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초기 진단 후 남편이 달라졌다

백마디 잔소리부터 무서운 당뇨 수치... 매일 저녁 걷기의 시작

등록 2025.07.09 13:53수정 2025.07.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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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화장실은 자주 들락날락, 체중도 이유 없이 빠졌다. 몇 달 전부터 남편에게 나타난 변화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당뇨 아닐까?'


마침 건강검진을 받은 상태였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 사이 남편은 더 무기력해졌다. 주말이면 침대에만 붙어 있었고, 퇴근하면 게임으로 스트레스 받은 하루를 마감했다. 그런 남편에게 나는 수시로 다그쳤다.

"운동 좀 해 봐. 안 되면 걷기라도 하자."

하지만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당뇨 초기 진단. 혈압, 콜레스테롤, 간 수치까지 전부 정상이 아니었다. 남편은 낙담했지만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여름밤산책 여름밤 남편과의 산책길
▲여름밤산책 여름밤 남편과의 산책길 송미정

"이제 부터 운동해야겠다. 식습관도 고칠 거야."

평소 같았으면 "귀찮다, 좀 쉬자" 했을 사람이, 그날 저녁 "같이 걷자"라고 먼저 제안했다. 나는 솔직히 콧방귀부터 뀌었다.


"왜~ 그냥 막 살아. 갑자기 운동하면 힘들어서 못해."

그런데도 남편은 조용히 운동화를 신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저녁 산책을 나간다. 식사를 마치면 10분이라도 꼭 걷는다. 요즘 우리는 그런 산책 속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가 줄어들었다고 느끼던 부부 사이에, 다시 말이 다시 트기 시작했다.


남편은 요즘 자기 팔과 다리를 만지며 "근육이 다 빠진 것 같다"며 걱정한다. 걷기 운동과 더불어 팔굽혀펴기, 스쿼트, 윗몸일으키기까지 시작했다. 아직 10개도 채 못 하지만, 그 모습이 내겐 기특하다.

작년 나는 암진단을 받고 우리집 냉장고 안의 식재료들을 바꿨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밥보다 채소를 먼저 먹으라고 권했지만 "나는 건강하니까 괜찮아"라며 귀담아듣지 않았던 남편이다. 그랬던 사람이 이제는 아침마다 스스로 토마토를 씻어 먹고, 식사 전에는 채소를 먼저 챙긴다. 체중 조절에도 신경을 쓰고, 물도 더 마신다. 결국, 백 마디 잔소리보다 당뇨 수치 하나가 남편의 마음을 움직였나보다.

숨이 턱 막히는 무더운 여름이지만 우리는 오늘도 나란히 걸음을 옮긴다. 땀을 흘리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며, 서로의 건강을 위해 걷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더 오래 지켜주기 위해, 그리고 함께 있는 지금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
#당뇨 #중년부부 #걷기 #밤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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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와 강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 건강하고 영양 좋은 음식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직영양사가 알려주는 우리집 저염밥상>,<영양사 유방암 환우의 암을 이기는 음식> 전자책 발행하였으며 <맛있게 정드는 옆집 영양사 언니>로 블로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브런치 작가로 일상의 요리에서 추억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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