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9일 발표한 도쿄전력 보고서에 2024년 한 해 동안 도쿄전력이 버린 방사성 물질들이 나와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이야기하면, 중국 원전에서 버려지는 액체 폐기물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핵폐수 문제가 끼어들었다. 지난 6월 10일, 한 언론 보도로 시작된 북한 핵폐수 유출 의혹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우리 바다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처음 보도한 언론에 따르면, 황해도 평산의 우라늄 정련 공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인근 저수지로 보내져 침전되고 있었으나, 침전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폐수가 하천으로 방류되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언론은 폐수가 침전지를 거쳐 하천을 따라 예성강과 합류한 후 강화만을 지나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관측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국내 하천과 해양 오염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평산 우라늄 공장의 오염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북한 핵폐수 방류가 사실인지, 그로 인한 환경 오염이 어느 정도인지를 두고 언론과 시민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보도된 위성사진에는 검게 변한 물이 하천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위성사진만으로는 실제로 오염수가 방류되었는지, 그 안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혹은 일반 산업 폐수인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 능동적이고 명확한 대응 체계 갖춘 대안 마련해야
언론 보도 이후 일부 국회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 한 유튜버가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강화도 일대를 돌아다닌 영상이 언론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국민적 우려로 확산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과학적 근거 없이 잘못된 정보를 유포했다.
만약 폐수가 강을 따라 서해로 유입되었다면, 오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있는 해수 시료를 채취해 정밀 분석해야 했다. 그러나 영상 속 유튜버는 저가의 간이 공간선량계로 이곳저곳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불안을 키웠다. 측정 방식도 부적절했고, 장비의 신뢰도도 낮았다. 결국 이는 조회수를 노린 영상에 불과하며, 많은 시민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안겨주었다.
이 사안이 처음 문제가 되었을 때, 해양수산부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즉각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신속히 공개했다면 이토록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응이 너무 늦고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1일, 원안위는 전국 244개 지역에서 측정한 방사선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임을 발표했고, 4일에는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약 2주간의 정밀 분석 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통일부는 3일, 평산 우라늄 정련 공장 폐수 문제와 관련해 관계 부처 합동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정부가 이제라도 나선 것은 다행이다.
이같은 사안에는 신속한 대응과 정확한 정보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 괴담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이 국무조정실을 통해 현재도 주 1회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가 발표한 소식을 가져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심층적인 분석 보고서나 사고 내역 등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다.
이런 형식적인 정보 공개가 국민 불안을 키우는 문제가 된다. 이재명 정부는 형식적인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신 앞으로는 더 능동적이고 명확한 대응 체계를 갖춰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북한 핵폐수 관련해서도 정부 부처가 협력하여 지속적인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북한 핵폐수 보도 이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와의 비교 문의가 잇따랐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독단적이고 공식적으로 바다에 투기 중이며, 삼중수소, 세슘-137, 코발트-60, 탄소-14, 요오드-129 등 고독성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음이 명확히 밝혀진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의 녹아내린 핵연료 제거가 불가능해 앞으로 수십 년간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질 예정이다. 바다에 버려진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은 생물학적 농축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양 오염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평산 우라늄 정련 공장의 폐수는 민간 위성사진을 근거로 한 언론의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 북한 정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우리가 직접 북한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중국 원전에서 배출되는 액체 폐기물의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 역시 원전을 가동하면서 액체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다. 북한 핵폐수든 중국 원전 액체 폐기물이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의심되는 오염수 유입 경로를 따라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핵발전과 핵기술 전반에 걸친 생각 되돌아봐야

▲ 2023년 8월 24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서 지역 어민과 주변국의 반대에도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평산 우라늄 정련 공장이 폐쇄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오염 우려는 주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 할 점은 바로 핵기술 실체에 대한 인식이다. 방사성 물질은 핵발전소 사고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라늄을 채굴하고 정련하는 과정부터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피폭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핵발전소 가동 중에도 지속적으로 방사성 물질이 배출된다.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 2019년 12월,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는 약 30년간 1만 5000리터의 방사능 오염수를 인근 하천으로 유출했다. 이 오염수에는 세슘-137, 코발트-60 등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고, 원자력연구원 정문 앞 하천 토양에서 25.5Bq/kg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든 관평천은 대전 시내 주택가를 가로질러 금강까지 흘러가는 하천인데, 30년간 방사성 물질이 버려진 것이다.
월성 원전의 경우, 2021년 1호기의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저장조(발전을 마친 뒤 고방사선과 고열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물속에 보관하는 시설) 주변의 물과 토양 시료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 토양 시료에서는 감마핵종인 세슘-137이 최대 370Bq/kg 검출되었고, 물 시료에서는 삼중수소가 최대 75만 6000Bq/L, 세슘-137이 최대 140Bq/kg 검출된 것이다.
1997년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조 보수공사 과정에서 바닥 차수막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아 차수 기능에 결함이 생겼고, 벽체 이음부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온 것이다. 2024년 4월 20일부터 가동 중단 후 정기검사를 받고 있던 월성 4호기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보관 중이던 핵오염수 2.3톤이 바다로 누설된 사고도 있었다.
핵발전은 사고가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된다. 또한 전쟁 시에는 이란과 우크라이나에서 보았듯 핵발전소와 핵연구소가 폭격 목표가 되었다. 우리는 핵발전이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북한 핵폐수 유출 문제를 보며, 핵발전과 핵기술 전반에 걸친 생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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