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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세일즈맨' 대통령이 무기 팔기 전 들어야 할 목소리

[取중眞담 2025] 확산탄 논란 외면하면 국제적 비난 빌미될 수도...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가

등록 2025.07.09 10:43수정 2025.07.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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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방위산업의 날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방위산업의 날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자 <중앙일보>의 머리기사는 <[단독] "잠수함 수출 위해 G7 갔다"...K방산 세일즈맨 자처한 李>입니다.

이 대통령이 전날 방위산업의 날 비공개 토론회에서 "'무기 장사' 소리는 안 듣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뛰어보겠다"라고 발언하며 K-방산 세일즈에 직접 앞장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내용입니다. 방위산업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아래 나토) 정상회의(지난달 24~25일)에 참석하려던 이유도 "우리 방산의 우수성을 알리고, 잠수함 사달라고 부탁하러 간 이유가 크다"라면서 "방산, 그리고 무기 수출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경쟁이다. '원팀 코리아'로 승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K-방산 뒤편의 문제, 확산탄

하지만 이 화려한 세일즈 뒤편에는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불편한 진실, 바로 확산탄(집속탄) 생산 문제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충남 논산 양촌면 주민들과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수년째 확산탄 생산 공장 건설에 맞서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분명합니다. 확산탄은 비인도적인 대량살상무기이며, 무차별적인 살포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확산탄은 하나의 모탄(큰 폭탄) 안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작은 폭탄(자탄)을 넣어 넓은 지역에 살포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에 따라 군사 목표물과 민간인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타격하게 돼 전쟁 지역의 민간인,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합니다.


 2022년 12월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집속탄 등 러시아 로켓 파편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2022년 12월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집속탄 등 러시아 로켓 파편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더 심각한 문제는 불발탄이 지뢰처럼 남아 수십 년간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123개국이 확산탄금지협약(CCM)에 참여해 이 무기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채 생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비인도적이라며 등을 돌린 무기를 우리가 버젓이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K-방산 세일즈를 위해 G7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려 했다는 점은 깊은 우려를 자아냅니다.


나토는 집단 방위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기구지만, 동시에 국제사회는 비인도적인 무기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확산탄과 같은 무기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려는 시도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윤리 기준과 상충하며,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습니다.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던 시도가 도리어 국제적 비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대표적인 방산기업들이 이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했다는 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현재 논산 양촌면에서 확산탄을 생산 중인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는 과거 한화그룹의 확산탄 사업 부문이 분할돼 독립한 기업입니다. 한화 측은 ESG 경영 강화를 명분으로 확산탄 사업을 분리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들을 '원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품고 해외 세일즈에 나서는 것은, 한국이 확산탄 생산국이라는 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습니다.

어떤 무기를 만들고 팔 것인가

 8일, 양촌지킴회(폭탄공장반대양촌면주민대책위)와 비인도적대량살상무기생산업체논산입주반대시민대책위 소속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위험천만한 확산탄 공장 허가를 내준 백성현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8일, 양촌지킴회(폭탄공장반대양촌면주민대책위)와 비인도적대량살상무기생산업체논산입주반대시민대책위 소속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위험천만한 확산탄 공장 허가를 내준 백성현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양촌지킴이

세계 시장에 'K-방산'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무기를 만들고 팔 것인지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기 장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훼손될 수 있습니다.

물론 방위산업이 국가 안보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방향과 방식은 인류 보편의 가치와 함께 가야 합니다. 비인도적인 무기로 인한 논란을 외면한 채 오직 경제적 이익만을 좇는다면, K-방산은 결코 지속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확산탄 문제에 명확한 견해를 밝히고, 국제사회 규범에 발맞춘 방산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단순히 '무기 수출'을 넘어, 보편의 가치와 부합할 때 비로소 K-방산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날인 8일 논산시청 앞에서는 확산탄 공장 인근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논산시청 앞에 모여 "최소한 인간이라면 확산탄과 대인지뢰는 만들지도, 사용하지도, 팔지도, 저장하지도, 이전하지도 말라는 양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방위사업청은 전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탄 공장을 뽑아내라"라고 외쳤습니다.

K-방산의 세일즈에 앞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기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K방산 #이재명대통령 #확산탄 #세일즈 #폭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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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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