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사이다병 시원하게 원샷!!
김지호
콜라를 컵에 가득 담아 할아버지 소주잔에 짠하고 부딪치더니 익살스럽게 원샷 흉내를 냈다. 덕분에 맛있는 생선구이를 두 배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다음 날은 숙소에서 가까운 '소록도'(한센병 한우의 아픔이 서린 작고 아름다운 섬,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해서 소록도라 불린다.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는 곳. 출처 네이버 사전)로 향했다.
'파란 눈의 천사'라고 불린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이야기가 아들의 흥미를 자극했고, 자연과 치유, 추모의 의미가 공존하는 중앙공원의 오래된 수목과 산책길은 아버님 마음에 잠시 휴식을 선물했다.
저녁은 근처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먹기로 했다. 아들 취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식당에 들어오면서부터 웃음꽃이 핀 아들을 보면서 급하게 메뉴판을 훑었다. 아버님 드실 만한 음식을 찾는 게 먼저였다. 그나마 식감이 부드러울 것 같은 함박스테이크를 시켰다.
"아버님 드실만하세요?"
"그냥 먹어."(맛이 없다는 뜻)
"다른 거 시켜 드릴까요?"
"먹을 만 해."(소주나 한 병 시키라는 뜻)
가족여행 때 조수석은 아버님 지정석이다. 처음에는 침묵으로 출발하지만, 어느 순간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리고, 가끔은 긴 한숨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아버님 건강을 걱정해서 술 조금만 줄여달라는 아들과 그 말이 서운한 아버님의 작은 표현이 한숨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래도 부모님을 모시고 매년 여행을 다니면서 대화는 많아지고 불편함은 줄어들었다.
긍정적이고 활발한 어머니와 궁합이 잘 맞는 남편, 조용히 여행을 즐기며 잡음을 최소화하는 아버님과 궁합이 잘 맞는 나, 어느 한쪽으로 감정이 기울 것 같으면 다른 한쪽에서 보완해 준다. 서로의 성향을 인정하고 역할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함께하는 여행'은 여름이면 당연한 가족여행이 되었다.
"아버님 우리 다음엔 어딜 깔까요?"
"음, 기다려 봐. 아부지가 <6시 내고향> 봐야지."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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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금씩 친해지는 중입니다.
보고 느끼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년 차 직장인에서 나로 변해가는 오늘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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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과 함께 가는 여행, 장소는 '6시 내 고향'이 정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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