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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차도를 걷고 나서야 느낀 것

[자연이 가장 소중하다] 1. 도시인이 잃어가는 생태계서비스

등록 2025.07.11 14:26수정 2025.07.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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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도시화는 자연과 생태계 파괴를 불렀고, 인류는 그로 인한 편익보다 나쁜 결과를 부메랑으로 맞고 있다.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본 연재를 싣는다.[기자말]

24번국도고개 몇 해 전 국토종주를 하면서 이 국도고개를 넘을 때 유일한 쉼터가 돼 주었던 곳. 지금은 졸음쉼터가 들어서 있다.
▲24번국도고개 몇 해 전 국토종주를 하면서 이 국도고개를 넘을 때 유일한 쉼터가 돼 주었던 곳. 지금은 졸음쉼터가 들어서 있다. 나한영

무더운 여름철에도 걷기를 안 할 순 없다. 더운날 걷기를 하다 보면 몇 년 전 국토 종주를 할 때 아미단맥(호남정맥 광덕산564m에서 아미산515m을 향해 갈라지는 산줄기)을 넘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찜통더위를 도로 한복판에서 경험했었다. 그날은 5월 중순이었는데 구름 한 점, 바람 한 줄기 없는 따가운 땡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당시 순창군 읍내로 가기 위해 아미단맥을 넘어야 했다. 그런데 난관이 생겼다. 지도상으로는 아미단맥을 넘는 하태재 고갯길이 막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옛날에 다니던 사람길이 요즘은 거의 차도로 대체돼 이곳도 그런 줄만 알고 하는 수없이 차도를 이용해 고개를 넘으려고 24번 국도로 들어섰던 게 실수였다.

이 도로는 24번 국도와 대구광주고속도로(구 88고속도로)의 2개의 도로가 붙어서 나란히 넘는 보기 드문 차도 고개이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던 곳에 도로를 놨기 때문에 옛 고개 이름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24번 국도 고개' 또는 '88고속도로 고개'로만 부른다. 이곳을 넘으면서 찻길이 얼마나 사람에게 가혹하고 삭막한지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두 도로가 나란히 아미단맥 고개를 넘는 찻길을 걸으면서 보니 그 광활한 삭막함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다가왔는데, 그 거대 공간이 온통 뜨거운 열기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날 벌써 많은 거리를 걸어왔지만 그렇게 더운 줄 몰랐었는데,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넓은 포장도로 위는 숨이 막하는 사막 같은 더위만 있었다. 신록의 5월에 도로 위에서 때아닌 가마솥 더위를 체험했다.

이 지역은 분명 자연이 넘실거리는 시골의 한 고개였지만 흙을 포장해 지기와 생태를 차단하고 산줄기의 숲을 베어내 자연을 정면으로 막아선 두 포장도로가 만들어낸 더위는 생각보다 엄청났다. 여기에 100℃가 넘는 엔진을 단 자동차들도 연신 고개를 넘으며 열기를 뿜고 타이어의 마찰열로 도로를 뜨겁게 달궜다.

단 1그루의 나무, 흔한 흙을 다시 본 이유

자연이 말없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생각보다 크다. 아메리칸 대학의 마이클 알론조는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 정원 등 다양한 장소의 온도를 7만 번이나 측정해 단 1개의 나무도 주변 온도를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무 그늘의 냉각 효과는 새벽까지도 이어졌다. 또 흙은 입자들 사이사이에 공간이 많아 햇빛을 받아들인 열이 통풍이 잘 되어 쉽게 빠져나간다. 그러나 아스팔트는 빛 반사율(알베도)이 낮아 햇빛의 열을 가둔다. 아스팔트의 빛 반사율은 0.1 이하(아스팔트는 10의 빛을 받으면 1은 반사하고 9는 흡수한다는 뜻)이다.


흙과 나무가 자리하던 자연을 대신해 차도가 놓이면 그곳의 온도가 얼마나 올라갈지를 예상하게 된다. 차도 하나도 이런데, 모든 땅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도배된 도시는 어떨까. 도시는 흙이 보이지 않을 만큼 도로와 건물이 땅을 덮은 위에 열을 뿜는 장치(에어컨 실외기, 자동차 등) 등 각종 산업 및 소비 행위가 더해져 열기가 쌓이게 되는 구조다. 도시 열섬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렇게 도시가 더워지면 사람들은 냉방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도시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또 아스팔트가 낮에 간직했던 열을 밤에 천천히 내뿜으면서 밤이 되어도 도시의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더운 여름철에 열대야 현상까지 일어난다. 게다가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에 막혀 열이 쉽게 도시 바깥으로 빠져 나가지도 못한다. 도시는 지구온난화와 생태 환경 파괴의 주범이지만 시민들이 이 도시 안에서 밤낮으로 고통을 겪으며 생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게 서글프다.


전 세계 GDP 규모의 두 배 넘는 손실 발생

유엔 새천년생태계평가(MEA)는 생태계와 인간의 웰빙 사이의 연결을 주목하면서 생태계로부터 인간이 얻는 중요한 혜택을 설명하기 위해 '생태계서비스'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즉 '생태계서비스'란 생태계로부터 인간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얻는 편익을 말한다.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환산하기 위한 '생태계 서비스 계정화' 작업이 2010년대 말부터 UN과 EU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착수됐다.

2021년 BCG(보스턴컨설팅그룹)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계 기능 감소로 인해 연간 최소 150조 달러가 넘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TEEB 이니셔티브 연구). 이는 전 세계 GDP 규모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주고 있던 편익의 가치가 그만큼 막대한 것이고, 인류는 이 생태계 파괴로 자립으로는 복구할 수 없는 막대한 손실과 함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2024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 내 발생할 전 세계 10대 위험 중 3위에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꼽았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산림과 습지 면적이 산업화 이전 대비 각각 약 68%, 13%까지 대폭 감소했다.

우리는 도로 하나를 놓을 때, 도시 하나를 건설할 때, 얼마나 많은 생태계서비스를 포기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포장도로 하나를 건설하는 것도 생태계 파괴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도로를 건설할 수밖에 없다면 이에 상응하는 녹지 건설이 필요하다. 나는 서울이 30도가 넘는 폭염으로 들끓고 있을 때 산속을 걸으며 폭염 경보가 무색할 만큼 에어컨보다 시원한 자연 바람을 만끽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우리나라 산하와 그곳의 무심한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가 생태계와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가 겪는 더위 그리고 날로 심해가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앙이 자연 생태계의 소중함을 무시한 결과라는 단순한 사실을 이 무더운 여름철에 한번쯤은 되새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생태계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기후재앙 #산업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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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학술관련 IT회사 창업, 판교테크노벨리 IT 벤처회사 대표로 재직 중에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Hiker로 살며 사단법인 사람길걷기협회를 설립하고 이사장에 추대되었다. 사람길로 국토 종주길 창시자, 현재 사람길국토종주단 인솔 중.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KIC Silicon Valley Alumni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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