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린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7.16
연합뉴스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
이 문장을 기억하는가. 대한민국의 헌법이 제정된 날을 기념하며 부르는 제헌절 노래의 첫 구절이다. 1948년 7월 17일, 우리는 나라의 헌법을 세우고, 그 뜻을 노래로도 남겼다. 그 노래의 시작이 비였다는 사실을, 요즘 우리는 너무 잊고 사는 건 아닐까. 비, 구름, 바람. 이 세 자연 요소는 단군 역사 속 '우사·운사·풍백'으로도 등장한다. 하늘의 뜻을 받아 자연을 다스리고 인간을 이롭게 했다는 조상들의 상징이다. 이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계승됐고, 대한민국 헌법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비·구름·바람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가뭄과 홍수, 산불과 폭염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하다. 비, 바람, 구름의 흐름이 깨졌기 때문이다. 비가 제때 내리지 않으면 농작물은 말라간다. 너무 많은 비는 도시를 마비시킨다. 구름이 없으면 땅은 바짝 마르고, 바람이 없으면 더위는 갇힌다. 결국 기후위기란 '하늘의 질서가 무너졌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시 하늘을 바라봐야 한다. 비를 살피고, 기록하고,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9월 3일, 세계 비의 날을 만들자
나는 지금, 유엔에 9월 3일을 세계 비의 날(UN Rain Day)로 제정하자는 캠페인을 세계 여러 나라에 제안하고 있다. 왜 하필 9월 3일인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1441년 세종대왕은 그날, 전국에 측우기를 설치하도록 명한 측우 제도를 반포하였다. 이는 인류 최초의 공공 강수량 측정 제도였다. 물은 곧 생명이니, 비를 기록하고 관찰하라는 것이었다(관련기사:
세종은 '수령이 친히 비를 재라'고 했다).
세종은 말없이 말했다. "비를 잊지 마라." 나는 이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의 세계에 말하고 싶다. "비를 다시 보자. 비를 기억하자. 비를 함께 관리하자." 이것이 바로 세계 비의 날이다.
헌법에도 나와 있다, 인류공영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비를 나누고, 빗물을 공유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단지 환경 운동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인류공영'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이다. 세종이 비를 기록한 그 정신, 단군이 우사·운사·풍백과 함께 사람을 도왔다는 신화, 제헌절 노래에 담긴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는 다짐. 이 모든 것이 결국 지금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 비의 날과 하나로 연결된다.
세계는 이미 반응하고 있다
이 제안은 단지 개인의 외침이 아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공감하고 있다(관련기사:
한국의 빗물철학, 유엔 물 회의 주요 의제로 채택). 캄보디아에서는 레인스쿨(Rain School Initiative)을 통해 빗물 교육이 시작되고, 이미 비의 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모디 총리가 나서서 'Catch the Rain' 캠페인으로 빗물 저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영국, 멕시코, 탄자니아, 네델란드 등도 식수 위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빗물 활용에 나섰다. 한국의 빗물 식수화 RFD(Rainwater for Drinking) 기술은 이미 해외 시범 설치를 마치고 현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 모두는 '비'를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생명과 회복, 미래로 보고 있다(관련기사:
서울 관악산 보덕사 텃밭에 하늘 물통을 심다).
국회가 나설 때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우리 헌법의 정신이 살아있는 비의 날을,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측우기를 세계에 알릴 날을, 다른 나라가 먼저 시작하기 전에 지금 국회가 만들 수 있다. 9월 3일을 세계 비의 날로 제정할 것을 유엔에 제안하는 결의안. 지금이 그때다. 기후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비를 통해 대한민국의 철학을 세계와 공유하는 날을 만들자.

▲측우기와 빗물박사 세종대왕의 측우기와 측우제도가 기후위기에 처해있는 지구를 살릴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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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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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나요? 제헌절 노래가 '비'로 시작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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