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사고 없었던 올해 폭우 한국수자원공사의 전국 20개 다목적댐은 사전 대비와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이번 폭우에도 댐 유역에서의 홍수 피해를 방지했다. 사진은 서울의 집중호우가 끝난 후인 19일 팔당댐 방류 모습.
나한영
한국 지형에서 준설 효과 커
극한 호우로 충청권이 막대한 피해를 본 가운데, 1년 전 농경지와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막심했던 대전은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300㎜ 가까운 누적 강수량에도 큰 수해가 없었다. 원인은 준설에 있었다.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3대 국가 하천의 준설 작업을 진행했다. 총 길이 20.7㎞ 유역에 퇴적토 50만 4000㎥를 준설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시비 171억 원이 투입됐다.
사실 준설은 가장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치수 방법이다.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강 유역에서 도시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 65%가 산악지형이라 경사가 급하고 토사 유입량이 많아 준설로 물의 범람을 막고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조선시대에도 준설이 필수적이었던 대표 사례로 수도 한양을 가로지르던 청계천을 들 수 있다. 당시 한양도성 안에만 내사산(內四山)에서 발원해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지천이 무려 28개나 됐다. 지천이 많은 만큼 홍수 피해도 상시적일 정도로 많아 조선시대 내내 개거, 준설 등 치수 사업의 대상이었다. 토사를 치우고 물길을 넓히는 하천 정비 공사로 '내를 파내다', '물길을 연다'는 뜻의 개천(開川)이란 이름을 얻었을 정도다.
오늘날 새로운 문제는 도시형 홍수
그러나 옛날과 달리 첨단의 시대에 새로 발생한 홍수 문제가 있다.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홍수이다. 비근한 예로 상습 침수 지역인 강남구를 들 수 있다. 영등포구와 구로구도 있다. 이번 폭우에 광주시와 대구시가 대표적 도시형 홍수로 피해가 막심했다. 하천 범람도 아니면서 오늘날 많은 도시가 폭우에 취약한 이유가 '도시형 홍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빗물이 빠지지 않거나 역류해 침수가 발생한다. 또 도시는 대부분 지역이 복개와 포장도로로 투수층이 없다. 비가 오면 고스란히 지면 위로 흘러서 배수구로 찾아 들어가야 하지만 배수시설이 요즘 같은 집중호우에 미처 준비되지 못해 홍수 피해가 발생한다.
도시를 건설하며 자연을 다 차단해 투수층이라곤 보이지 않는 땅을 만들어 놓고, 배수구를 만들고 펌프장을 만들고 빗물 저장 시설을 별도로 만들고, 다시 수리하고 증설하는 등의 고생을 사서 하는 셈이다. 거기다 이젠 지하에까지 대도시를 만들고, 철도, 고속도로, 간선도로도 다 지하화하겠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과도한 지하철 건설과 동·서 간선도로 지하화, 경부선 철도 지하화, 전기·통신시설 지하화, 주거·상업시설 지하화, 주차장 지하화 등 과도한 지하 시설물이 호우와 홍수에 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홍수를 예방한다고 세운 시설이 오히려 피해를 키우기도 한다. 광주시가 이번에 서방천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인 키 높이로 옹벽을 설치했는데, 쏟아진 빗물을 가두는 수로 역할을 했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상가와 주택 70여 채가 잠겼다. 도시 특성상 물이 빠질 곳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은 채 벽부터 세워 피해를 불렀다. 이 옹벽 설치 공사에만 세금 130억 원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도시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세워진 공간이다. 여기에다 인공시설과 구조물을 억지로 설치해 돈은 돈대로, 피해는 피해대로 키우고 있다.
자연과 상생 치수 대책 우리 선조들께 배워야 할 때
기후 홍수의 시대에 자연과 상생하는 치수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치수에 자연을 이용하면서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갈 수 있는 대책이다. 우선 과도한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를 감안해 재난 위험도를 높이는 지하화, 포장, 복개 등을 줄이고 저지대나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을 중지해야 한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무리하게 하천 공간을 좁혀 놓는 것부터 재고해야 한다. 최대한 자연 하천의 생태환경을 확보하면 홍수 때 유수지나 범람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고칠 수 없다면 공간 밖에라도 유수지를 확보해야 한다. 도시에 공원과 녹지도 많이 만들어 투수층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것이 역부족이라면 도시의 저지대는 개발보다 공원으로 활용해 유수지 공간으로 비워두는 대책도 필요하다. 도시 안에 자연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자연을 최대한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 큰 도시 확장을 지양하고 도시 건설 때 자연을 중요 일원으로 유치하고 활용하는 상생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자연 상생 치수책을 실행했던 우리의 옛 선조들에게서 그 지혜를 배워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을 치수의 제1조건으로 삼았다.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물가나 높은 산에 큰 건물을 짓지 않는 등의 조치는 기본이었다. 자연의 혜택을 이용하는 방법도 사용됐다. 관방제림은 우리에게 그 지혜를 알려준다. 담양 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 영산강이 범람하는 일이 많자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1648년(인조 26) 담양부사 성이성이 제방을 축조하고 제방 위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1854년(철종 5)엔 부사 황종림이 연인원 3만여 명을 동원해 제방과 숲을 다시 중수하여 만들었다. 약 2km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을 이룬 그때 심은 700여 그루의 나무 중 320여 그루가 남아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보는 거목 숲길인 관방제림이다.
산에 나무가 산사태를 예방하는 것을 제방에 차용해, 수해를 방지하기 위한 튼튼한 제방을 축조하기 위해 제방 축조와 함께 나무를 심은 것이다. 수해 취약 지대가 어딘지를 면밀히 살피고, 예방하고, 장장 200여 년에 걸쳐 단단한 구조물로 겹겹이 방비한 선조들의 안전 의식과 세밀한 재난 대비 행정에 머리를 숙이게 된다. 선조들의 그 살뜰한 살핌과 철저한 대비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이고위감(以古爲鑑)이다. 그 정신과 수고가 수백 년을 거치며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 민족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상생하며 자자손손 자연과 함께 영구한 국가와 삶을 계획했다. 우리에겐 그런 자랑스러운 유산이 있다. 기후재난이 커가는 시대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고 누리는 우리나라가 되어야 할 때이다.

▲관방제림 살인폭우가 빈발하는 지구 온난화 시대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치수 대책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400년 전 자연과 상생하는 치수 대책의 모범 사례인 관방제림
나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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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학술관련 IT회사 창업, 판교테크노벨리 IT 벤처회사 대표로 재직 중에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Hiker로 살며 사단법인 사람길걷기협회를 설립하고 이사장에 추대되었다. 사람길로 국토 종주길 창시자, 현재 사람길국토종주단 인솔 중.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KIC Silicon Valley Alumni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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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에게 배우는, 기후 홍수 시대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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