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을 위한 공간

광주광역시 광산구 '살던집', 주거복지 모델의 새로운 길

등록 2025.07.15 12:04수정 2025.07.15 12:04
0
원고료로 응원
 광산구 '케어홈센터'에서 근무하는 (사진 왼쪽부터) 강인경 사회복지사, 최은영 작업치료사, 김창훈 사회복지사가 센터의 연계로 병원·시설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중간집'을 홍보하고 있다.
광산구 '케어홈센터'에서 근무하는 (사진 왼쪽부터) 강인경 사회복지사, 최은영 작업치료사, 김창훈 사회복지사가 센터의 연계로 병원·시설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중간집'을 홍보하고 있다. 광산구

"삶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출구여야 한다."

나의 행정 철학을 관통하는 중심축이다. 기초자치단체를 경영하는 처지에서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복지는 '존엄'이라는 단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단지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나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다.

집은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광산구가 전국 최초로 개소한 '케어홈센터', 그리고 그 핵심 모델인 '살던집'은 바로 그런 철학에서 출발했다.

'살던집' 프로젝트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익숙한 생활 공간인 집에서 지역 사회와 연결된 채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거 융합 복지 모델이다. '주거-의료-돌봄'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문을 연 '케어홈센터'는 돌봄 전담 인력 8명이 상주해 대상자 발굴,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일상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곳은 주민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돌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중간집'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퇴원한 이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전 자립을 준비하는 회복 공간이다. 광산구는 전국 최초로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공실을 활용해 이런 '중간집' 30호를 확보했다.

'케어홈센터'와 연계된 '중간집' 입주자는 의료·돌봄 통합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1호 입주자인 박아무개씨는 장기 입원 생활을 마치고 광산구 의료급여관리사의 연계로 주거지에 복귀해 지원을 받고 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사진 왼쪽부터)과 김승남 광주도시공사 사장, 전명숙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이 광산구 '케어홈센터' 개소식이 열린 지난 9일 센터의 연계로 병원·시설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중간집'을 찾아 입주자와 면담하고 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사진 왼쪽부터)과 김승남 광주도시공사 사장, 전명숙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이 광산구 '케어홈센터' 개소식이 열린 지난 9일 센터의 연계로 병원·시설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중간집'을 찾아 입주자와 면담하고 있다. 광산구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다

많은 이들이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옮겨지면서 '환자'가 되고, '관리'의 대상이 된다. 낯선 벽, 모르는 냄새, 익숙하지 않은 시간표 속에서 인간은 점점 '존재'로서가 아니라 '상태'로 분류된다.

그러나 누구나 그 사람의 방식으로, 그 사람만의 기억과 습관이 담긴 공간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살던집'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주거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역사가 깃든 곳, 나의 고유성이 존중 받는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마지막을 함께해줄 사람들이 있는 공동체다.

복지는 물리적 공급이 아니라 '의미'의 전달

복지를 숫자로 평가하는 시대를 우리는 오랫동안 살아왔다. 몇 가구가 주거 지원을 받았는가, 얼마나 많은 어르신에게 돌봄서비스가 제공됐는가를 따진다. 하지만 복지는 본래 '함께 살기 위한 사회의 철학'이다. 그것은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회복하는 일이다.

'살던집'은 그 자체가 하나의 철학적 선언이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삶의 끝자락에서 인간의 존엄을 방치하지 않겠다", "돌봄은 시설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어야 한다", "의료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사는 방식이다" 이 모든 문장을 하나의 정책으로 엮어낸 것이 바로 '케어홈센터'다.

 광산구 케어홈센터 입구에 업무를 소개한 안내판이 붙여있다.
광산구 케어홈센터 입구에 업무를 소개한 안내판이 붙여있다. 광산구

존엄한 죽음을 위한 사회적 상상력

우리 사회는 '존엄한 죽음'을 말하는 데 익숙지 않다. 하지만 선진 복지국가로 갈수록,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내가 선택한 공간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가. 이것은 결국 한 사회의 문화·인권·복지 수준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거울이다.

광산구의 '살던집'은 그런 새로운 길을 여는 실험이다. 이제는 죽음을 의료의 영역이 아닌 공동체의 품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것은 냉정한 시설보다 따뜻한 사람의 손길이, 낯선 기계보다 익숙한 목소리가 더 많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길이다.

삶과 죽음의 연속성 그리고 인간의 품위

칸트는 인간을 "그 자체로 목적이어야 할 존재"라고 말했다.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바라보는 철학이야말로 복지 행정의 근본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시작일 뿐 아니라 끝까지, 즉 태어남에서부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존엄을 지켜야 한다.

