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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왜 이런 나무가... "이대로 후대에 물려줄 수 없다"

노거수를찾는사람들, 현장 답사... 740살 넘은 주목은 쏙 빠진 천연기념물 지정 문제, 왜색풍 나무 등 여러 지적

등록 2025.07.04 09:25수정 2025.07.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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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반송 천연기념물.
청와대, 반송 천연기념물. 빅정기

"원산지가 일본인 나무가 많다. 왜색풍으로 인식되는 나무가 많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조경석축 대부분도 일본식이다."

"남성성이 강조되는 수목 구성으로 권위적인 공간 느낌이 강하다."

"다양한 나무를 도입하여 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배치와 혼합의 고민이 필요하다."

"소나무가 너무 많아 식상하고 답답하다."

"일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국내 천연기념물 노거수와 비교해 볼 때 역사성과 장소성의 특혜를 누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한때 대통령이 살고 일했던 청와대를 둘러보고 여러 나무와 조경을 살폈던 노거수를찾는사람들(노찾사) 활동가들이 다양한 소감을 전했다.

박정기 대표활동가를 비롯해 서장미, 김수령, 김은주(박사), 김재은(나무의사) 활동가가 지난 6월 25일 청와대를 답사한 뒤, 3일 <오마이뉴스>에 후기를 보내왔다.

"일부 천연기념물, 시군보호수 가치에도 못 미치는 제원"

 청와대, 주목.
청와대, 주목. 박정기

청와대에는 고려 충렬왕 때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 740살이 넘는 '주목'이 가장 오래된 터줏대감처럼 서 있다. 2022년 용버들과 3그루의 회화나무, 반송, 말채나무를 포함해 6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주목은 빠졌다.

박정기 대표활동가는 윤석열정부 때 국가유산청이 지정했던 천연기념물과 관련해 여러 지적을 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가장 오래된 주목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국내 최고 권위자 박상진 전 경북대 교수가 곧바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문화재위원들이 외면하여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반송 1그루를 빼놓고는 천연기념물 가치를 가진 노거수는 없다"라며 "회화나무 3그루, 말채나무 1그루, 용버들 1그루는 시도기념물 가치에도 못 미치는 제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노거수는 시도기념물 또는 시군보호수에서 승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바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국보도 보물에서 승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노거수 천연기념물은 제원 우수성이 우선인데 청와대에 있다는 이유로 시군보호수급을 곧바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관리와 관련해 박 대표활동가는 "청와대 노거수군(群) 천연기념물은 지정만 해놓고 그 예우에 따르는 보호·관리는 하고 있지 않다"라며 "생육환경 개선이 시급한 반송, 용버들, 회화나무에 대한 조치가 있었다고 볼 현상을 찾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용버들이 있는 구역은 보안을 이유로 관람이 불허되었다.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천연기념물은 있을 수 없다"라고 했다.


"왜색문화로 인식되는 나무가 많아"

 청와대, 왜색수목 박정희대통령기념식수향나무'가이즈까'(1)
청와대, 왜색수목 박정희대통령기념식수향나무'가이즈까'(1) 박정기

이들은 청와대에 있는 나무와 숲도 따져볼 게 많다고 했다. 먼저 박정기 대표활동가는 "소나무가 너무 많다. 북악산 원식생이 소나무인 데다가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종이기도 하고 왕과 대통령의 거처라는 장소성을 따라 기존 소나무를 보호하고 새로 심는 나무도 주로 소나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 정문부터 영빈관, 본관, 관저, 녹지원, 춘추관 등 주요 건물과 경내 동선을 따라 소나무가 너무 많아 식상할 정도"라며 "게다가 향나무까지 많아 권위적인 공간이 되고 계절감이 떨어져 경관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원산지가 일본인 나무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향나무 '가이즈까', 홍단풍 '노무라', 계수나무가 대표적이다. 박 대표활동가는 "청와대가 갖는 장소성과 역사성에 비추어 왜색문화로 인식되는 나무가 많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했다.

조경전문가인 그는 석축도 일본식이라며 "우리식 조경석축은 바른층쌓기로 화계(花階)이고 일본식 조경석축은 들여쌓기로 스하마(洲浜)이다"라며 "청와대 조경석축 대부분은 일본식 스하마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 경내 경관석과 괴석의 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라며 "괴석화분은 동선 가까이 두어야 하는데 멀고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곳에 두었다. 산돌을 놓아야할 곳에 물돌을 놓고 물돌을 놓아야할 곳에 산돌을 놓았다. 크고 아름다운 자연석을 관목 뒤에 배치하여 잘 보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본관 앞 넓은 잔디마당에 대해 그는 "'대정원'이라 명명했는데, 잔디뿐이고 그 둘레는 소나무뿐이라 정원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며 "잔디마당 밖 동선을 따라 꽃 피는 떨기나무나 초화류를 심었으면 한다"라고 제안했다.

