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4.02.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공개 요구 기자회견’ 모습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서울시의 황당한 답변
정보공개센터는 사고 직후 서울시에 지반침하 안전지도 공개를 요구했다. 나는 동생에게도 지역주민으로서 정보공개 청구를 해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두 건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모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가 제시한 비공개 사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서울특별시 공간정보 보안업무 처리규칙'에 따라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건 명백히 정보공개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정보공개법으로 보장된 시민의 알 권리는 다른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비공개로 정한 정보가 아닌 이상에야, 서울특별시 규칙만으로 제한할 수 없다.
정보공개센터가 추가로 요청한 안전영향평가 보고서와 지하철공사 착공 후 지하안전조사 월간보고서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조사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모조리 비공개했다. 이런 정보들이 감춰지면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 건가?
3개월 만에 내놓은 반쪽짜리 정보
하지만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는 헛되지 않았다. 사고 후 3개월이 지난 6월 중순, 서울시는 결국 일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GPR 레이더로 지하 공동을 점검한 결과를 지도 형태로 공개하고, 점검에서 공동을 발견한 이력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공개한 지도를 살펴보니 중요한 내용들이 빠져 있었다. 어느 도로를 언제 점검했는지, 어느 크기의 지하 공동이 발견되었는지를 지도로 표시해 놨을 뿐, 이 내용을 데이터 형태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시민들이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지반침하가 자주 일어나는 지점과, 발생 이유는 무엇인지, 현재 복구가 진행 중인 곳은 어디인지 등의 정보일 텐데, 이런 내용들은 없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경우 지질학적으로 싱크홀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의 위험 단계를 표시하고, 40년간 싱크홀이 발생했던 장소와 사고 내용을 볼 수 있는 지도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일본 도쿄시 건설공사국은 하수도 시설의 노후화가 싱크홀로 이어진다고 보고, 공공도로 하수도관 매설 상황을 공개하는 한편, 지반침하 사고조사 보고서와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싱크홀 발생 지역의 지반 조건이나, 지하매설물의 현황이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을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마지못해 응답했지만, 핵심적인 정보는 여전히 감춘 채 '생색내기'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는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 공간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안전 문제의 최종 책임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고 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오세훈 시장은 "시민들께 면목이 없다"는 말을 남겼을 뿐, 진심 어린 사과도 없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 한마디 남긴 적이 없다. 명백히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사고가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싱크홀과 관련해 몇 개월 동안이나 정보공개를 회피하는 서울시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사고가 일어나고, 안전에 관련한 법을 만들고, 여기에 아무리 정보공개 조항을 만들어봐도, 재난과 사고는 형태를 바꾸어 계속 생겨난다는 것이다.
1998년에 시행된 정보공개법은 30년 가까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그 결과, 정보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다루는 핵심 조항인 정보공개법 제9조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악용되고 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땅이, 차로 이동하고 있는 도로가 정말 안전한지, 그 점검 결과에 대해 알 권리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임에도 지금은 매번 문제를 제기하고 싸워야만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정보공개법이 바뀌어야 한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보들은 어떤 사유로도 비공개할 수 없도록 공개 의무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 명백히 공개해야 할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를 쓰며 공개하지 않는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이 제대로 책임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부동산 투기 우려", "시민 불안감 조성" 같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끄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동생이 30분 일찍 지나간 그 길에서 일어난 일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안타까운 죽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제는 정말로 바꿔야 한다. 모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것, 그것이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공유하기
동생이 30분 늦게 그 길 지났다면... 안타까운 사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