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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베트남전쟁 종전 50년, 베트남전쟁 진실규명에 응답을! 5] 한국 정부가 학살피해자들에게 온전하게 응답하는 방법

등록 2025.07.17 10:14수정 2025.07.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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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베트남전쟁 종전 50주년이자 한국군 전투병 파병 6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베트남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에 베트남전쟁의정의로운해결을위한시민사회네트워크는 새 정부가 진실규명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베트남 피해생존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응답하여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하며 7회에 걸쳐 연속기고를 싣는다.[기자말]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두 응우엔티탄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발언하고 있다 2025년 6월 23일 대통령실 앞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두 응우엔티탄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발언하고 있다 2025년 6월 23일 대통령실 앞 한베평화재단/박상환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대통령께) 전달하겠다. 여러분들의 한이 해소될 방법이 있을지 찾아보겠다."

지난 6월 23일 대한민국 대통령실 관계자가 베트남 피해자에게 전한 내용이다. 베트남전쟁 종전 50주년이 되는 올해,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은 수십 년의 기다림과 외침 끝에 비로소 대한민국 대통령실과 면담을 할 수 있었다. 그 최초의 자리에서 대통령실은 "당신들의 한을 풀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이 글은 그 '방법'에 대한 구체적 제안이다.

지금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를 대면해야 하는 이유

김대중 정부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정부들이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숙고를 했던 것은 사실이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는 전쟁을 수행한 국가가 마땅히 저야 할 '책임', 즉 '전쟁 책임'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국 정부의 강력한 요구가 없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은 '전쟁 일반에 대한 유감' 정도를 표명하거나, 베트남 중부 민간인학살 지역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수준에서 책임을 끝내고자 했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일군 중요한 현대사로 베트남전 파병을 가르치고 기억하면서도, 전쟁책임 문제에 대해선 비겁했고, 무책임했다.

무책임을 뚫고 목소리가 전해졌다. 2000년대부터 '따이한(대한) 제사'를 지내며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몰살당한 비극을 잊지 않은 베트남 피해자들과 '미안해요 베트남'이라 고개를 숙이는 한국 시민사회가 만났고,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국경을 넘어 조금씩 퍼져갔다.

2019년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문재인 정부에 진실규명, 사과, 피해회복 조치를 요구했다. 베트남 학살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에 청원의 형식으로 제기한 최초의 공식적 요구였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정부 국방부는 "국방부가 보유한 한국군 전투 사료에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공식적 외면이었다. 그리고 다음 민주정부인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다시 외면할 것인가, 무엇이라도 할 것인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는 두 응우엔티탄 2025년 6월 23일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는 두 응우엔티탄 2025년 6월 23일 한베평화재단/박상환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 사이 결정적 사건들이 쌓여왔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사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퐁니 학살(1968년 2월 12일 한국군 해병 제2여단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 한국 사법부가 2023년 1심, 2025년 항소심에서 모두 '학살은 존재했다',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은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상, 더 이상의 외면은 가능하지 않다. 반면 행정부가 무언가 조치를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의 문턱은 훨씬 낮아졌다.


위 법원 판결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의 전향적 입장도 확인되었다. 베트남 외교부는 1, 2심 판결에 대해 '한국 판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역사적 진실을 반영한 판결이다'며 적극적으로 환영했고, 한국 정부의 불복(항소, 상고)에 대해서 '진실을 부정하는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 2월 13일 2심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상고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전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 주길 요청"한다는 공식 논평을 했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실질적 조치'의 내용과 정도를 결정,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시급히 결단해야 할 단기적 과제 2가지

이재명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에 있어서 가장 우선해야 할 조치는 '퐁니 학살' 국가배상사건 대법원 상고 취하이다. 이번 대통령실 면담 때 피해자들 요구한 최우선 사항이었으며, 베트남 정부 역시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1, 2심 사실심 판단이 끝난 상황에서, 즉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법리적 쟁점을 다투며 법률심인 대법원에까지 불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고집이다.

