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러 빨랫줄을 걸어준 곳에 찾아온 제비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비는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 둥지를 틀어 사람들을 당황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존재를 반가워하고 지켜보는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그 마음을 조금 더 구체화한 것이 바로 '제비 배설물 받침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받침대는 사람과 제비 사이의 긴장을 줄이고, 위생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아가 공존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작은 도구이기도 하다. 단순히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을 넘어, 작은 생명도 함께 배려하겠다는 우리 사회의 약속이자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된 것이다.
작년에 황조롱이가 둥지를 습격하여 새끼들이 모두 죽자, 올해는 방패막이 같은 것을 설치해도 될지 고민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두 사례가 아니다. 새호리기가 채갔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를 걸어 온 곳도 많다. 이러한 간절한 질문에 쉽게 대답하기란 어려웠다. 황조롱이도, 새호리기도 모두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제비 새끼를 잡아먹는 장면은 인간에게는 참담할 수 있지만, 생태계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결국 필자는 막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생명을 바라보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애틋함이 묻어 난다. 단지 보호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는 우리 사회의 성숙한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충남 금산의 한 빈집에 제비가 둥지를 틀자, 집주인은 제비가 알을 낳은 것을 보고 싶다며 평소 비워두던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제비가 알을 낳았으니 집을 오래 비우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에서였다. 한 인간이 야생동물의 삶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기꺼이 바꾸는 장면은 흔치 않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일들이 지금 이 땅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제비는 이제 처마 아래, 어닝 틈, 방충망 위를 넘어 우리의 마음속 더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 배설물 받침대를 설치한 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 배술물 받침대를 설치한 모습
배설물 받침대
6월 29일, 세종시 보람동 상가 거리에서는 탐조클럽 회원들이 제비 둥지 아래 설치한 배설물 받침대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비 배설물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위생을 지키는 이 단순한 장치는 놀랍게도 상가 주인과 시민들 사이에 제비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제비를 보기 위해 상가 앞을 서성였고, 한 점주는 매년 오는 제비가 이제는 식구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 작은 구조물 하나가 도심 속 갈등을 줄이고, 야생과 인간 사이의 접점을 확장해주는 살아있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 받침대에 소망을 담은 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전국에 3천 개의 배설물 받침대가 퍼졌다. 우리는 그 숫자 안에 담긴 수많은 마음을 다 짐작할 수 없다. 제비를 위한 문구를 직접 작성해 달아준다. 글을 쓰며 소원을 비는 마음이 전해진다. 제비를 반기고, 번식과 생존을 걱정하며, 그 작은 생명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고마울 뿐이다. 제비 배설물 받침대는 단순히 제비의 배설물을 받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불편이 아닌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공존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태도를 의미한다. 제비라는 작은 생명이 주는 기쁨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제비 배설물 받침대는 큰 도움이 되었고, 분명한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제비 배설물 받침대 배포를 마쳤으며, 배포된 지역을 지도화하여 제비 서식처 분포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제비와의 공존을 위한 실질적인 발걸음이자,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작고 구체적인 실천에서 시작이 가져온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경의를 표한다.

▲ 제비 알의 모습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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