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질환 여성은 전원이 꺼진 냉장고 문을 열고 서서 컵라면을 먹고 있다(여성은 모자이크 처리했으며 보호자의 동의를 얻고 첨부하였다)
박승일
다음으로는 '행정입원'이 있다.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 의지가 없는 정신질환자 중에 자타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공기관이 개입해 강제적으로 입원 조치하는 행정행위이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권력 행사다.
의료적 필요와 공익적 필요가 충돌하는 지점이므로 법적 요건과 절차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된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에 따라 시장, 군수, 구청장이 직권으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 치료의 필요성도 있어야 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보호입원'이 있다. 정신질환자가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강제 입원이다. 이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이므로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대한 조치다. 따라서 법에서 정한 엄격한 구성요건과 절차가 준수되어야 한다.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친족 순으로 2인 이상의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필요한 게 원칙이다.
현장에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직접적인 자타해 위험성이 없는 상태이고 긴급성도 낮았다. 가정 형편 등을 판단해 '행정입원'을 추진해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웃들의 이야기를 추가로 들었다. 그리고 언니가 근처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락처와 이름은 모르지만, 주변 식당에서 일하는 고깃집을 알고 있었다. 그 식당으로 향했다. 비닐 앞치마를 두른 50대 후반의 주방 아주머니가 장화를 신고 나왔다.
"동생분 때문에 왔습니다. 몇 가지 물어봤으면 해서요 "
"안 그래도 동네 분들이 요즘 날이 더워지고 냄새가 심해졌다고 전해 들었어요.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저희한테 죄송할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든 돕고 싶어서 왔어요 "
"이전에 구청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몇 차례 문의하고 직접 나와서 상담도 했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돌아갔어요. 경찰에서 강제로 입원시킬 조건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요. 그렇게 입원해 봐야 3일밖에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요. 아무 도움도 안 되네요. 저도 너무 힘들어요 "
"지금 그럼 동생분은 그곳에서 혼자 살고 있는 거죠?"
"네. 제가 가끔 제가 가서 먹을 거 주고 집도 치워보고 했는데 며칠을 못 갑니다. 이제는 치울 엄두도 안 나고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금전적으로 입원을 시킬 여유가 없는 상황인가요?"
"저도 지금 여기 식당에서 10년 넘게 주방에서 일하면서 간신히 먹고 살아요. 그런데 어떻게 하겠어요. 보호 입원은 시킬 형편이 아닙니다."
방치된 정신질환자, 공공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더 이상 어떠한 위로의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구대로 복귀해 보건소 산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했다. 이미 해당 여성의 상황을 알고 있었고, 몇 차례 방문도 했다고 했다. 현장에 방문하고 보호자까지 만나본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행정입원'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당부했다. 당시에는 뾰족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정신질환자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권리도 보호받아야 한다. 지금 이 문제를 방치하면 결국 더 큰 사회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정신질환자를 단순히 강제 입원시키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매우는 대책도 절실하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해당 여성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행정입원'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결국 경찰, 구청,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힘을 합친 결과였다. 개인의 인권 보호와 공공의 안전 사이에서 해법을 찾는 것. 그것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책무라는 것을 알았다.
적극 행정을 펼쳐준 서울송파구청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는 "저 사람은 왜 그렇게 살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런 말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때가 있다.
현재는 집에 쌓인 쓰레기가 문제다. 집안에는 수많은 바퀴벌레가 있다. 그리고 치워야 할 쓰레기도 산더미다. 다시금 불볕더위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 전에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주민센터 등에서 도울 방법을 찾는 중이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무더울 것이라고 한다. 하루빨리 주변 이웃들이 편히 웃으며 지낼 수 있길 바란다.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경찰, 구청, 주민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함께 노력할 수 있게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정신질환자의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방치된 정신질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문제로 번진다. 사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법과 제도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한계를 핑계 삼지 않고 끝까지 해법을 찾는 노력이 결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을 더욱 명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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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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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는 신고, 현장 가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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