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센터장
이희훈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 건강을 말할 때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기후 불안(climate anxiety)'이다. 심 센터장은 기후보건포럼에서 "최근 들어 특히 주목해야 할 문제"로 기후불안(climate anxiety)을 꼽으면서 "이는 주로 청소년·청년 세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무기력, 상실, 분노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정서 반응을 넘어 교육, 진로, 인간관계, 출산 계획 등 삶의 다양한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 센터장은 "미국에서 2021년도에 16~25세 청년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기후 변화와 관련해 자신의 불안 수준이 중간 이상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가 85%가 나왔다. 기후 변화가 내 미래 계획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자도 64%였고, 출산을 주저한다는 응답자도 52%가 나왔다"라면서 "물론 연구마다 수치는 다를 수 있으나, 이는 이미 실존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기후 불안이 있을수록 더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선호하거나 주거지 선택에서도 침수되기 쉬운 저지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덧붙였다.
심 센터장은 치료 과정에서 "앞으로 살기도 어렵고, 지구도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라고 기후 위기를 언급하는 이들을 실제로 만난다고 말했다. 그는 "취직도 어렵고, 집 사기도 어려워서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살 거라고 말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내게는 모두 같은 맥락으로 들린다. 물론 무기력증을 경계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 분야를 전공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 환경 분야 전공자들이 (기후에 대해) 더 불안이 높고 일상적인 선택에서도 그 부분을 고려한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불안이 생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후 변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자명하다. 비가 많이 오거나 겨울이 길어지면서 우울 증상이 악화하거나 환절기에 조울 증상이 악화하는 건 모든 정신과 의사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온도의 변화는 인간, 생물의 생존에 위협이 아닌가."
그는 인터뷰 말미에 기후 불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방법을 제안했다. 심 센터장은 "내가 기후 위기에 대해 책임감이 있다고 느끼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남아있다는 효능감이 있을수록 기후 불안이 오히려 건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후 위기의 실체를 알리면서 한편으로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효능감이 없으면 사람들은 무기력해져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사라질 것이라는 상실감을 느끼며 행동을 안 하고 손을 놔버릴 수 있다"라면서 "불안하고 무기력한 데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건강하고 타당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책임을 갖고 (기후 위기에) 뭐라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폭염에 대해서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노인층을 비롯한 취약 계층에 폭염과 같은 기후 재난이 더 큰 피해로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자살률이 2.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영국 옥스퍼드대, 스위스 취리히대 공동연구팀의 2022년 세계경제포럼 보고서)가 있다. 기후 변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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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불안으로 결혼·출산 기피... 이미 실존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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