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챙겨먹는 배도라지즙 겨울철 목감기때만 먹었던 배도라지를 한여름에 먹는 이유? 바로 낭독을 위해서다.
은주연
'기쁨의 가장 위험한 적은 서두름'(홍성광 책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 중에서)이라고 했는데 왜 또 첫술에 배부를 생각만 하는 건지. 하여간 이 급한 성격이 문제다. 낭독을 해서 무엇을 이루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런데 조급함도 문제지만 사실 내가 낭독을 점점 어려워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 안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탓일 것이다.
그러니 조급함이 찾아 들면 이런 생각을 한번 해봐야겠다. "잘할 필요 없다"라고. 첫 시간에 읽은 송정희 선생님의 낭독 책에 나온 말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러보는 일, 첫술에 배부르려는 욕심에 초연해지려는 용기를 가져보는 거다.
내 주변에 음색이 좋아서 말하는 소리가 꼭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는 사람이 있다. 그분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가끔 귀 호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 천재, 노래 천재처럼 타고나는 일명 목소리 천재. 그런 목소리 천재들은 무엇을 읽든, 듣는 귀를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특별한 기교나 멋이 없어도 그냥 좋다.
목 뿐 아니라 마음도 가다듬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전혀 다른 종류의 매력도 있다. 우리 낭독 초급반에 성대결절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분의 소리가 바로 그렇다. 예쁜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분의 낭독은 자꾸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한 글자, 한 문장을 정성껏 읽어가는 그 소리가 듣기 좋았던 건, 그분의 노력하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말고 나에게 두면 될 것이다. 타고난 목소리가 좋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목소리는 나만의 개성이니, 자신감을 가져보는 거다. 낭독 수업을 들으면서 그래도 다행인 건, 내 목소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마다 모두에게 나눠주는 선생님의 칭찬이 그렇다. 처음엔 설명을 들으며 짧은 호흡으로 문장을 수십 번 씩 나눠 읽고, 수업이 거듭될수록 점차 긴 호흡으로 읽을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럴 때 선생님이 "아, 참 좋은데요"라고 한마디 해주시면, 그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내가 낭독 연습을 하려 하면 "엄마, 진짜 잘하는데... 나는 좀 들어갈게~"라며 도망치듯 방에 들어가는 아이들의 마음에 없는(?) 칭찬에도, "언니 낭독하는 거 듣고 싶어요"라고 응원해주는 친한 동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뿐이다. 어쩌면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를 넘어 내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 닿는 통로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들어가 작가의 마음에도 머물러 보고, 내 마음에도 그리고 듣는 이의 마음에도 머무는 일.
그러니 내 목소리이긴 하지만 낭독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갈 길이 먼 나는, 늘 목 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다듬자고 마음먹는다. 좋은 낭독은 건강한 발성보다도 결국 진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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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라지도 못 살린 목소리 자신감, 이걸로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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