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 제작하는 일을 하는 라우라는 비건이다. 바질을 수확하고 있다.
조계환
라우라(독일, 22세)는 비건이다. 고기와 생선은 물론이고 우유, 계란, 꿀 등 동물성 식품은 전혀 안 먹는다. 16살 때 공장형 축산에 대한 다큐멘터리 몇 편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을 시작했다. 공장형 축산에서 동물 사료를 화학농으로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자원을 소모하고,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축산업을 통한 환경 오염은 대량의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기후위기를 촉발시킨다.
6년간 채식을 했지만,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가끔 비타민12를 영양제로 섭취하는 정도다. 독일에서는 10% 정도의 사람들이 채식을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능하면 채식 음식을 먹으려는 유연한 채식주의자들이 많다.
채식 문화가 정착되면서 식당에 채식 메뉴가 점점 많아 지고 있다. 라우라의 다른 가족들은 여전히 고기를 먹고 있지만, 처음 채식을 시작했을 때 어머니가 딸도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요리법을 바꾸고 도움을 주셨다.
지도 만드는 일을 하는 라우라는 세계 여행중이다. 베트남을 거쳐 막 한국 여행을 시작하고 있는데, 농장에서 함께 유기농사를 지으며 채식을 하고 있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는 조금씩이라도 고기를 줄이는 작은 실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이라면 좀 더 영리한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어요"

▲ 로사는 다양한 채소와 콩, 두부를 먹으며 채식을 한다. 오이를 수확하고 있다.
조계환
의상학을 전공하고 옷 만드는 일을 하는 로사(영국, 23세)는 14살 때 채식을 시작했다가 16살 때부터는 철저한 비건이 됐다. 십대들의 기후 변화 시위에 참여하면서 채식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졌다. 친구들도 대부분 채식을 한다.
유제품과 모든 동물성 식품을 전혀 안 먹는 비건 생활을 2년 정도 하다가 18살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만뒀다. 물론 비건 여성이라도 아무 문제 없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여성이라면 건강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이 완쾌된 후 종합 비타민과 철분제를 병행하며 다시 채식을 하고 있다. 다양한 채소와 콩, 두부를 많이 먹는다.
유럽에서는 채식이 아주 흔한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차별 받는 일은 없었다. 로사는 7남매 중 한 명인데, 혼자만 채식주의자였다. 아버지는 이 점을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어머니가 배려해 주셔서 고기를 덜어낸 후 음식을 주셨다.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로사가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가족을 위한 요리를 도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도 집에서 채식 음식을 먹게 되었다. 맛있는 채식 요리를 차려주면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남자친구 토마스와 아시아 여행 중인데, 여행지에서는 엄격한 채식을 하기가 어려워 유연한 채식을 하고 있다. 극단적인 비건은 건강을 위해 조금 조심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채식 생활은 더 다양하고 균형잡힌 식단을 만들어준다. 채식이 더 나은 지구를 위해서 꼭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고기를 끊고 더 나은 환경 만들어봐요"

▲ 환경 단체에서 일했던 토마스는 유기농에 관심이 많았다. 풀을 매고 있다.
조계환
토마스(영국, 24세)는 영국의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환경 단체 연구원으로 일했다. 18살 때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10대 때 친구들과 스페인으로 놀러가서 값싼 소고기를 잔뜩 먹었는데, 좀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기를 완전히 끊었다. 굳이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8년째 채식을 하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
콩과 다양한 채소를 소스와 함께 많이 먹는다. 채식 요리를 좋아하고 새로운 메뉴를 찾거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은 인구의 8%가 채식주의자다. 여동생도 채식을 해서 집에서 채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여자친구 로사도 채식주의자라 함께 채식하는 즐거움을 나눈다. 환경을 보호하는 유기농에도 관심이 많아서 집에서도 제철꾸러미 같은 방식으로 유기농 채소를 정기 주문해서 먹는다.
고기를 바로 끊는 게 어렵다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이라고 시도해보라고 추천한다. 조금씩 채식을 하다보면 채소 먹는 맛을 느낄 수도 있고 동물과 환경에도 더 좋은 실천이라는 걸 느끼게 될 것이라고.
"15년째 채식을 합니다"

▲ 미리암은 15년째 채식을 하고 있다. 힘도 좋고 농사 일도 잘한다. 가지를 수확하고 있다.
조계환
미리암(스위스, 27세)은 세포생물학을 전공하고 흙과 물, 퇴적물의 환경 변화를 조사하는 연구원이었다. 자원봉사로 소방관 일도 했다. 12살 때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네 자매 중 둘째인데, 어머니와 자매들이 모두 채식주의자다.
처음 채식주의자가 되는 과정은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환경이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다른 생명체를 죽여서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가족이 함께 채식을 하며 다양한 채소를 요리해 먹어서인지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다.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때 방귀가 좀 많이 나오는 기간이 있었지만 곧 사라졌다.
스위스는 인구의 5%가 채식주의자인데 매년 늘어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채식을 하고 있다. 일찍 채식을 시작해서 벌써 15년이나 되었는데, 전에 먹던 고기가 그리웠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사회전반적으로 채식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 같다. 최근 스위스에는 모든 식당에 채식 메뉴가 있다.
채식을 하면 맛잇는 고기도 못 먹고 건강도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다양한 채소 요리를 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느끼고 몸도 건강해졌다고 생각한다. 단백질은 고기만이 아니라 콩이나 다양한 채소에도 들어있다. 견과류, 콩, 씨앗부터 채소와 과일을 다양하게 먹는다.
한국을 여행하며 채식 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랐다는 미리암. 한국말을 공부하는 중인데 소통이 어려워 채식이 힘들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 여름이 되면서 채소가 쏟아져 나온다. 다양한 채소로 요리하며 폭염을 이긴다.
조계환
로사만 한창 성장기 때 극단적인 비건 생활을 하며 잠시 건강에 문제가 생겼던 적이 있었을 뿐, 다른 친구들은 채식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겪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폭염에 몇 시간씩 농사일을 하면서도 더위를 먹거나 기운을 잃지도 않고 다들 생생하다. 턱걸이나 수영을 할 때 보면 체력이 다 보통 수준은 뛰어넘는다.
'거의 채식'을 하는 우리도 사실 거친 육체노동을 하는 농부들인데 힘이 달리거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 토마토, 가지, 오이, 옥수수, 줄콩, 오크라, 공심채 등 다양한 채소를 먹는 요즘 같은 여름이면 오히려 기운이 솟아난다.
유럽에서는 채식이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라 채식 메뉴가 있는 식당이 대부분이고 배려받는 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 동참해서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적어도 지금처럼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문제의식은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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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골 푸른밥상' 농부.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흙과 함께 살아가는 전업 농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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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 관심 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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