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7.06 10:22수정 2025.07.06 10:22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언젠가 서재 주인이 세상을 떠나면 책도 세상을 떠난다. 헌책 수집하는 사람에게 가장 슬픈 순간은 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살 때가 아니라 도저히 헌책방에 나와서는 안 되는 책을 만날 때다. 헌책방에 도저히 나와서는 안 되는 책은 그 누구와 평생을 함께한 반려 책이다. 그 누군가의 반려 책은 주인과 생사고락을 함께 할 운명이다.
대부분의 반려 책은 한 사람의 주인만을 섬긴다. 그러나 책 주인은 반려 책이 혼자 세상에 남아 미운 오리 새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 반려 책도 마찬가지다. 내가 없어도 내 딸이, 내 아내가, 내 손자가 내 반려 책을 식구처럼 대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딸아이를 붙잡고 서재에 하루 종일 머물며 내가 사랑했고 각별했던 책을 한 권씩 들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장서가는 죽어서 장서를 남긴다.
그러나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사람은 드물고 장서를 남기는 장서가도 드물다. 한 사람의 애정서는 주인과 함께 사라지기 마련이다. 내 책이 아니고 그 사람의 책이 되기 때문이다. 먼지를 뒤집어쓴 그 사람의 책은 눈치 없이 소중한 공간을 차지하며 반갑지 않은 먼지를 양산하며 이사를 망설이게 하는 비용을 만드는 천덕꾸러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반려 책은 그 사람에 대한 가장 정확한 기록이다. 한 사람의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생각으로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남성이 부엌으로 향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것 중 하나는 요리책이다. 20세기 초반까지 대부분 요리책이 여성에 의해서 여성을 위해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성을 위한 요리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진정한 남성이라면 아내의 도움 없이도 베이컨 구이나 달걀부침 정도는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런 측면에서 남편이 아내를 위해 쓴 요리책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여러모로 의미가 큰 성과다. 애초 전통적으로 사냥을 하고 사냥감을 요리하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었다. 남자가 요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요리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요리는 혼자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술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배워야 할 생활 기술이기도 하다. 요리는 우리를 더 독립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내 딸아이는 가끔 자신이 함께하지 않은 아버지의 삶이 궁금할 수도 있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관해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자신이 집을 떠나있는 사이 제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궁금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내 딸아이에게 내가 평생 함께했고 인연이 깊었으며 내 딸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이야기를 한 권에 책에 담겠다는 욕심을 냈다. <이런 고민, 이런 책>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이런 고민 이런 책 표지 표지
북바이북
따라서 이 책은 '이 책은 명작이기 때문에 꼭 읽어야 해'가 아니고 '내가 평생 사랑했고 친하게 지냈던 친구를 알려줄게'다. 아버지의 친구는 자식에게도 좋은 친구가 될 것이며 조언자가 될 것이다. 사람이 친해지려면 하나의 계기가 필요하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내 반려 책들은 모두 다른 매력으로 내 평생 친구가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평생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고민 이런 책>에 나오는 내 반려 책들은 인생의 힘든 순간을 버텨낼 수 있는 위로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조언을 담고 있다. 나는 평생 책만 읽는 바보였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읽는 재미도 즐기면서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며 현명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책 한 권으로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 나는 서재에 꽂힌 책을 굳이 읽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어떤 영감을 얻는다고 믿는데 <이런 고민, 이런 책>의 책들이 말하는 인생 조언을 당장 실천하려고 애 쓰지 않아도 언젠가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런 고민, 이런 책>의 책들은 모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난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은 잊히지 않는 추억을 남기듯이 재미난 책을 읽은 순간은 독자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져 필요한 순간에 알라딘 램프로 여러분 곁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이런 고민, 이런 책 - 인생의 고비마다 펼쳐 볼 서른일곱 권
박균호 (지은이),
북바이북, 202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