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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 아동은 '프리미엄 돈가스' 곤란하다? 경영학 박사 칼럼 논란

<주간 동아> 최성락 박사, 아동급식지원제도를 '빈곤층-차상위 계층 위화감' 소재로 활용

등록 2025.07.03 19:14수정 2025.07.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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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락 경영학 박사가 최근 <주간 동아>에 기고한 칼럼(‘프리미엄 돈가스 사 먹는 기초수급 아동을 보는 두 가지 시선 - [돈의 심리] 빈곤층이 차상위 계층보다 잘 사는 복지는 피해야’)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가 최근 <주간 동아>에 기고한 칼럼(‘프리미엄 돈가스 사 먹는 기초수급 아동을 보는 두 가지 시선 - [돈의 심리] 빈곤층이 차상위 계층보다 잘 사는 복지는 피해야’)이 논란이 되고 있다. 주간동아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이 나보다 더 잘살면 안 된다. 나는 돈가스를 못 사 먹는데, 지원받은 사람이 프리미엄급 돈가스를 사 먹는 건 곤란하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가 최근 <주간 동아>(1495호 6월 27일)에 기고한 칼럼 '프리미엄 돈가스 사 먹는 기초수급 아동을 보는 두 가지 시선([돈의 심리] 빈곤층이 차상위 계층보다 잘 사는 복지는 피해야)'에서 결식아동 급식지원제도를 계층간 위화감을 부추기는 소재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칼럼 도입부에는 기초수급 아동이 '소득 수준이 낮은 아동에게 지급하는' 바우처 카드로 '프리미엄급 돈가스'를 사먹는 것을 본 어떤 사람이 '아이들이 바우처 카드를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지원받은 돈으로 그렇게 좋은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복지센터에 항의 전화했다는 사례가 등장한다. 최 박사는 이 글을 비판하는 댓글에 동의한다면서도, "그 사람 마음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단순히 그의 속이 좁다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라고 사실상 동조했다.

7년 전 "가난한 주제에 감히 돈가스를 먹어?" 논란 반복

칼럼 논조도 문제지만, 결식아동 급식지원제도를 소재로 삼은 것도 문제다.

우선 최 박사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눈길을 끄는 글을 발견했다'는 글의 실체는 물론 출처도 불분명하다. 그런데, 7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디지털 크리에이터인 표범 작가가 지난 2018년 3월 14일 인터넷 매체인 'ㅍㅍㅅㅅ'에 쓴 글 '불쌍하고 얌전하고 부족하게' 보여야 사는 사람들'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후 SBS <스브스뉴스>("가난한 주제에 감히 돈가스를 먹어?"…씁쓸한 편견')에서도 다룬 사례였다.

표범 작가가 오래전 교육 봉사 중에 만난 사회복지사에게 들었다는 이야기지만, 좀 더 구체적이다.


어느 날 센터로 항의 전화가 들어왔다고 한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이렇게 말인즉슨, 자기 동네에 있는 아이가 기초생활수급자라서 식권인지 얼마간의 현금인지를 받으며 지내는 모양인데, 그 아이가 주변 가게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그런데 그 가게가 흔히 아는 유명 체인점이었단다. 일반 분식집보다는 비싼 편인, 일식에 가까운 질 좋은 돈까스를 파는. 그런데 그곳에서 아이가 밥을 먹는 게 불쾌하다며 전화가 왔더라는 것.

"아이들이 기초 수급을 받는 것은 좋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좋은 집에서 먹어야 할 일이냐. 기분 좋게 점심 먹으러 갔다가 기분을 잡쳤다. 제 누나와 둘이 와서 하나를 나눠 먹는 것도 아니고, 온전히 한 메뉴씩 시켜서 먹고 있더라. 식권이 얼마씩 나가기에 내 세금으로 낸 돈이 그냥 분식집에서 먹어도 똑같이 배부를 일을 굳이 좋은 곳에서 기분 내며 먹는 행위에 들어가야 하느냐."

