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작아지면 괜찮을까? "모든 문제 해결하는 건 아냐"

'SMR 둘러싼 건설 쟁점과 과제' 강연..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강연자로 나서

등록 2025.07.08 17:34수정 2025.07.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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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진행하는 이헌석 정책위원
강의를 진행하는 이헌석 정책위원 대전환경운동연합

지난 8일 오후 2시, 대전 환경운동연합 교육실은 폭염 속에서도 10여 명의 시민과 활동가들로 뜨거웠다. 대전탈핵공동행동이 주최한 '소형핵발전소(SMR)를 둘러싼 건설 쟁점과 과제' 시민 학습회는 최근 국회에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SMR 특별법'을 계기로, 시민 스스로가 소형모듈원자로의 실체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따져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자 탈핵운동 활동가인 이헌석 위원(이하 이 위원)이 강연자로 나서 2시간여 동안 열띤 발표를 진행했다. 이 위원은 단순한 개요 수준을 넘어, 원자로의 물리적 구조부터 폐기물 문제, 국제 실패 사례, 윤석열 정부의 산업 전략까지 포괄하는 밀도 높은 설명으로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시민이 기술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사회적 대응을 공동 설계하는 실천적인 학습회가 됐다.

이헌석 위원은 강연의 첫머리에서 핵발전의 기본 원리를 상세히 설명했다. 우라늄-235가 외부 중성자와 충돌하면 핵분열이 일어나 두 개의 핵과 2~3개의 중성자로 갈라지고, 감속재가 중성자의 속도를 늦춰 또 다른 핵과 부딪히며 연쇄 반응을 이어가는 구조다. SMR은 이 반응을 기존보다 작고 단순한 구조 안에 담으려는 기술이지만, "단순히 '작아졌다'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속재, 냉각재, 연료 구성, 고속증식 여부, 세대 구분 등에서 SMR은 여전히 복잡한 공학적 구조를 갖고 있으며, 안전성과 경제성, 폐기물 문제까지 미해결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전 세계적으로 약 50여 종의 SMR 디자인과 개념이 있다고 분석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실증도 되지 않은 설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압형 경수로(PWR)가 가장 많으며 2023년 12월 기준 PWR 304기, 비등형 경수로(BWR) 41기 등이 운영 중임을 데이터로 제시하며 다양한 원자로 종류를 설명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 시기의 국내 SMR 정책 논의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비공개적으로 진행됐는지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혁신형 SMR(i-SMR)'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2028년까지 상용화 목표를 설정했으며, 관련 특별법 제정과 산업 지원 패키지를 추진해왔다. 특히 ▲부지 사전확보 ▲인허가 간소화 ▲규제기관 재정비 ▲R&D 집중 투자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5년간 4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이 같은 정책 결정은 시민사회와 공론화 없이 정부·산업·연구기관 중심으로 밀실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탈탄소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SMR을 에너지 전환의 해법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나 수요관리 정책 없이 다시 핵발전에 기댄 시대착오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2050 원전 최강국 로드맵'을 통해 SMR을 핵심 산업으로 규정했으며, 창원과 경남을 중심으로 SMR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두산에너지·SK·한수원 등 대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회에는 '원전산업지원특별법'과 'SMR 특별법'이 상정돼 있는데 이는 원전 중심의 국가 에너지 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여야가 구분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국내 SMR 개발 사례 중 대표적이었던 'SMART'가 1997년 개발을 시작했음에도 지금까지 실증이나 상용화에 실패했음을 지적했다. 또한 SMR 상용화의 대표 주자였던 미국 뉴스케일(NuScale)도 경제성 부족과 투자 철회로 유타주 프로젝트가 무산된 바 있음을 언급하며, 현실은 상용화가 아닌 '계획과 포장'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과 토론 시간에는 국회에서 최근 발의된 'SMR 특별법'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황정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SMR 개발과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부지 지정 간소화 ▲환경영향평가 면제 가능성 ▲규제기관의 축소 역할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민 참가자들은 "전국 어디든 SMR 부지로 지정될 수 있는데, 정작 지역 주민은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며, 공론화 없는 입법과 정보 비대칭에 깊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황정아 의원실 항의 방문 및 질의서 전달 ▲지역구 주민 서명 운동 ▲온라인 카드뉴스 제작 및 확산 ▲지방의회 대응 촉구 등 다각적 대응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무엇보다 탈핵 사회로의 전환은 기술이 아닌 민주주의와 정의, 공공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참가자들은 이번 학습회를 통해 SMR이 '작은 핵발전소'라는 본질을 다시금 확인했다. 안전성, 안정성, 경제성 문제는 핵발전소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며, 정부와 산업계가 제시하는 과학적, 경제적 환상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SMR을 바라봐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작은 핵발전소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전탈핵공동행동은 이번 학습회를 계기로 SMR 특별법 저지와 함께 시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탈핵 #학습회 #대전탈핵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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