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 없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다
픽사베이
어느날 아이가 말했다. "그림 그릴 때 사진 참고해야 하고, 음악을 들어야 집중이 돼." 그 말이 핑계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결국 나는 허락했다. 놀랍게도 그날 이후 아이의 말투는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까칠하던 대답 대신, 조용히 "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이의 자유를 인정한 건지, 그냥 포기한 건지 혼란스럽다.
잠든 사이, 뇌는 무대 뒤를 청소한다
뇌과학자 장동선의 강연을 봤다. 찰리 채플린이 "삶은 리허설 없는 연극"이라고 했다지만, 장동선은 그 말이 틀렸다고 했다. 우리의 뇌는 잠을 자는 동안 가장 중요한 리허설을 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뇌는 잠든 사이 네 가지를 한다.
첫째, 뇌척수액이 뇌를 돌아다니며 낮 동안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씻어낸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우리가 쓴 사고의 찌꺼기를 말끔히 정리하는 셈이다.
둘째, 하루 동안 들어온 수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정리한다. 쓸모없는 건 버리고 중요한 건 저장한다. 새로운 기억을 기존의 기억과 연결시켜 더 잘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
셋째, 감정을 다듬는다. 창피함, 미안함, 분노 같은 감정의 가시를 뇌가 스스로 깎아내린다. 꿈을 꾸며 감정의 잔해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넷째, 우리가 깨어 있을 때 익힌 기술과 정보를 능력으로 전환한다.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수백 번 리허설하듯, 뇌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러니까,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우리 삶을 위해 뇌가 쉼 없이 일하는 시간이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공부보다 잠이 더 중요해"라는 말이, 지금은 또 하나의 잔소리로만 들릴 테니까.
방법을 바꿨다. 내가 먼저 자는 것이다. 휴대폰을 멀리 밀어두고, 불을 끄고, "잘 자"라는 말 한 마디 남긴 채 방을 나선다.
이 방법이 맞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잠은 하루의 마침표이자 다음 날을 위한 준비다. 아이는 하루를 살아보기도 전에 밤을 맞이하고, 나는 하루를 어떻게든 마무리 하려고 밤을 미룬다. 방향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가는 중이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다. 너의 뇌는 네가 잠든 사이에도 널 위해 애쓴다는 것, 꿈은 단지 허상이나 감상이 아니라 내일의 리허설이라는 것. 하지만 그 말을 꺼내기보단, 묵묵히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지금은 그게 더 필요한 태도라고 믿는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잠이 단지 피곤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밤의 고요함이 자유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더불어 그 자유를 이해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먼저 불을 끄고 눕는다. 아이는 여전히 불을 켜둔 채 스마트폰과 함께 어딘가에 닿으려 애쓰고 있다. 지켜보는 마음은 늘 갈팡질팡이지만, 아이의 오늘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만은 분명하다. 이 방법이 맞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내 마음만은 언젠가 아이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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