- 표범 작가 '불쌍하고 얌전하고 부족하게' 보여야 사는 사람들' 중에서

7년 전 사례에는 '반전'... 식권으로 사 먹은 돈가스가 아니었다

요즘 '바우처 카드' 대신 과거 결식 아동에게 지급된 '식권'이 등장하는 것 정도를 빼면 최 박사 칼럼에 실린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이 글에는 이번 칼럼에는 없는 중요한 '반전'이 있었다.


추후 알아보니 해당 음식점의 점주 분이, 식권으로는 가격이 모자라지만 아이들이 예뻐서 종종 전화를 하시거나 지나가면 불러 세워 "얘들아, 오늘 저녁 안 먹을래?"해서 공짜로 아이들의 밥을 먹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그게 손님이 '기분 나빠' 할 일인지는 몰랐다며 점주 분이 무척 놀라워했다고 한다.

결국 표범 작가 사례에 등장한 민원인 주장은 일방적인 오해였다. 이 사례가 알려진 2018년 당시 급식 지원 단가는 1회당 4천 원에 불과했다. 당시 유명 체인점 돈가스는 1만 원 안팎이었고, 분식집 돈가스 사 먹기도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2024년 기준 급식 단가는 지역에 따라 8천~9천 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시중 음식 가격도 이제 1만 원대를 웃돌고 있다. 이 때문에 2019년 홍대 '진짜파스타'를 시작으로 결식아동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선한영향력가게' 캠페인 가입자도 현재 3000여 명으로 늘었다.

윤대훈 사단법인 선한영향력가게 사무국장은 3일 <오마이뉴스>에 "아이들이 급식카드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이어서 주로 편의점을 이용하고, 식당 앞에서는 눈치만 보는 게 안타까워 카드만 보여주면 무료로 먹고 싶은 메뉴 한 끼 제공하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시작했다"면서 "결식아동이 고급 음식은 먹어선 안 된다는 시각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대상과 연도별 지원 단가(자료: 보건복지부, 2024년도 결식아동 급식업무 표준매뉴얼)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대상과 연도별 지원 단가(자료: 보건복지부, 2024년도 결식아동 급식업무 표준매뉴얼) 보건복지부

아동급식카드는 끼니당 음식 가격 조절 가능

과거 금액이 제한된 식권으로는 돈가스를 사먹는 게 어려웠지만, 현재 아동급식카드는 1회당 음식 가격을 조절할 수도 있다. 경기도의 경우 1회 급식 단가는 9500원이지만, 1회 카드 결제는 최대 4만 원까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침에 8000원짜리 음식을 먹고, 저녁엔 1만1000원짜리를 먹을 수도 있다.

경기도 아동돌봄과 담당자는 3일 전화 통화에서 "전체 충전 금액은 1식당 급식단가가 정해져 있지만, 아동이 매식뿐 아니라 부식을 구매할 때도 쓸 수 있도록 1회 카드 결제 한도를 열어둔 것"이라고 밝혔다.

빈곤층 지원하면 차상위층 박탈감?... "계층간 위화감 조장" 비판

또 칼럼에는 마치 기초수급 아동만 급식지원을 받아 차상위계층 아동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것처럼 묘사됐지만, 실제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급식지원 대상은 '결식 우려가 있는 수급자・차상위・한부모 등의 아동' 등으로 차상위계층 자녀도 포함될 수 있다.

최성락 박사가 이 칼럼에서 하고 싶은 말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 나눠 주는 걸 가장 반대하는 사람은 부자가 아닌 빈곤층 바로 위 차상위 계층이다"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대다수 나라에서 최하위 계층에게 최소한의 지원만 하는 건 이 때문이기도 하다. 빈곤층을 지원하다가 차상위 계층보다 더 잘살게 되면 정말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일 <오마이뉴스>에 "표면적으로는 도덕성과 공정성을 내세웠지만, 그 내면에는 반복지에 대한 태도를 만들어 내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하려는 논조"라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가난한 사람이 먹는 음식과 부자가 먹는 음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기초수급 아동이 '프리미엄' 돈가스를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미래 재원인 모든 아동이 먹고 싶은 걸 먹도록 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라고 지적했다.
#결식아동급식지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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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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