'살던집'은 이런 연속성을 품은 공간이다. 단절이 아닌 연속, 낯섦이 아닌 익숙함, 시설이 아닌 삶의 연장선. 여기에 의료와 돌봄이 스며들고, 공동체와 기술이 접목될 때 비로소 새로운 주거복지의 모델이 된다.

누구나 살았던 집에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광산구는 '살던집'을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운동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 운동은 공간과 예산, 의료와 돌봄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권리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집단적 질문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혹은 본인으로서 이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살던집'은 단지 광산구의 혁신 사례가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이 배워야 할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지영 광산구 주거의료급여팀장이 지난 9일 광산구 우산동 송광종합사회복지관 3층 ‘케어홈센터’ 개소식에서 ‘살던집’ 프로젝트를 설명을 하고 있다.
이지영 광산구 주거의료급여팀장이 지난 9일 광산구 우산동 송광종합사회복지관 3층 ‘케어홈센터’ 개소식에서 ‘살던집’ 프로젝트를 설명을 하고 있다. 광산구

복지는 인간다운 삶의 최소 조건

복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일이다. 광산구의 '살던집'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누구도 낯선 곳에서 홀로 떠나지 않게 하자. 누구나 자신의 삶을 닮은 공간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을 나눌 수 있도록 하자."

이 단순하지만 위대한 목표를 향해, 광산구는 먼저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전국이 그 발걸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지난 9일 우산동 송광종합사회복지관 3층에서 ‘살던집 케어홈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센터 개소를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는 참석자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지난 9일 우산동 송광종합사회복지관 3층에서 ‘살던집 케어홈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센터 개소를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는 참석자들. 광산구

'삶을 품은 집' 광산구 케어홈센터 개소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지난 9일 우산동 송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살던집 케어홈(돌봄전담)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살던집' 프로젝트는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병원, 요양원 등에 가지 않고도 원래 살던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도록 주거·의료·돌봄을 융합해 지원하는 전국 최초의 주거 복지 사업이다.

광주시에서 유일하게 2025년 보건복지부의 '주거인프라 연계 돌봄서비스 시범사업'에 선정된 광산구는 우산동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광주도시공사와 협업해 '케어홈센터', '중간집' 등 기반 시설을 마련했다.

이날 문을 연 '케어홈센터'는 송광종합사회복지관 3층(102㎡)에 조성됐다. 돌봄 전담 인력 8명이 상주해 대상자를 발굴지원하고, 맞춤형 방문운동 및 건강프로그램 운영 등 주민 밀착형 돌봄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중간집'은 병원·시설 퇴원 후 전환기에 있는 주민을 위한 회복 및 자립 준비 공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하여 운영하는 것은 광산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도시공사 우산빛여울채 공실을 활용해 총 30호를 확보했다.

광산구는 앞으로 '케어홈센터'와 연계해 중간집에 입주한 주민에게 의료·돌봄서비스를 제공, 지역사회 복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2016년부터 재활병원과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다가 광산구 의료급여관리사의 도움으로 퇴원한 박모씨가 1호로 중간집에 입주해 지원을 받는다.

특히, 광주시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는 시설 중심 돌봄서비스의 주거·지역 중심 전환, 돌봄 일자리 창출, 공공임대주택 공실 활용 모델로 '살던집'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

광산구는 앞으로 광주도시공사, 광주의료사회적협동조합, 복지관, 지역 대학 등과 협력해 돌봄 체계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또 조영하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 교수와의 협업으로 '살던집' 프로젝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효과적인 고령사회 대응 모형을 발굴하는 시도도 추진한다.

#광산구 #복지정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도식 날 노무현 모욕 떼창? 이게 힙합인가 추도식 날 노무현 모욕 떼창? 이게 힙합인가
  2. 2 [단독] 남욱 "유동규, 미국 송금 알아봐달라 요청"...다시 흔들린 '428억 약정설' [단독] 남욱 "유동규, 미국 송금 알아봐달라 요청"...다시 흔들린 '428억 약정설'
  3. 3 주가 떨어질까봐 삼성전자 노조 비난하는 당신이 놓친 것  주가 떨어질까봐 삼성전자 노조 비난하는 당신이 놓친 것
  4. 4 [단독] 46년 만에 공개된 5·18 인터뷰, 힌츠페터가 촬영한 이 외국인의 정체 [단독] 46년 만에 공개된 5·18 인터뷰, 힌츠페터가 촬영한 이 외국인의 정체
  5. 5 국립수산과학원 기간제 연구원 숨진 채 발견... 유서에 '손찌검 당했다' 적어 국립수산과학원 기간제 연구원 숨진 채 발견... 유서에 '손찌검 당했다' 적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