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초 서산중앙고 안에 세워진 남정현 문학비 앞에 선 최진섭 작가. 문학비에는 "민족자주를 열망한 ‘분지’의 작가"라고 적혀 있다
남돈희
아버님이 왜 환상적인 이력을 고집하면서까지 부활을 강조했는지 그 누구도 눈여겨보질 않았지만 작가는 좀 달랐다. 바로 그 이력 속에 남정현 미학의 정수, 즉 핵이 있다고 본 것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나 자신도 그동안 아버님의 환상적인 이력에 대해서는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어떤 의도적인 서술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아버님이 추구한 미학을 '부활'에서 찾고자 했던 저자는 아버님의 작품 속에 숨겨진 부활의 의미를 찾기 위해 등단 작품부터 시작하여 한 작품씩 차근차근 톺아나갔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아버님의 '부활의 미학'에 대하여 "남정현 작가가 소설을 통해 살리려 한 '부활의 신기'는 바로 금지를 자유로, 분단을 통일로 바꾸는 것이며, 그는 평생 문학을 통해서 민족의 자주와 통일, 즉 민족의 대 부활을 꿈꿨다"고 하면서 "이를 이루는 과정이 험난하고 죽음을 넘어서는 초인적 의지가 필요하기에 작가가 '부활'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결론지었다.
민족의 대부활을 꿈꾸다
저자의 말대로 아버님이 '부활'을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떤 궁극적 사건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신체의 부활, 생물학적 부활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부활을 의미할 것이다. 외세문제와 통일문제를 평생의 화두로 삼아온 아버님에게 있어서 부활은 당연히 외세의 힘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루게 되는 '민족의 대 부활'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아버님은 직접 쓰신 '작가연보'에 "1945년(12세) 8·15해방과 함께 해방이 되자, 조국광복의 노정에 흘린 선열들의 고귀한 피를 회생시킬 요량으로 '민족대부활전문학교(民族大復活專門學校)'설립 구상에 들뜨다"라고 가상의 이력을 적어 넣기도 했다.
언젠가 무신론자이신 아버님에게 왜 성당에 가시는지 여쭤본 적이 있다. 그때 아버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바라보노라면 문득 그 주변에 우리 시대 예수들이 모여든다.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김세진 등등의 수많은 예수들이 말이다. 나는 틀림없이 그들도 그리스도처럼 부활하리라 믿는다. 부활할 사람들을 부활시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장 큰 사랑이니까 말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렇다, "부활은 시신이 소생했다는 소식이 아니라 악에 대한 선의 승리이며, 정의가 불의를 이겼다는 선언"인 것이다. 그리하여 부활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모두 불러일으켜 나를 떠나 남과 함께 있는 더 큰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남정현의 필화소설 <분지> 발표 6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남정현의 삶과 문학>. 남정현 작가는 '분지 사건'으로 1965년 7월 9일 중앙정보부에 의해 구속됐다.
도서출판 말
어쨌든 이 책을 통하여 아버님께서 그토록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 '부활의 신기'를 엿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로서는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남정현 작가가 소설 속에 몰래 숨겨 놓은 암호문을 해독한 작가가 아버님의 문학에 '부활과 웃음의 미학'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켜준 것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 책은 문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자가 평이하게 써 내려간 남정현 문학의 입문서이자 평전이라 할 만하다. 아무쪼록 <분지> 발표 60주년에 출간되는 <남정현의 삶과 문학>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남정현 소설이 널리 읽히기를 기대한다.
남정현의 삶과 문학 - 부활과 웃음의 미학
최진섭 (지은이),
도서출판 말,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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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재단에서 20여년 근무하고 정년퇴직하여 현재는 경남 통영에서 잠시 거주하고 있음.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에 관심이 많고 취미로 바둑과 당구를 즐김 요즘은 철학관련 수필을 써보고자 관련서적들을 읽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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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 발표 60주년에 출간된 <남정현의 삶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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