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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슬로건'에서 '시민 소통'으로

[정책은 PR로 시작, PR로 완성 ⑬] 시민 참여형 정책 거버넌스 구축해야

등록 2025.07.18 06:44수정 2025.07.1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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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은 PR로 시작해서 PR로 완성된다.
정책은 PR로 시작해서 PR로 완성된다. 구글Gemini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화려한 정책 브랜드들이 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이들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정권교체와 함께 사라지거나 변질되면서 국민들에게는 '또 다른 정치적 슬로건'으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책의 성공은 단순히 내용의 우수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어떤 채널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가 정책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 복잡한 정책을 시민들이 보다 명징하게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하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의 열쇠인 것이다.

브랜드 정책의 반복적 단절은 정권 교체를 넘어 한국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를 노정한다. 한국 정치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제도적 기억의 단절'이다. 새로운 정권은 정치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실질적 효과성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우선시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할 정책들의 연속성이 훼손된다. 정책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정책의 지속성이 단순히 정치적 의지가 아닌 제도적 기억과 조직 학습의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거대담론의 함정, 반복되는 정책 실패 패턴

제도적 기억의 단절은 거대담론형 정책들의 반복적 실패로 이어진다. 이들 정책은 모두 개념 모호성, 정책체감도 저하 등과 같은 유사한 실패 패턴을 보인다. 정치적 슬로건을 행정부처에 하향식으로 강제 주입하는 방식 또한 정책 이해도 부족, 대중 전달력 저하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한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체계적인 논리가 담보되지 않기에 이해관계자 설득부터 실패할 공산이 크다. 정책 PR이 여전히 단순한 정보 전달 기능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쌍방향의 대칭적 커뮤니케이션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시급하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본질적 문제는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가 '정책'보다 '정치인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대중들에게 정책은 법안, 예산, 사업 타당성 등이 복잡하게 연계된 고도의 전문적 함수로 인식돼, 심층적인 찬반 토론보다는 특정 정치인의 캐릭터와 개인 서사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곤 한다.

정책 자체의 합리성이나 실효성보다는 누가 제안했느냐에 따라 정책의 수용성이 결정되는 왜곡된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책 평가와 수용이 진영 논리에 예속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국정기획위원회(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책PR 기능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책 예고를 통한 정책 적응 기간 제공, 전문가 네트워크 활성화, 공론장 형성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정기획위는 단순한 절차적 기구가 아니라 제도적 학습과 정책 연속성 확보를 위한 핵심 메커니즘이다. 인수위의 부재 상황에서는 신속한 정책 로드맵 발표, 집중적인 대국민 설명회, 언론과의 적극적 소통, 시민사회와의 체계적 협의 등을 통해 대안적 정책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실제 정책 현장은 대통령 중심의 국정과제보다 훨씬 복잡하다. 각 부처와 기관의 성격에 따라 PR 양태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정치적 성격이 강한 장관 임명 시에는 양면성이 나타난다. 정치적 인지도를 활용한 정책 부각 효과가 있는 반면, 정책 본질이 정치적 논쟁에 매몰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정책PR이 정치적 도구에서 벗어나려면

한편,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참여와 책임정치의 특성을 보이며, 정책 수혜자와 정책 결정자 간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현저히 짧아 정책 효과에 대한 즉각적 피드백이 가능하다.

또한 지방선거의 정치적 동학(動學)이 전국 단위 정치와는 다른 논리로 작동할 수 있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정치적 위상과 정책 범위가 상이하며, 소속 정당 역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중앙정치의 진영 논리가 지방 차원에서는 상당히 희석될 수 있다.

한국 정책PR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책PR은 정치적 수사와 이미지 관리에 매몰되어 정책학의 본질적 목표를 상실했다. 정책PR은 기업의 PR과는 본질적으로 달라야 하며, 공공부문은 더 이상 정부 중심의 일방적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시민, 시민사회, 민간부문과의 협력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가 있다. 첫째, 증거 기반 정책 PR의 확립이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정책 수용성 예측과 커뮤니케이션 전략 최적화가 필요하다. 둘째,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에 적합한 정책소통 플랫폼 구축이다. 전통적인 매스미디어 중심의 정책홍보를 넘어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 시급하다.

셋째, 정책PR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이다.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 법학, 커뮤니케이션학을 아우르는 학제 간 접근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넷째, 정책PR의 제도화와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이다. 현재 각 부처와 기관별로 파편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홍보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 산하에 '정책소통청'과 같은 전담기구를 신설해 정부 전체의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통합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책PR이 정치적 도구에서 벗어나 민주적 시민성 함양과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공공재로 거듭날 때, 비로소 '정책은 PR로 완성된다'는 명제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단순한 홍보 기법의 개선을 넘어 정책PR의 이론적 기반 재정립, 시민 참여형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 단절의 악순환을 끊고, 진정한 정책 혁신을 위한 시작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김민석은 성균관대 박사과정에서 행정학과 정책학을 수학하고, 현재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 전략기획부문 브랜드전략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한국PR협회 ESG이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외부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소통의 접점에서 실천적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정책PR #정책소통 #국정기획위원회 #국정과제 #정책소통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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