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쓸만한 몸, 돌보고 손질하며 살아야 한다

등록 2025.07.10 11:15수정 2025.07.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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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는 끊임이 없다

무더운 여름,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도 몸은 불편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고, 시원함만 찾아갈 수 없는 하루다. 비마저 내리지 않는 무더운 날씨는 32도면 덥다 했는데, 이젠 35도는 보통이고 체온보다 높은 온도의 연속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 몸은 쥐어짜 놓은 듯이 무기력하다.


더위에 나른한 몸은 점점 움직이기 싫어진다. 몸은 더 무거워지고, 점점 게으름을 피우게 되니 웬만하면 움직이면서 쉴틈을 주지 않는다. 오래 전의 어머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일을 해야 아프지 않다는 말. 정말 맞는 말일까 의심을 했었다. 이제야 그 뜻을 알고 몸을 움직이며 고단하게 한다.

열대야의 밤에도 쉽게 잠들 수 있고 더위도 넘어설 수 있어서다. 땀 흘리며 일에 집중하다 보면 더위도 잊을 수 있지만 겹겹의 세월은 잘 버텨내야 한다. 고희의 몸은 쉽게 넘길 수 없는 무더위이기 때문이다. 더위를 잊을 수는 없을까? 시원한 여행이었다.

동해에서 만난 풍경 동해에는 언제나 푸름이 있고 설레임이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푸름을 찾고 싶은 여름, 더위도 잠시 잊으려 찾았던 동해안 하조대의 풍경이다.
▲동해에서 만난 풍경 동해에는 언제나 푸름이 있고 설레임이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푸름을 찾고 싶은 여름, 더위도 잠시 잊으려 찾았던 동해안 하조대의 풍경이다. 박희종

더위를 잊고 싶었다

아내와 동해안으로 떠났다. 무더위도 잊으며 기분을 전환하고 싶어서다. 동해안 길, 불쑥 대관령을 넘어가는 여행은 재미가 없다. 고속도로보다 시골길이, 도심보다는 골짜기가 좋다. 대관령도 찾고, 진고개도 넘으며 진부령이나 미시령을 기웃거리는 여행을 고집하는 이유다. 오랜만에 호반의 도시 춘천을 거쳐 가기로 했다.

시원한 호수가 생각나고, 닭갈비를 잊을 수 없다. 언젠가 춘천라이딩 길에 만났던 닭갈비가 생각 나서다. 대기번호 54, 한참을 망설이다 번호표를 받았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기억이다. 춘천을 향하는 시골길은 재미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충주 조정지댐의 풍경, 물길이 있고 사람 길이 있어 사시사철 좋다. 푸름에 초록의 어울림은 두고두고 찾는 드라이브 길이다.


평일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세상 끝까지라도 달리고 싶은 기분, 휴게소에 들러 한 잔의 커피를 주문했다. 마른 목을 적셔주는 커피 한 모금, 여행의 진정한 맛이다. 소양댐 오르는 길엔 다양한 먹거리집이 가득이다. 늦은 점심에 갸우뚱하게 하는 인파지만 사람들 속에서 맛이 일품이 아니던가! 라이딩에 만났던 그 닭갈비 맛을 보고 양구로 향했다.

양구, 박수근미술관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아내와 수채화를 시작하고부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여행에서도 미술관을 외면하지 않는다. 여름비가 내리는 중에 찾아간 미술관, 호젓한 시골이지만 찾는 사람이 많다. 그럴듯한 풍채로 찾은 사람들이다. 나는 언제 저런 풍미가 살아갈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미술관을 돌아본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서민들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 화가다.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을 보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며 속초를 향해 차를 몰았다. 황태의 고장 용대리를 지나 미시령을 넘었다. 시원함을 얹어주는 동해바람이 넘어온다. 시원함과 함께 찾은 속초 중앙시장은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다.

긴 줄이 여기저기에 만들어지고 뜨거운 열기에 숨이 멎는다. 서둘러 먹거리를 준비해 나와야 했다. 콘도에 도착했으나 여기도 여름, 에어컨도 이겨내지 못한다. 아내와 차린 조촐한 저녁상에 소주가 곁들여졌다. 아무 목적도 없는 여행, 회 한 점에 소주 한 잔이 전부다.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는 여행길이 언제나 소중한 이유다. 동해에 취하고 소주에 취한 하루 밤, 언제나 목적 없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박수근 미술관 무더운 여름을 잊고 싶어 동해안 여행길에 올랐다. 춘천을 지나 양구에서 만난 박수근 미술관, 살아가기 어려운 시절에 서민들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가였다. 미술관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품위있는 모습으로 감상하는 표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박수근 미술관 무더운 여름을 잊고 싶어 동해안 여행길에 올랐다. 춘천을 지나 양구에서 만난 박수근 미술관, 살아가기 어려운 시절에 서민들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가였다. 미술관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품위있는 모습으로 감상하는 표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박희종

아직은 쓸만한 몸뚱이다

이튿날, 주문진과 7번 국도를 지나 돌아온 골짜기, 잔디밭은 풀밭이었다. 아내와 70여 평 잔디밭에 잡초를 뽑아내고, 잔디를 깎았다. 운전과 노동으로 몸은 고단했다. 죽은 듯이 자고 일어난 아침, 감사한 아침이다. 그토록 고단했던 몸이 되살아 난 것이다. 몸을 비틀어 놓은 듯했지만 하룻밤 사이 회복된 것이다. 아, 아직은 쓸 만한 몸인가 보다.

감사한 마음에 뜰로 나섰다. 어제 노동의 뒷정리를 하기 위해서다. 아직은 쓸 만한 몸임을 확인한 고희의 청춘, 오늘도 살아내는 힘을 얻었다. 고단함과 아픈 허리를 잊고 일을 했다. 일을 해야 아프지 않다는 말, 얼마 전에 이웃에게 들은 소리다. 오래전에 어머님이 하시던 말씀을 이웃이 되뇌는 것이 아닌가? 고단한 몸으로 일을 하면서 피곤함을 잊은 것이었다. 아픔을 넘는 일의 무게가 그 아픔도 잊게 한 것이었다.

세월의 오차 없이 증세를 알려주는 냉정한 몸, 어깨와 목이 뻐근하다. 온몸이 욱신거려도 아직은 쓸 만한 몸임을 확인한다. 이제야 숨을 돌리며 동해안 여행을 되뇌어 본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푸른 동해의 물결이 떠오른다. 푸름을 다 마시고 싶은 물이었다. 언제나 가슴에 남아 있는 푸름이다. 조금은 더 쓸 수 있는 고희를 넘긴 몸, 더 돌보고 손질하며 사랑해야 한다. 서둘러 체육관으로 향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오마이 뉴스에 게재된 후, 적당한 시기에 브런치 스토리에도 올려질 수 있습니다.
#여름 #더위 #여행 #은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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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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