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진짜 시작은 '현지 법인화'... 균형발전의 실질적 출발점

"지역 자원을 쓰는 기업이라면, 그 지역에 법인을 두고 세금을 내야 한다"

등록 2025.07.21 16:33수정 2025.07.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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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을 내세우는 수많은 기업들이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언급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S(Social)', 즉 사회적 책임은 여전히 김장 나눔이나 일회성 봉사활동 등 보여주기식 이벤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는 지역과 기업이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을 수 없으며, 특히 균형발전을 국가의 헌법적 가치로 삼는 대한민국에서 실효성 없는 '겉핥기식 ESG'는 이제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균형발전, 하드웨어가 아닌 순환경제로

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이는 '하드웨어적 균형발전'에 머물러,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지역 내에서 돈이 돌고 도는 구조", 즉 자본이 한 지역 내에서 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지방에 사무소를 두는 것을 넘어, 법인을 현지에 설립하고 세금 또한 그 지역에 납부해야 한다. '현지 법인화'가 바로 그 시작점이다.

'S'를 실천하는 첫걸음, 현지 법인화

국제표준화기구 ISO 26000은 사회적 책임의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특정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은 해당 지역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당위가 아니라 ESG의 '사회' 항목이 실질화되는 첫 걸음으로 평가받는다.


'현지 법인화'는 기업이 지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인세 과세표준이 해당 지역에 귀속될 수 있도록 법인을 지방에 등록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구조가 정착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지역 사회와의 공존이 가능하다.

지역화폐의 구조적 메시지


인천과 더불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구조적으로 반영한 정책을 실험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역화폐 시스템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대기업 직영점이나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한 매장을 지역화폐 사용처에서 제외함으로써, 소비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지역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는 단순한 소비 장려를 넘어 지역 세수의 선순환을 가능케 한 구조적 개입이자, ESG의 'S'를 제도적으로 해석한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4세대 ESG로의 전환, 선언 아닌 실천

현재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지방에서 영업활동을 활발히 하면서도 본사는 서울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소득세는 여전히 서울시에 귀속되는 구조다. 이는 지방 소비가 지방 재정에 기여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세금의 역외 유출' 사례이며,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일부 프랜차이즈나 대형 유통업체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 법인을 설립하거나 유한회사 형태로 전환해 지역 환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아직 미미하지만, ESG의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역시 세제 인센티브나 인증제도를 통해 이를 유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SG의 진정한 실천은 구조로부터 시작된다

ESG가 단순히 평판 관리나 투자 유치의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사회적 신뢰를 좌우하는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진정한 실천은 '현지 법인화'에서 시작된다. 지역 자원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한 기업이라면, 해당 지역에 법인을 두고, 그 지역에 세금이 환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ESG 경영의 최소한의 책임이자 출발점이다.

지역에서 돈이 돌고, 일자리가 생기며, 세금이 지역 발전에 쓰일 수 있는 구조야말로 균형발전의 본질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지방도시가 직면한 공통의 과제다. ESG의 시대, 이제는 말이 아닌 구조로 실천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게릴라뉴스에도 실립니다.
#지역화폐 #ESG #현지법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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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인천사람입니다. 오직 '인천을 위한 언론', '인천과 인천시민의 이익에서 바라보는 언론'..."인천이 답이다. 인천주의 언론" <인천게릴라뉴스> 대표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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