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취향 테스트를 통해 나와 잘 맞는 여행지를 찾아보았다
권유정
기대에 부응할 만큼 멋진 여행을 만들기 위한 첫 시작은 '나의 여행 취향 테스트'였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여행 취향 테스트를 참가자들의 눈높이 맞춰 재구성한 것으로, 가고 싶은 여행지를 막연하게 찍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취향인지, 또 내 친구는 어떤 취향인지 알아가기 위해 준비한 과정이다.
사전에 여행에 대한 욕구를 조사했을 때 많은 참가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모르기도 하고, 또 원하는 것과 여행지를 연결시키는 것도 어려워했다. 예를 들면 멀리 가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가는 게 좋다고 하면서 가고 싶은 여행지로는 독일을 고르는 식이다.
여행 취향 테스트를 통해 여행의 목적, 거리, 숙소, 음식, 교통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민해 보았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은 부분인지라 심사숙고하며 신중하게 문항을 선택했다.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며 서로의 취향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가이드북을 찾아 관심 있는 여행지에 대해 좀 더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이드북의 내용을 다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진 위주로 훑어보며 관심 있는 풍경, 먹거리, 놀거리 등을 찾았다. 그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은 이미 여행지에 온 듯 들떠 있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삶을 잘 즐겨야 한다
자유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여행을 떠났을 때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기간 동안도 기대감에 행복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행복감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한다.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다면 현재의 어려움은 충분히 견딜 만한 것이 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현재 '단짝투어' 참가자들은 대다수가 근로를 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살아가지만 인간의 삶은 그것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마찬가지다. 취업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취업에 대한 기쁨과 자부심이 슬슬 사그라들고 나면, 솔직히 직장 생활이란 즐거움보다는 힘든 날들이, 열정보다는 인내가 필요한 순간이 더 많아진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많고,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더 많다.
적성과 선호보다는 제한된 의무고용 분야에서 주로 일하게 되는 발달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직장생활에서 내재적인 동기를 갖기 어렵다. 내재적인 동기를 부여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 외재적인 동기라도 있어야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근로 의욕은 '급여'에서 나올 것이다. 돈을 벌어야 생계를 꾸릴 수 있고, 원하는 소비를 할 수 있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 자립, 여가 등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의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결국 삶을 잘 즐겨야 한다.
'길 위의 스튜디오'에서 여행을 매개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참가자들이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눈높이가 맞는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고, 월급을 모아 여행을 떠나는 활동이 참가자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고, 내일에 대한 기대가 되어 삶을 살아가고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그런 바람을 아는 듯 참가자들은 가이드북을 살피며 메모를 하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하며 '어디로 여행을 갈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여행지를 정하기도 전에 가이드북부터 사겠다며 덥석 지갑을 열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여행은 혼자가 아닌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 나의 마음뿐 아니라 친구의 마음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함께 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타인의 마음이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타인의 마음 살피기
그래서 가이드북에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와 이유를 정리하고, 내가 선택한 여행에 대해 다른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이유도 생각해 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내가 가본 적 없는 여행지여서'라는 이유는 나에겐 충분한 선택 이유가 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축구를 좋아해서 유럽에 프리미어리그를 보러 가고 싶다'는 이유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그에 맞추어 친구들이 끌릴 만한 정보를 다시 찾았다.

▲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와 다른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이유를 고민해 본다
권유정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과정은 난이도가 있지만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일방적으로 타인의 이해를 바라며 배려만 받아서는 함께 하기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상대방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고, 또 타인의 생각을 귀담아듣는 것. 그래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함께 하기 위해 맞춰가는 과정이 우리가 여행지를 선택하고 이후 여행을 계획하는 모든 순간에 이루어진다.
여행지를 하나 선택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느린 걸음이지만 매 걸음마다 충분히 배우고 성장할 테니 우리의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멋진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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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들과 여행하는 특수교사. 여행을 통해 교실을 벗어나 길 위에서 보다 실제적인 삶을 가르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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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도 안 정했는데 가이드북부터 사겠다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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