관리도 문제라고 지적한 그는 "굵은 가지가 잘려나간 소나무가 많았고, 잎을 가해하는 해충(응애) 피해를 입은 소나무가 많이 보였다"라며 "관저 마당 잔디의 관리 또한 부실하다. 비료를 고루 뿌리지 않아 잔디 색깔이 달라져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대로 대통령이 살아서는 안 된다"

 청와대. 일본식조경석축
청와대. 일본식조경석축 박정기

"고려조 이궁(離宮)이자 조선조 후원(後園)이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사를 보는 곳"이라고 청와대를 설명한 박정기 대표활동가는 "현재 청와대는 후원다움도 대통령집다움도 없다. 이대로 대통령이 살아서는 안 되며, 살지 않는다 해도 이대로 후대에 넘겨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는 전통시대 풍수지리사상과 의기론(宜忌論)을 따라 조성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라며 "청와대 뒤 주산(主山)인 북악산은 뚜렷한데 청와대 앞 안산(案山)인 조산은 허접하기 짝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활동가는 또 "조산(造山)은 복락이 나가는 것을 막고 화난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하여 '액막이 동산'이라고도 하는데 청와대 조산은 작은 소나무 두 그루와 자연석 하나에 철쭉이 심어져 있다. 나라의 최고 존엄이 상주하는 곳의 조산이 이렇게 옹색할 수는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 바로 앞에 키 큰 소나무를 두 줄로 이어 심어 이중수림대를 조성했는데 본관과 조산 사이에 이런 현상은 전통시대에선 있을 수 없다. 외국에서도 본적이 없다"라며 "조산 뒤에는 나무가 없거나 드물게 본당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두 그루가 마주보게 심는 것이 우리 전통방식이다"라고 했다.

잔디 관련해 그는 "청와대 본관은 콘크리트 건물이라 잔디마당을 갖는 것은 별건으로 하고, 관저와 상춘재는 한옥 건물인데 그 마당에 과습으로 인한 건물수명 단축을 부르는 잔디를 심었다"라며 "한옥 마당의 잔디는 전통 파괴다. 국보인 통영 세병관의 마당에 심었던 잔디는 걷어 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춘추관의 상징인 큰 북 앞에 심은 소나무의 가지가 북을 가려 설계 의도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주물(춘추관)을 따르는 종물(소나무)의 현상에서 일탈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빨리 본래 기능을 되찾아 나라가 강건해지기를"

 노거수를찾는사람들이 청와대를 찾아 나무 관련한 조사를 벌였다.
노거수를찾는사람들이 청와대를 찾아 나무 관련한 조사를 벌였다. 박정기

다른 활동가들도 청와대 수목에 손 볼 게 많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서장미 활동가는 "청와대는 남성 위주의 수목 구성으로 권위주의 공간 느낌이 강하여 크고 비싼 수목이 많음에도 살갑게 와 닿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김수령 활동가는 "청와대는 소나무가 우점하는 북악산 끝자락에 있고, 또 소나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지만 청와대 입구부터 둘레에 소나무가 너무 많아 식상하고 답답하기도 했다"라며 "경내 곳곳에 형태, 색깔, 촉감, 향기가 도드라진 다양한 나무를 도입하여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제시했다.

김은주 박사는 "청와대는 하늘도 푸르고, 지붕도 푸르고, 정원도 푸르다. 입구에 들어서자 초록의 잔디와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청량감이 좋다. 반면, 태양을 향해 서로 경쟁하듯 자라나는 반송, 소나무, 향나무들은 침엽수 전시장에 온듯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청와대 안내도'에는 대정원이라고 적혀있다. 다양한 식물의 색감은 정원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금 느낀다. 일정 공간 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배치와 혼합의 고민이 필요하지 싶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재은 나무의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으로 생활권 내 소나무는 해마다 응애의 피해가 우려된다"라며 "응애는 성충과 약충이 잎에서 수액을 빨아 먹어 잎의 엽록소가 파괴되어 나무의 수세를 약화시키고 미관을 크게 해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청와대 앞뜰과 주변 정원의 소나무에서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번져가는 응애의 피해가 목격되어 지속적인 관찰과 방제가 요구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녹지원의 반송은 그 규모로 보아 청와대를 대표하는 노거수로서 천연기념물 가치가 충분하며 또 다른 천연기념물인 회화나무와 말채나무는 청와대라는 역사성과 장소성의 특혜를 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여민관의 용버들은 끝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라며 "청와대가 빨리 제 모습을 찾아 국가가 강건해지고 국민들의 행복이 영속되기를 바라본다"라고 했다.

 청와대 본관 앞. 응애 피해 소나무.
청와대 본관 앞. 응애 피해 소나무. 박정기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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