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조성 현장 주차장 조성 현장
박보현
이곳은 진주농과대학 시절부터 조성돼 수십 년간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그늘과 휴식을 제공해 온 공간이다.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캠퍼스에서 메타세쿼이아, 튤립나무, 플라타너스 등 수십 그루의 대형 수목이 베어지고, 그 자리에 차량 1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아스팔트 주차장과 전기차 충전소가 들어섰다.
경상국립대 시설과는 "동물실험센터 신축에 따른 임시 주차장 확보가 불가피했다"며 "건물 완공 후 46면 규모의 주차장을 확보하고, 수목 식재 등으로 녹지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주시 건축과도 "대학 부지 내 공사로 지난 1월 10일 정식 허가를 받고 6월 20일 공사를 착공했다"며 "절차상 위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여름만 되면 찾는 그늘이었는데..."
그러나 시민과 전문가들은 "학교 담벼락을 따라 식재된 나무를 보존하면서도 주차장 조성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수십 년 된 고목들을 없애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는지, 다른 대안은 충분히 검토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학습지 교사 성순옥씨는 방문 지역이 인근이라 자주 이곳을 지나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13일 자신의 SNS에 당시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의과대학 정문 앞 오랜 나무들이 오늘 다 베어졌다. 여름이면 늘 찾았던 나무 그늘이 완전히 사라졌다. 나무가 자라온 시간이 베어내는 시간보다 이렇게나 하찮은 것이었을까요. 제 추억도, 선배들의 추억도 한순간에 사라졌고, 아끼던 무환자나무도 더는 볼 수 없네요."
의대 인근에서 4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한 한 주민은 "여름이면 나무 아래서 더위를 식히던 기억이 선명하다"며 "지하 주차장이나 옥상 활용 같은 대안은 고려조차 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호철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명예교수는 "이 숲은 단순한 조경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누려온 생태 인프라"라며 "산림자원학과, 환경공학과, 조경학과까지 갖춘 대학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열섬 완화와 녹지 확충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도시숲을 없애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덧붙였다.

▲경상국립대병원 주차 타워 경상국립대병원 주차 타워
박보현
실제로 해당 캠퍼스 인근에는 경상대 병원과 연결되는 4층 규모의 철골 주차타워가 운영 중이며, 병원 정문 녹지 일부도 3400㎡ 규모의 지상 주차장으로 전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해당 캠퍼스 인근에는 경상대 병원과 연결되는 4층 규모의 철골 주차타워가 운영 중이며, 병원 정문 녹지 일부도 3400㎡ 규모의 지상 주차장으로 전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상연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 공공기관의 의사 결정에는 생태 감수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생태자원을 단지 공간 확보나 기능성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접근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강호철 교수는 "이번 훼손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연쇄적 개발의 신호탄일 수 있다"며 "다음 차례는 백 년 가까이 진주의 허파 역할을 해온 칠암캠퍼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스스로의 생태 자산을 지키지 못하면 민간 개발 논리에 명분을 주는 셈"이라며 "건축 허가는 법적으로 관리되지만, 생태자산 보호와 사후 관리는 미비하다"며 "도시숲 보전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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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진주시민 여름쉼터였던 나무들, 하루아침에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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