간재단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운영 중인 '문화역 서울284'도 여기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문체부 산하기관인데 정말 소리 소문 없이, 문화예술관련자들도 거의 모르는 상황 속에서 기관을 설립했습니다.
이 자체가 매우 황당무계한 노릇인데 더욱 황당한 것은 그 초대 대표로 임명된 인물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사태의 관련자로 이후 징계를 받았던 우상일 전 문체부 예술국장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있기 직전인 지난 5월에 임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사실 역시 최근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 기사로 공개됐습니다. 올해 초부터 벌어진 산하기관 '관료 알박기 인사'에 대한 문화 현장의 비판이 지속되었음에도 벌어진 일입니다. 문체부의 자기 식구 챙기기는 어떤 임계치를 넘어서 최소한의 눈치도 보지 않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문체부 공무원 노조에서 차기 문체부 장·차관은 부처의 전직 관료가 맡아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관료들의 후안무치한 태도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십수년 간 문체부가 중심이 된 공공 문화행정 시스템이 노골적으로 "신관료적 권위주의"의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입니다. 이승원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전임연구원이 정의한 '신관료적 권위주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21세기 이후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지성주의와 포스트 민주주의 현상, 사회운동에 대한 관료주의적 통제력 강화, 노동운동의 탈정치 현상이 맞물리면서 행정관료와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정보와 지식 권력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정치엘리트-행정관료-대기업-소수 지식인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특정 산업기반을 중심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독점하는 현상."
문체부가 지난 십수 년간 강화해 온 업무방식도 충분히 이런 관점에서 해독이 가능합니다. 특히 몇몇 고위 관료들의 사적 욕구가 틈새마다 끼어서 여러 의사결정을 왜곡해 왔습니다. 이런 문화행정의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작업은 실은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하는 일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사태의 가해자가 되어 잠깐 고개 숙이는 시늉을 하던 8년 전이 가장 적당한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가 이벤트 성과에 관심이 쏠리며 문체부 관료들에 대한 통제에 실패하고 근본적으로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블랙리스트 사태 관련해서도 문체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인 산하기관 직원들은 중징계를 받은 경우들이 꽤 있었지만, 관료들은 아주 경미한 징계를 받았을 따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의 신관료적 권위주의는 한층 강화됐습니다. 새 정부는 그런 오류를 반복하면 안 됩니다.
새 정부 역시 당연히 문화정책의 가시화된 성과에 대한 압박과 유혹을 받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정말 피하기 힘든 유혹입니다. 하지만 지난 십수 년간 문체부가 성과라고 내세우는 것들이 얼마나 실속 있는 성과인지 냉정하게 따져 물어보길 바랍니다. 해마다 공허한 숫자들을 성과로 들이밀고 있지만 문화 현장 사람들 대부분은 "그건 관료들의 숫자일 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성과 없는 성과주의와 결합된 신관료주의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는 문화정책·행정의 쇄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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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은밀하게 움직인 문체부... 새 정부가 당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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