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나타난 가창오리 수컷
임도훈
그렇기에 7월, 금강 세종보에서의 가창오리 관찰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분류된다. 겨울철새들이 여름에 확인되는 것은 대체로 이동 중 부상이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한 낙오나 잔류로 해석되곤 한다. 이번 가창오리 역시 이런 낙오나 잔류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세종보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낙오된 가창오리라도 세종보를 찾은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수문이 개방되지 않았다면 가창오리가 이곳을 찾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보는 오랫동안 4대강 사업의 상징적 공간 중 하나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4대강 16개 보 중에 2017년부터 유일하게 한 번도 수문이 닫히지 않은 보가 세종보이다. 금강 뿐만 아니라 4대강에 수문이 개방되면 생태계가 회복된다는 의미를 담긴 곳이 세종보이다. 수문 개방과 흐름 회복을 통해 생태적 변화의 조짐을 가창오리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종보 개방 이후, 강물의 흐름이 복원되며 자정 능력이 회복되고, 모래톱과 여울이 살아나면서 수서곤충, 어류, 수초, 그리고 철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물을 가두지 않은 흐름 중심의 물환경은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인간 개입이 줄어든 생태계의 회복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창오리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생존 조건이 까다롭고, 먹이와 휴식처, 은신처가 모두 갖춰져야만 체류가 가능한 철새다. 이러한 종이 한여름 세종보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이곳의 생태적 조건이 일정 부분 회복되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을 지키는 투쟁에 자연이 응답했다고 해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희망적인 메시지 반대로 위험이 일 수 있다. 이 겨울철새가 왜 이 여름에 여기에 있는지를 고민해 보면, 가창오리가 위험해 처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가장 먼저, 부상 또는 건강상 문제로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해졌을 가능성이다. 세종보 인근에서 잘 회복하고 다시 겨울을 나고 시베이아로 떠나는 것을 응원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능성은 더욱 깊고 구조적인 문제, 즉 기후 위기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철새들의 이동 경로, 번식 시기, 도래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는 이미 수없이 축적되고 있다. 평균 기온 상승, 계절 경계의 불분명화, 기후 이상 현상은 철새들에게 '이동'이라는 본능적 생존 전략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 북유럽에서는 이미 일부 종의 '텃새화' 현상이 보고되었고, 국내에서도 겨울철새의 조기 도래 혹은 잔류 기록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가창오리의 세종보 여름 체류가 그러한 기후 위기 현상의 하나라면, 이는 단지 금강의 회복을 넘어 지구적 경고의 신호탄일 수 있다. 이상기후는 가창오리 같은 종의 생태적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흔들며, 기존 보호 전략에 대한 재정비를 요구하는 메시지 일 수 있다.
세종보의 관찰은 단순한 우연이나 낭만적 해석으로 흘려보내기에는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생태계 회복의 가능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인간 중심의 기후 변화가 자연의 균형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두 얼굴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작은 철새를 통해 생태계 회복의 희망을 보고, 동시에 기후위기의 실체를 마주해야 한다. 생명의 다양성과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 모니터링, 과학 기반의 조사가 절실하다. 특히 한국은 가창오리의 전 세계적 월동지로서의 책임을 지닌 국가로서, 이들의 변화 양상에 대한 주도적 연구와 보호 대책 수립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여름 세종보를 스친 작은 날갯짓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지 한 마리 새가 아니라, 그 새가 의지하는 생명의 터전이자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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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로 떠나야 할 철새가 왜 이곳에... 반갑고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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