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편의점에서 식사하고 있는 청년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U편의점'에서 청년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 식사 테이블 앞 유리창엔 포스트잇이 빼곡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밥 꼭 챙기세요' 같은 이씨의 메시지 위에 손님들의 응원이 더해졌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편의점', '사장님 정성이 감동이에요' 등 정이 오간 흔적이 남아 있다.
이씨는 원래 이 편의점 자리에서 분식집을 운영했다. 2016년부터 8년간 운영했지만 주변 상권이 쇠퇴하며 작년 문을 닫았다. 이후 같은 자리에 편의점을 열었다. 공간은 바뀌었지만 '밥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였다.
모든 식사 재료는 이씨가 자비로 마련한다. 매달 쌀 40㎏ 한 포대(약 10만 원)와 15만 원어치의 계란·김치 등이다.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적은 없냐고 묻자 "경기 어렵다고 해도 (내가) 외식 몇 번 안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끼니 제대로 못 챙기는 게 더 마음 쓰인다"는 답이 돌아왔다.
"요즘 청년들 자취하면 먹는 음식 뻔하잖아요. 다들 아들, 딸처럼 보이는 마음에 뭐라도 하나 더 챙겨 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밥도 이씨가 직접 짓는다.
보통 오전 7시와 오후 4시, 하루 두 번 쌀을 손수 씻어 밥을 안친다.
구매한 김치도 그냥 내놓는 게 아니라 양념을 더해 무치고, 자취하는 청년들에겐 싸서 챙겨 주기도 한다.
이씨는 손님에게 늘 먼저 다가간다.
처음 방문한 손님이 라면 제조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옆에서 "계란 넣을 거면 '너구리' 버튼 누르면 돼요" 하며 친절히 설명했다. 감기에 걸렸다는 손님에겐 갖고 있던 약도 건넸다.
손님 김지선(29) 씨는 "사장님이 말도 자주 걸어 주시고 낯선 사람에게도 거리낌이 없다"며 "그래서인지 이 편의점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외국인 손님들과도 스스럼이 없다. 몇몇 외국인 청년은 감사의 마음으로 고향 과자, 찻잔 등을 선물했다고 한다.
생일에 꽃다발을 주는 손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날 손님을 취재하는 기자에게도 웃으며 "날 더운데 커피 한 잔 줄까?"라고 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무료로 밥과 계란을 제공하는 편의점'이라는 미담이 퍼지면서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지난 13일엔 한 인천 시민이 쌀 10kg 두 포대를, 15일엔 한 밥솥 브랜드 직원이 찾아와 압력밥솥을 기부했다.
"매출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왔다"며 일부러 멀리서 물건을 사러 오는 이도 있다고 한다.
이씨는 "힘들 땐 작은 것 하나에도 큰 위로가 된다"며 "이 공간이 청년들에게 힘을 주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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