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
open AI
챗GPT에게 "고2 문학 과목,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 가능 학생,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채만식 소설 <태평천하>, 허균의 <허생전> 등을 공부했음.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써 줘"라고 입력하자, 불과 5~6초 만에 특기사항을 그야말로 '뚝딱' 작성해냈다.
이어 "학생이 경제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여기에 맞춰 수정해 줘"라고 하자, 챗GPT는 "문학 과목 세특에 경제학적 사고나 사회 문제 인식 능력이 드러나도록 수정하겠다"고 응답하며, 마찬가지로 5~6초 만에 '뚝딱' 수정된 특기사항을 내놓았다.
사람이 작성하면 몇십 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을 AI는 불과 몇 초만에 해낸다. 이런 달콤한 유혹을 이기기는 결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학생 한 명의 세특을 쓰기 위해 거의 한 학기 내내 애면글면했던 일을 떠올리면 나 또한 그러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다. AI는 실제 학생의 수업 활동과 무관하게 세특을 '그럴듯하게'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교사가 오롯이 세특을 작성하는 경우에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오히려 실제 수업 활동을 바탕으로 쓰는 것보다 더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 수업 활동에 바탕해 세특을 작성한다. 그러나 AI는 다르다. 실제 활동을 반영하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세특을 '5초 만에' 그럴듯하게 써낸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장을 AI가 썼는지, 사람이 썼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학생 수업 활동을 반영했는지, 혹은 단지 '예상되는 활동'을 기반으로 구성했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중학교 세특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고등학교 세특은 다르다. 대학 입시,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세특이 중요한 전형 요소로 작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알고도 묵인하면 무책임, 모르고 있다면 무능
교육부와 대학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을까? 알고도 모른 체한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모르고 있다면 무능한 것이다. 또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활기록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과문한 탓일 수는 있겠지만, 고등학교 차원에서 그 어떤 의미 있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세특이 AI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교사가 직접 쓴 것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고, 해당 내용이 실제 학생의 수업 활동에 기반했는지 여부도 검증할 길이 없다.
교육부와 대학은 세특이 여전히 주요한 전형 요소로 작동하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다고 보는 것일까? 이제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대체할 대입 전형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만일 제도 자체를 쉽게 손댈 수 없다면, 최소한 세특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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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지방 소도시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 2년을 제외하고 일반계고등학교에서 근무.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음.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 몹시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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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세특으로 대학 간다? 생기부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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