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 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 반대 집회 포스터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여성폭력과 관련된 모든 지표가 매우 나쁨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후 범정부 대책이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2018년, 미투운동이 뜨거웠던 그해를 지나고 말이다.
여성가족부, 무엇을 해야 하나?
2001년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은 여성가족부의 핵심 미션은 "여성정책의 총괄‧조정,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이다. 젠더 기반 여성폭력은 그 원인과 결과에 법, 노동, 복지, 교육, 경제 등이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여성가족부는 정부의 성평등 정책 총괄하고, 여성폭력에 대한 범정부 대책 수립과 실행을 견인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는가, 누구를 기준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는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우리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다고 했으니, 어쨌든 여성정책을 주로 하시긴 하겠지만, 특정 부분에서의 남성들 차별 부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해주시기 바람."
지난 6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발언의 맥락상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남성 차별'이란 단어는 윤석열 정부 내내 횡행했던 '역차별', '젠더갈등'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알다시피, 차별 문제 해결 노력이 다른 차별을 불러온다는 인식은 틀렸다. 오히려, '특정 부분에서의 남성 차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차별금지법 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남성 성폭력 피해를 제대로 구제하고자 한다면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강간죄를 개정해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은 '여성차별'이 있으니, '남성차별'도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성차별이 해결되지 않은 사회에서 누가, 왜 '젠더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가, 그것이 성차별 문제 해결에 어떻게 걸림돌이 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전제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와 젠더 규범이 우리 각자의 '성별'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두루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차별'의 대립 항은 '역차별'이 아니라, 다른 인간에 대한 존엄한 태도와 평등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폭력'을 구분할 수 있어야 겨우 젠더폭력 해결의 출발선에 선다
이 같은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젠더폭력 관련 업무에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여성폭력이 있으니 남성폭력도 있다'거나 그것을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폭력의 구조적 성격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폭력을 사소한 오해나 감정의 충돌로 축소한다.
폭력과 차별은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갈등은 대등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젠더갈등'이라는 표현은 성차별의 현실을 부정하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폭력과 차별을 '갈등'으로 치환하는 한, 젠더폭력의 해결은 요원하다.

▲1,672명 여성들의 죽음 앞에 잠시 멈춥시다 2024년 11월 25일,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192 켤레의 멈춘 신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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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효율성을 내세워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했을 때,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이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인수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성평등의 관점 없이는 제대로 된 피해자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폭력의 해결에는 성차별과 성역할 고정관념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직시하고, 그로부터 비롯된 폭력을 해체할 강력한 정책적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성평등을 강조하고, 이를 실현할 여성가족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의 여성가족부에서는 여성폭력 관련 범정부 대책이 발표될까?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서 피해자가 다른 남성과 장시간 통화하는 것에 감정이 상한 상태로 불상의 이유로 다투다 격분해 흉기로 피해자를 찌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7일, 하남 '교제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살인사건에 대해 2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8년 형을 선고했다. "감정이 상해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것이라면 감형이 되는 사회, 다른 남성과 장시간 통화를 한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다는 사고를 자연스레 하는 사회, "내가 시킨 일을 하지 않아서", "음식이 맛이 없어서", "늦게 귀가해서", "전화를 받지 않아서", "문을 늦게 열어줘서", "내 외도를 들켜서", "잔소리해서" 친밀 관계에 있는 파트너를 살해했다는 가해자들의 변명(2024 분노의 게이지)과 판결문이 구별되지 않는 사회.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 대해 임명이 강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사청문회 전부터 "차별 또는 역차별 없도록 살피겠다"는 후보, 차별금지법, 강간죄 개정에 '사회적 합의'를 언급하는 후보, "권력 관계"에 대한 민감성이 없는 후보가 과연 다른 부처들을 견인하여 젠더폭력 범정부 대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낙관할 수 있는 근거 하나 발견하지 못한 채, 우리는 '성평등가족부로의 확대, 강화'라는, 이제는 낯설어진 구호 앞에 있다.

▲여성가족부, 성평등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535개 단체)가 성평등 전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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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갈등' 해소해 봐야 '젠더폭력' 해결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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