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멸치 황금 어장 말고 다른 데서 하면 안 되나요?"

100년 역사의 멸치권현망수협 최필종 조합장 인터뷰

등록 2025.07.24 09:23수정 2025.07.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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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의 욕지도 앞바다에는 서너 개의 발전 사업자들이 해상 풍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멸치와 고등어 등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대표적인 어종들의 황금 어장이기도 하다. 2021년 6월에는 어민들이 450척이나 되는 어선으로 욕지도 앞바다에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해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SBS, 2021년 6월 30일 기사).

어민들은 욕지 앞바다를 왜 그렇게 지키려고 할까? 바다는 넓고 넓으니, 이곳에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들어서면, 그냥 그 옆쪽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면 되는 게 아닐까? 오랫동안 품어왔던 이런 질문들을 풀기 위해, 통영에 있는 멸치권현망수협 최필종 조합장을 7월 10일 인터뷰하였다.

 멸치권현망수협 최필종 조합장
멸치권현망수협 최필종 조합장 장용창

- 욕지도 앞바다가 멸치 어업에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다른 바다에서 멸치를 잡을 수는 없나요?

"우리 멸치수협은 1919년에 설립되었고, 설립될 때부터 여기 통영에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국에서 바로 여기 통영 앞바다에 멸치가 가장 많이 살기 때문입니다. 통영 앞바다 중에서도 욕지도 앞바다에 멸치가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죠. 하지만, 중요한 건, 지난 100년 넘는 멸치어업의 역사를 통해서, 멸치가 욕지도 앞바다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욕지도 앞바다 말고 다른 바다에서 멸치를 잡으면 되지 않냐고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면 꽃이 피기도 하지만, 그 식물을 화장실 안에 가져가면 꽃이 피기도 전에 그 식물이 죽어버리겠죠? 멸치는 생물입니다. 공장이라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길 수도 있겠지만, 살아있는 생물인 멸치에게 "욕지도 앞바다엔 해상 풍력을 해야겠으니, 너는 다른 데 가서 살아라"라고 명령할 수가 없는 겁니다. 물론 다른 곳에도 멸치가 살긴 살지만,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욕지도 앞바다가 멸치들이 살기에 가장 좋은 바다인 겁니다."

 욕지 풍력 발전 예정지 = 멸치와 고등어 등의 황금 어장
욕지 풍력 발전 예정지 = 멸치와 고등어 등의 황금 어장 장용창

- 우리나라의 멸치 어획량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멸치 어획량은 1년에 약 15만 톤, 금액으로는 약 3천억 원 정도 됩니다. 살아 있는 생물이다보니 매년 어획량은 변하고요. 어망어업 중 단일 어종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이 멸치이고 그 다음이 고등어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아마도 가장 쉽게 접하는 생선이 멸치와 고등어일 겁니다. 특히 멸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국과 찌개 등에 양념으로 많이 들어가고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에도 멸치액젓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멸치는 우리 서민들을 먹여 살리는 수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멸치권현망조합이 벌써 1919년에 설립되어 100년의 역사를 훌쩍 넘긴 것입니다. 그만큼 멸치는 국민 생선, 서민의 칼슘 영양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멸치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수만 년을 살아 왔습니다. 그러니 욕지도 앞바다에 해상 풍력을 건설하면, 멸치들이 다른 바다에 가서 사는 게 아니라, 일부는 그냥 죽어버립니다. 욕지도 앞바다에 해상 풍력을 건설하면, 단지 어민들의 멸치 어획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바다에서 살아가는 멸치의 수 자체가 줄어드는 겁니다. 바다가 넓고 넓어도, 멸치가 살기 좋은 바다는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이 국가 경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풍력 발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도 풍력 발전을 찬성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우리 어업인들이 훨씬 더 강하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풍력 발전을 굳이 이 황금 어장에서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나라에서 육지와 붙어 있는 가까운 바다를 내해(internal water)라고 하고, 그 다음 조금 멀리 있는 바다를 영해(Territorial waters)나 배타적 경제 수역(EEZ)이라고 하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내해에서 경제 활동을 매우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산업 경쟁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 바다가 청정 해역이기도 하고, 또 우리 수산어업인들이 그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의 특징을 오랜 경험으로 잘 알고, 수산업 기술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바다인 내해는 거의 육지나 마찬가지로 국민 경제에 공헌해왔습니다. 한국 전쟁으로 육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을 때, 국민들을 먹여 살린 게 우리 바다의 수산업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바다의 경쟁력은 엄청나고요.

수산업을 하기에 딱 좋은 이 바다에서 왜 굳이 해상 풍력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차라리 해상 풍력이 조금만 더 먼 바다로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요즘 선진국에선 더 먼 바다로 나가서 풍력 발전을 하는 기술을 점점 더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발전기를 바닷물 위에 띄워서 설치하는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도 이미 가동 중이고 향후 시장이 커질 전망이라고 하대요?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기술을 더 발전시켜서 국가 경제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욕지 풍력 발전 예정지와 EEZ. 욕지 풍력 발전 예정지는 어족 자원이 풍부한 내해 안에 있다. 이것을 조금 더 먼 바다인 영해나 EEZ에서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으로 설치한다면 수산업도 살리고 대체 에너지 기술 개발도 촉진할 수 있다.
욕지 풍력 발전 예정지와 EEZ. 욕지 풍력 발전 예정지는 어족 자원이 풍부한 내해 안에 있다. 이것을 조금 더 먼 바다인 영해나 EEZ에서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으로 설치한다면 수산업도 살리고 대체 에너지 기술 개발도 촉진할 수 있다. 장용창
 부유식 해상 풍력 모식도
부유식 해상 풍력 모식도 미국 안전환경청

- 욕지도 해상 풍력을 막기 위해 멸치수협은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요?

"욕지도 해상 풍력을 추진하는 업체가 서너 개 됩니다. 그 서너 개 되는 사업자들이 각자 자신의 속도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사실, 멸치수협이 하는 일은 우리 조합원인 멸치어업인들이 조업을 잘해서 품질 좋은 멸치를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욕지도 해상 풍력을 막기 위한 싸움에 신경을 크게 쓸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욕지도 앞바다는 멸치의 주요 서식지이기 때문에, 이곳에 풍력 발전소가 들어서면 우리나라의 멸치어업이 너무나 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멸치 값이 폭등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욕지 풍력 발전이 멸치어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서민들의 밥상 물가를 위협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정부에게 바라는 게 있나요?

"그냥 저희 어민들이 예전처럼 어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이런 갈등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런 갈등을 정부가 외면해버리니까, 발전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선 대체에너지 개발도 중요하고 수산업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 두 가지를 모두 잘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이런 갈등을 해결해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산신문에도 실립니다.
#욕지 #해상 #풍력 #멸치 #어업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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