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이 빠진 자전거 체인이 빠진 자전거를 고쳐달라는 아이, 쉽게 고쳐주지 않으려 뜸을 들이는 아빠.
김대홍
말줄음표 뒤엔 '그러게, 안넘어지게 잘 좀 하지, 왜 나를 귀찮게 하니'라는 속내가 묻어 있었다. 나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그렸다. 일단 자전거를 여기 놔두고 아들은 학원에 걸어서 간다. 아니면 결국 손을 더럽히면서 체인을 건다. 그런 나를 아들이 잠시 지켜봤다.
아들이 나한테 물티슈 두 개를 달라 한다. 뭔 꿍꿍이일까 싶었다. 가방에서 물티슈 두 개를 꺼내 줬다. 아들은 물티슈 한 개로 뒷변속기쪽을 잡아서 고정하고, 한쪽 물티슈로 흘러내린 체인을 잡아서 제일 바깥쪽 스프라켓에 걸었다. 아들이 이 작업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정도. '헉' 했다.
물티슈 두 개로 하는 걸 아들 앞에서 보여준 적이 없다. 한 손으로 한 적이 있는데, 그땐 체인을 건 다음 물티슈로 손을 '슥슥' 닦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아들은 '나, 봤지' 하는 표정을 1초 정도 짓더니 "들어가자"라면서 앞장 섰다.
지금껏 아들과 딸 자전거 체인을 끼워주고, 친구들 체인을 끼워주면서 다소 으쓱해하긴 했다.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처럼 행사했다. 나만 할 수 있는 능력이면 그건 권력이 된다. 할 수 있지만 쉽게 하긴 싫어서 '밍기적' 거리면서 다소 권력 놀이를 했다. 아들은 그동안 관찰해온 눈썰미를 무기로 단 한방에 내 권력을 무너뜨렸다.
내가 가진 무기는 생각보다 보잘것 없었고, 아들은 생각보다 더 실력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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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체인 빠진 거 해결해 달라는 아들, 가만히 지켜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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