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플러스엠
"공부한 게 아까워서 대학을 가긴 갈 건데, 서른 전에 귀농할 거예요."
공부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마땅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선언입니다. 딸아이 친구는 명문대를 나온 아빠가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을 수 있어?'라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봤다고 괴로워했습니다. 부모 세대보다 치열한 시대에 태어나 처절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기성세대와 동일한 길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경쟁교육은 야만적 행위다."
현대 독일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말입니다. 독일의 청소년들은 모국어, 수학, 영어 등 교과 학원에 다니지 않습니다. 성적이 부진하여 졸업시험의 불합격을 우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처럼 사교육을 많이 받지 않습니다. 대신 주중 방과 후 축구, 태권도 등의 스포츠 활동, 피아노, 합창, 그림 그리기 등의 여가활동에 참여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청소년 때부터 학교 교육의 3~9년을 한 교사가 연속으로 담임교사나 교과전담 교사를 역임할 수 있는 교육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담임교사가 마치 부모처럼 모든 것을 책임지고 교육하기 때문에 학생의 진로 선택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입시제도, 새 시대를 맞아 안정화해 입시 불안 조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삶을 이해하는 교육, 차이와 차별이 난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특히, 공부가 다가 아닌 시대라는 점을 인지하고 성적 중심, 학벌 중심의 사회 분위기도 서서히 바뀌어야 합니다. 더불어 학업만큼 중요한 정서 교육도 확대해야 아이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감정 표현을 연습하면서 관계 맺기를 통해 학창 시절 동안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 웃어야 미래가 꽃핀다
"저는 아빠처럼 적당한 대학 나와서 적당한 회사 들어가서 적당히 살고 싶어요."
미래에 대해 별 의욕이 없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의 말입니다. 나름 치열하게 살면서 힘겹게 자리를 잡은 건데, 아이들 처지에서는 아빠의 삶이 그나마 적당해 보이나 봅니다. 부모는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랍니다. 하지만, '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꿈'이나 '희망' 대신 적당히 '버텨야 할 현실'만 남은 것 같아 씁쓸합니다. 어쩌면 이들의 선택지는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살아야지'라는 체념일지도 모릅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중3 아들의 의욕 상실보다 더욱더 괴로운 일은 부모 입장에서 명확한 답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공부, 좋은 대학, 대기업 취직 등이 삶의 동기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청소년들의 ''왜 살아야 하냐'라는 질문과 고민, 괴로움은 철없는 투정이 아닙니다. 미래의 삶을 잃어가는, 어른이 진심으로 귀 기울여야 하는 '진짜 목소리'일지도 모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38개국 중 33위로 하위권입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만족도가 낮은 대한민국입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가면서 삶에 대한 만족도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고2 딸의 '귀농' 선언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삶에 대한 답변이 아닐까요.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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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나온 아빠가 고2 딸 시험 점수를 보고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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