한국 정부가 대법원에서 패소해 이 소송에서 '확정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고를 취해서 피해자가 승소한 판결이 확정되도록 한 발 물러선다면, 이는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학살 피해자에게 현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상징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이재명 정부는 국가정보원이 보유하고 있는 퐁니 학살 사건에 대한 1969년 중앙정보부 조사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이 역시 대통령실 면담 때 피해자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퐁니 학살 국가배상사건에서 재판부 역시 피고 대한민국에게 이 자료에 대한 제출을 요구했다. 피고 대한민국이 이에 응하지 않자 이를 원고 승소 판결의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판결문에 기재하기도 하였다. 다음은 2심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중앙정보부 자료의 증거 제출이 대한민국의 안보나 외교와 관련된 사항으로서 국가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피고의 주장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고, 이 사건 소송에서 그 보관이 확인된 중앙정보부 자료의 증거 제출을 거부하고 그 이유에 관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회피하고 있는 피고의 소송상 행태는… 이 사건 공격의 주체가 이 사건 1중대 소속 일부 인원임을 확인할 만할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사정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56년전 학살 관련 기록을, 비록 소송과정에서는 판사도 납득하지 못한 이유를 대며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재명 정부가 학살피해자들의 요구에 호응하여 공개하겠다고 결정하는 것. 그 결단과 행위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진실을 외면하고 회피하지 않겠다는 기념비적 조치가 될 것이다.

인권과 평화, 역사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장기적 과제 두 가지

앞선 두 가지 조치, 즉 ① 퐁니 사건 관련 국가배상소송의 상고 취하, ②국가정보원 보유 학살 관련 정보 공개가 '이재명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이라고 하는 전쟁책임을 문제는 외면하지 않겠다, 직시하겠다'라는 상징적인 조치이고, 즉시 결단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 이후에는 '장기적인 정책'의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가 2가지 있다.

첫 번째는 진실규명을 위한 대한민국의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의 불법적인 행위들이 과연 발생했던 것인지, 발생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대한민국이 자신의 비용과 인력, 시간을 들여 진행하는 것이다. 노근리학살에 대해 2000년 우리가 미국에 요구했던 일이자, 보도연맹, 형무소학살 등 한국전쟁 시기 국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학살에 현재 대한민국이 진행하는 일이다.

가해자가 대한민국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원칙과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이미 20대, 21대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별도 조사기구를 두고 이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보고서 작성)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고, 현재 22대 국회에서도 발의가 준비 중이다. 이번 대통령실에 학살피해자들은 대한민국 국민 1만 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한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청원법에 따라 답변의무가 존재하는데, 이재명 정부가 이 청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라고 이야기 하길 바란다.

두 번째는 인도적 지원이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고령인 상황이기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조사와 병행해 별도의 피해회복 절차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나 '배상'과 같은 조치가 당장 이루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인도적 지원의 측면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통해 학살지역에 의료적, 교육적 지원을 진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김대중·노무현 시기 이미 이루어진 선례도 있다. 여기에 하나를 꼭 추가하고 싶은 것은 학살 마을마다 오랜 시간 통곡 속에 이어진 위령제, 따이한(대한) 제사에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개를 숙이는 일이다. 이 절차와 행위들 속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학살피해자들과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피고 대한민국이 상고를 취하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2025년 6월 18일 퐁니 학살 국가배상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대법원 앞에서
▲학살피해자들과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피고 대한민국이 상고를 취하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2025년 6월 18일 퐁니 학살 국가배상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대법원 앞에서 한베평화재단/박상환

잘못을 직시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용기가 필요한 때

이재명 대통령은 2023. 2. 8. 민주당 당대표 시절 퐁니 학살 국가배상소송 1심 승소 판결에 대해 직접 논평하면서 "법원의 판결을 지지한다", "일본의 (강제)징용이나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의 문명국가로서의 입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 "과거의 아픈 역사를 딛고 미래 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못을 직시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에 대해서 전향적 태도를 취할 것을 당부 드린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때 정부는 '윤석열 정부'였지만 지금은 이재명 정부이다. 문명국가 대한민국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단을 기대한다.
#베트남전쟁의정의로운해결을위한시민사회네트워크 #민간인학살 #베트남전쟁 #응우엔티탄 #전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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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해마루 소속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및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있다. 군사주의, 평화운동, 법사회학 등에 관심이 있으며, 현재에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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