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피해 청계천으로 무더운 날씨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6일 저녁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운 여름밤, 시원한 맥주 한 잔
테이블 위에 놓인 찬 맥주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다. 누구나 본 적 있는 이 장면 하나에 사실은 더위를 이기는 작은 과학이 숨어 있다. 우리가 마시는 맥주가 아니라, 그 잔에 맺힌 물방울이 열의 흐름을 말해준다.
왜 물방울이 맺힐까?
컵 속 맥주는 차갑고, 주변 공기는 덥고 습하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찬 컵 표면에 닿으면 식어 액체로 바뀐다. 이때 수증기가 응결하며 자신의 열을 컵 표면에 방출한다. 따뜻한 공기의 열이 물방울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맥주가 더 빨리 미지근해지는 걸 우리는 안다.
맥주컵에 맺힌 물방울은 우리에게 과학을 복습시켜준다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에너지 보존의 법칙). 다만 형태를 바꾸어 이동할 뿐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컵 주위에 있던 뜨거운 수증기가 차가운 표면을 만나 물방울로 변하면서 그 열은 컵의 표면을 데우고, 결국 컵 안의 얼음을 더 빨리 녹인다. 맥주컵 표면의 작은 물방울이 보여주는 열의 이동은 구름과 비, 폭염, 열대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열을 옮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물이 있어야 한다. 물이 증발하며 열을 잠열로 품고 하늘로 옮긴다. 둘째, 열이 빠져나갈 통로가 있어야 한다. 바람길, 열린 창문, 골목길의 바람이 그 통로다. 이 두 가지가 있어야 열은 갇히지 않고 도시를 벗어난다. 이 원리를 안다면 실천은 어렵지 않다. 집 마당에 작은 물모이를 두고, 골목길의 바람길을 막지 않는 것. 열을 하늘로 날려보낼 물과 바람길을 우리 손으로 다시 만들면 된다.
지구의 열도 마찬가지다
땅 위에서 태양열을 받은 물은 기화되어 수증기로 떠오르고, 하늘 위의 차가운 대기를 만나면 다시 액체(구름)로 변하며 열을 방출한다.이 잠열 덕분에 지구의 더운 공기는 하늘로 열을 보내며 스스로 식는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도시의 열과 연결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 순환이 도시에서 끊어진다는 것이다.
빗물을 다 내다 버린 도시에는 증발할 물이 부족하다. 기화할 물이 없으면 열은 잠열로 옮겨지지 못하고 갇힌다. 밤이 되어도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열대야는 길어진다. 공기 중 수증기가 이미 가득하면 기화할 구동력도 약해진다. 열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이 열을 옮기는 매체는 물과 수증기이고, 수증기가 떠날 수 있도록 통로가 필요하다. 사람의 몸은 땀이 그 역할을 한다. 땀이 증발하며 열을 가져가고, 부채나 선풍기 바람이 땀 위의 수증기를 불어내면서 열이 몸 밖으로 나간다. 한옥집 툇마루 뒤 작은 문도 바람길이다. 안쪽의 더운 공기와 습기를 바깥으로 빼내는 통로다. 골목길도 같다. 물이 증발해 만든 수증기가 바람길을 따라 빠져나가면 동네는 시원해진다.
그러나 도시는 다르다. 건물과 도로가 바람길을 막고, 도시 자체의 열기로 열돔이 형성되면 열과 습기가 하늘로 오르지 못한다. 대한민국 국토의 65%는 산지다. 산과 계곡은 원래 더운 공기와 수증기를 위로 흘려보내는 자연의 바람길이었다. 산 정상은 시원하다. 그곳까지 열이 흘러가면 식어진다. 하지만 잘못된 사방댐과 임도는 계곡의 물길과 바람길을 막는다.
열이 빠져나갈 통로가 막히면 열은 머문다. 그래서 도시는 더 뜨겁다
요즘 '대프리카'라는 말이 있다. 대구가 아프리카처럼 덥다고 붙인 별명이다. 이제는 다른 지역도 '○○프리카'라는 신조어로 불린다. 우스갯소리로만 끝나면 답을 찾지 못해서 더위를 벗어날 수 없다. "기후위기 때문에 그래"라는 말은 이 지역의 더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대책도 찾지 못한다.
태양의 열은 변함이 없는데 왜 그 지역만 더 더울까? 그 원인을 찾고 답을 찾는 것이 과학이다. 최근 도시와 산림 개발이 열을 없애는 두 가지 인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즉 도시나 산림의 표면에서 증발하여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물이 얼마나 없어졌는가? 증발하면서 하늘로 열을 날려버리는 통로가 어떻게 막혀 버렸는가를 이해하면 왜 그 도시가 예전보다 더 더워졌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알면 덜 덥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곧 이어질 '아, 덥다' 5편에서는 도시를 뜨겁게 만든 활동과 원인을 과학적으로 더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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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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