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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공부에서도 편식은 해롭다

[서마학(서울대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 연대 칼럼 ⑤] 신정완 교수

등록 2025.07.21 10:28수정 2025.07.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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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부에서 2025년 2학기부터 마르크스 경제학 관련 과목들을 수강생이 적다는 이유로 폐강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마르크스 경제학 과목들은 고 김수행 교수가 담당했던 과목들인데 2008년에 김수행 교수가 정년 퇴임한 후에는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전임교수를 임용하지 않고 시간강사가 강의를 맡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그런데 이번 결정을 통해 과목들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

이에 반발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이라는 모임을 조직하여, 마르크스 경제학 과목들 재개설을 요구했다. 그리고 경제학부 교수들이 폐강사유로 거론한 강의수요 부족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이기 위해, 서울대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시민도 수강할 수 있고 강의실에서의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무료 강좌인 '정치경제학 입문' 강좌를 개설했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오래 마르크스 경제학 과목들을 맡아온 강성윤 박사가 강의했고, 강 박사의 의견에 따라 무료 강좌로 개설됐다. 학점이 부여되지 않은 대중 공개강좌에 무려 3068명이 수강 신청했고 서울대 강의실에서 열린 오프라인 수업에도 6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필자가 서울대 경제학부 내의 사정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지만 폐강이 결정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김수행 교수의 퇴임 이후 마르크스 경제학 담당 전임교수를 신규 임용하지 않은 점이 수강인원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로 체제 전환한 후 마르크스 경제학 등 반(反)자본주의적 급진적 경제학의 위상이 약화된 점도 거시적 차원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서울대 입학생 중 상류층 자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학생들의 이념적, 정서적 성향이 보수화되고 진로 선택이나 생활 스타일 등에서 주류(mainstream) 지향성이 강화되어 급진적 성격의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을 수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들의 학문적 성향 동질화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부활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의 첫 수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에서 열렸다. 강성윤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부활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의 첫 수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에서 열렸다. 강성윤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초하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의 학문적 성향의 강한 동질화가 아닐까 싶다. 강의 개설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교수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의 교수들은 거의 전부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케인스 경제학의 위상이 하락하고 통화주의, 새고전파(new classical school) 등 신고전파 경제학(neoclassical economics)의 전통 위에 있되 시장주의적 성향이 유달리 강한 경제학 조류들이 경제학계의 주류로 부상하던 시기 또는 이미 주류로 확고히 자리 잡은 시기에 미국에서 본격적인 경제학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이 경제학의 지배적 패러다임이 된 지는 아주 오래이나 1980년대 이래의 신고전파 경제학은 2차대전 이후 1960년대 말까지 자본주의 황금기의 신고전파 경제학과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자본주의 황금기에는 주류경제학계가 '신고전파 종합(neoclassical synthesis)'이라는 형태로 신고전파 경제학과 케인스 경제학을 절충하려 했고, 따라서 정부의 경제개입 필요성을 상당히 폭넓게 인정했다. 이런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이 사무엘슨(Paul Samuelson)인데, 1980년대 이후에는 프리드만(Milton Friedman)으로 대표되는 강성 시장주의적 신고전파 경제학이 득세하였다. 그리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대부분은 미국 유학 시절에 후자의 영향을 크게 받은 사람들이라 판단된다. 이런 교육 배경이 마르크스 경제학 과목들 폐강 결정에도 작용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신고전파 경제학 일색, 그것도 강성 시장주의적 신고전파 경제학 일색의 교육이 과연 바람직한가? 신고전파 경제학은 물론 강점도 있지만 당연히 약점도 있다. 예컨대 균형 위주의 이론체계는 공황 또는 경제위기(economic crisis)를 설명하기 어렵다. 케인스 경제학의 학계 내 위상이 이미 크게 낮아진 시기인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국면에서 강성 시장주의적 신고전파 경제학의 아성인 미국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나라들이 결국 케인스주의적 처방에 의존해야 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또 1950-60년대의 케임브리지 자본 논쟁(Cambridge capital controversy)에서, 신고전파 경제학의 자본 개념, 자본의 합산 문제 등 어떤 면에서는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과 관련하여 영국 포스트-케인지안 경제학자들이 제기한 여러 비판에 사무엘슨 등 당대 최고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제대로 응수하지 못하고, 결국 논쟁에서 패배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후에도 이런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과거와 같은 내용으로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이는 학문적 논리의 힘이 아니라 그저 경제학계 내에서의 세력관계에서의 우위의 효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해결하지 못한 이론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들 중 특히 중요한 문제들은 신고전파 경제학이 더 발전하면 해결되리라 믿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부분 신고전파 경제학의 방법론 자체의 한계를 반영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경제학 역시 다른 경제학파와 마찬가지로 강점과 약점을 모두 가진다. 그리고 마르크스 경제학 등 비주류경제학의 경우엔 주류경제학과는 달리 학문 내적인 약점뿐 아니라 사회적 여건의 불리함이라는 조건까지 가세한다. 비주류경제학 전공자들은 제도권 학계에 진입하기 어려운 관계로 숫자가 얼마 안 되고 안정적 연구기반을 확보하기 매우 어려우며, 따라서 연구에 전념하고 서로 활발한 협력과 논쟁을 통해 학문을 발전시켜 가기 어렵다. 즉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조건이 가세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에 그다지 이념적 거부감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런 의문은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소련 등에서 실험된 사회주의권의 붕괴가 마르크스 경제학의 오류, 따라서 마르크스 경제학 교육의 불필요성을 증명한 것은 아닌가?

