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2월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집속탄 등 러시아 로켓 파편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더 심각한 문제는 불발탄이 지뢰처럼 남아 수십 년간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123개국이
확산탄금지협약(CCM)에 참여해 이 무기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채 생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비인도적이라며 등을 돌린 무기를 우리가 버젓이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K-방산 세일즈를 위해 G7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려 했다는 점은 깊은 우려를 자아냅니다.
나토는 집단 방위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기구지만, 동시에 국제사회는 비인도적인 무기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확산탄과 같은 무기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려는 시도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윤리 기준과 상충하며,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습니다.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던 시도가 도리어 국제적 비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대표적인 방산기업들이 이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했다는 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현재 논산 양촌면에서 확산탄을 생산 중인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는 과거 한화그룹의 확산탄 사업 부문이 분할돼 독립한 기업입니다. 한화 측은 ESG 경영 강화를 명분으로 확산탄 사업을 분리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들을 '원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품고 해외 세일즈에 나서는 것은, 한국이 확산탄 생산국이라는 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습니다.
어떤 무기를 만들고 팔 것인가

▲ 8일, 양촌지킴회(폭탄공장반대양촌면주민대책위)와 비인도적대량살상무기생산업체논산입주반대시민대책위 소속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위험천만한 확산탄 공장 허가를 내준 백성현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양촌지킴이
세계 시장에 'K-방산'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무기를 만들고 팔 것인지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기 장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훼손될 수 있습니다.
물론 방위산업이 국가 안보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방향과 방식은 인류 보편의 가치와 함께 가야 합니다. 비인도적인 무기로 인한 논란을 외면한 채 오직 경제적 이익만을 좇는다면, K-방산은 결코 지속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확산탄 문제에 명확한 견해를 밝히고, 국제사회 규범에 발맞춘 방산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단순히 '무기 수출'을 넘어, 보편의 가치와 부합할 때 비로소 K-방산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날인 8일 논산시청 앞에서는 확산탄 공장 인근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논산시청 앞에 모여 "최소한 인간이라면 확산탄과 대인지뢰는 만들지도, 사용하지도, 팔지도, 저장하지도, 이전하지도 말라는 양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방위사업청은 전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탄 공장을 뽑아내라"라고 외쳤습니다.
K-방산의 세일즈에 앞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기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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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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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세일즈맨' 대통령이 무기 팔기 전 들어야 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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