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모전교 아래 청계천에서 가족단위 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물에 들어가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2일까지 청계천에서는 발을 담글 수 있는 ‘청계천 복원 20주년 - 청계천 물 첨범첨벙’행사가 열렸다.
권우성
에어컨 없이도 살 수 있을까? 나는 8월 한복판, 여름 한가운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무더위 속에서 나를 낳느라 고생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더위 덕분에 여름에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더위를 즐기는 편이며, 땀이 흐를 때 오히려 생명력이 느껴진다. 뜨거운 햇볕 아래 산을 오르고,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이 나에겐 가장 자연스럽고 시원한 피서법이다.
우리 집엔 에어컨이 있다. 하지만 거의 켜지 않는다. 하루 종일 켜도 모자랄 듯한 날에도, 나는 종종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난다. 에어컨 없이 사는 생활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내 삶의 리듬이 자연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즘은 초여름부터 대중교통, 식당, 도서관, 마트 등 어디서든 차가운 바람이 기본 제공된다. 그런데 그 시원함 뒤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환경적, 위생적 문제가 숨어 있다.
에어컨은 전기를 많이 먹는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대부분의 전기를 화석연료로부터 얻고 있다. 에어컨을 켤수록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고, 기후 재난은 더 자주, 더 강하게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일부 구형 에어컨에 쓰이는 냉매는 오존층을 파괴한다. 에어컨 내부 오염된 필터는 세균과 곰팡이를 퍼뜨릴 수 있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은 도시 전체를 더욱 열기로 달군다. 아파트 단지엔 밤마다 실외기 소음이 울려 퍼지고, 창문을 열 수 없는 밤이 된다.
나는 여름을 무조건 참자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시원함을 느끼는 방법은 분명 있다. 나무 그늘, 적절한 환기, 수분 보충, 활동 시간 조절 등 몸이 적응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에어컨 없이 산다는 건 단지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 아니다. 에너지와 기후, 위생과 건강을 함께 고려한 지혜로운 선택이다. 그 선택은 작지만, 함께 모이면 우리가 만들어가는 여름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덥다고 에어컨부터 켜는 습관은 결국 우리 삶과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여름은 원래 더운 계절이다. 그 뜨거움 덕분에 곡식이 자라고 과일이 익는다. 자연의 여름을 억지로 바꾸려 할수록,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 된다.
기상청은 올해도 폭염을 예고했고 지금 가장 더운 7월을 지나고 있다. 나는 그 속에서 조용히 다짐한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 봐라, 내가 에어컨 켜나. 시원한 산바람 맞으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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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체에서 30년간 근무했다. 현재 자유인으로 산다. 쓴 책으로 '우디의 서재', '우디 선도입문' '우디의 사각사각' '삶은 나를 쌓아가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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