마르크스 경제학과 현실 사회주의 체제 간의 관계는 많은 쟁점을 포함하는 어려운 주제다. 필자는 현실 사회주의 체제의 실패를 오직 마르크스 경제학 탓으로 돌리는 것도 잘못이고, 마르크스 경제학과 아무 관계가 없는 문제라 보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관에는 중요한 결함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설령 마르크스가 제시한 사회주의 대안에 결함이 있다고 해도 그의 자본주의 분석과 비판 전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마르크스 경제학의 핵심은 물론 사회주의관이 아니라 자본주의 분석이다.

한 사람의 사상이 고도로 일관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흔하다. 특히 마르크스처럼 생애 전체에 걸쳐 여러 근본적 이슈와 씨름하며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 사회의 모습를 고민했던 사람, 그리고 기존의 고전파 경제학과 다른 전인미답의 새로운 경제학의 길을 외롭게 개척해 간 사상가에게는 서로 아귀가 잘 맞지 않거나 심지어 서로 충돌하는 사고요소들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개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되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 다양하고 복잡한 사유요소들 속에 앞으로 더 발전시킬 가치가 충분히 있는 중요한 통찰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학문 편식은 결국 학생들의 약점이 된다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부활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의 첫 수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에서 진행됐다. 강의실 앞에 서울대의 강의·강사 채용 배제를 비판하는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부활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의 첫 수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에서 진행됐다. 강의실 앞에 서울대의 강의·강사 채용 배제를 비판하는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정초하

인생에서 대학생 시절은 졸업 이후 직업활동에 필요한 기본적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사고의 폭과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하는 시기이자 또 넓혀가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서로 대립하는 이론들과 사상들에 접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형성해 갈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대학의 경제학과 커리큘럼은 편협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학이나 사회학 등 다른 사회과학 분야들에 비해 경제학의 커리큘럼은 일관성과 체계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나 경제학도가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일 것이다.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여왕'이란 별명에 걸맞게 다른 사회과학 분야들에 비해 엄밀한 과학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리큘럼도 잡다하거나 어수선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여러 학문 패러다임이 경합하는 다른 사회과학 분야들과는 달리 경제학에서는 신고전파 경제학이라는 단일 패러다임이 압도적으로 지배적 위상을 차지하는 데 기인할 것이다. 이런 커리큘럼으로 인해 경제학과 졸업생들은 대체로 수리적, 연역적 사고에서 강점을 보이는 데 반해 대체로 독서의 폭이 좁고 사회들의 역사와 제도에 관한 지식, 인접 학문 분야들에 대한 폭넓은 교양 등에서 다른 사회과학 전공자들에 비해 약점을 보이곤 한다.

그런 점에서도 마르크스 경제학 교육은 유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에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가난하고 고통받는 자들의 삶의 조건에 주목하는 묵직한 문제의식이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다른 경제학 조류들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거나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기도 하다. 기업 내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기술적, 사회적 조건에서 노동을 수행하는가를 다루는 노동과정론, 자본주의 경제의 어떤 특성이 공황을 야기하는가를 다루는 공황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역사와 제도에 대한 큰 관심, 경제와 정치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접근법 등 다른 경제학 조류들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내용들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격변, AI 등 고도기술이 제기하는 다양한 도전 등 현재 인류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에 잘 맞서려면 일단 가능한 한 기존의 학문들을 최대한 넓게 섭렵하여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추출하고, 이것들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이 생겨날 것이다, 학문 다양성이 중요한 것은 그저 이것저것 폭넓게 알면 교양 있고 품위 있어 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미리 확실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지적 자원의 통로를 가능하면 넓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학문에서 편식이나 기존 학문 방식의 답습은 해롭다. 심지어 신고전파 경제학의 발전사를 살펴보아도 기존의 학자들이 다루지 않은 주제를 다루거나 다른 방식으로 다룬 학자들, 다른 경제학 조류나 경제학이 아닌 다른 학문과 깊이 접촉해 본 학자들, 즉 당시 기준으로는 주류경제학과는 다른 접근을 취한 '이단적', '비주류적' 학자들이 신고전파 경제학의 영역을 확장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신제도경제학이나 행동경제학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그리고 예컨대 신고전파 경제학의 역사 분야로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는 신경제사 분야의 창시자인 노스(Douglass North)의 경우엔 청년 시절에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했었고. 이런 지적 경험이 신경제사를 개척하는 데 자양분으로 작용했다고 본인이 술회한 바 있다. 생물학적 진화에서와 마찬가지로 학문의 발전에서도 동종교배는 해롭다.

얼마 전에 열린 마르크스 경제학 대중 강좌에 수천 명의 수강생이 몰렸다는 사정은 마르크스 경제학 또는 그 이름이 상징하는, 무언가 현재와는 다른 사회에 대한 학생들과 사회인들의 관심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강인원이 적어 마르크스 경제학 과목들을 폐쇄했다는 것이 경제학부의 공식적 입장인데, 이는 일시적 현상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강의 개설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학생들이 많은 상황에서 서울대 경제학부는 폐쇄한 과목들을 다시 복원하는 간단한 결정을 하면 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마르크스 경제학 외에도 기후위기나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들에 깊이 있게 천착해온 여타 비주류경제학 조류들의 문제의식과 접근법을 학생들이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과목을 신규 개설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을 포함하여 비주류경제학을 공부할 기회를 폭넓게 여는 커리큘럼 정책은 서울대 경제학부를 지금보다 더 활력 있고 매력적인 학부로 발전시켜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폭넓은 지식과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여러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분투하는 학생들을 양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신정완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입니다.
#서울대 #마르크스주의 #서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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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마르크스경제학 미개설에 맞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2025년 여름학기에는 비공식 정치경제학입문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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