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까시나무 둥지에서 호반새가 부화한 알껍데기를 물고 나오는 모습. (24.6.28. 오후 6:53)
김성호생태작가
이 뒷밤재 고갯길은 김성호 생태작가의 35년 세월이 축적되었다. 그는 1991년에 개교한 서남대학교로 교수로 부임하였고, 이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한층 가까워졌다. 그때 서른한 살 젊은 교수의 산책길에 나이 지긋한 세 분이 느티나무를 심으며 지지대를 세우고 있었다. 식물 생리학을 전공했지만 나무를 심어본 적이 없는 젊은 교수가 물었다.
"어르신들, 이 나무가 언제 크나요?"
"나무는 심기가 힘들 뿐이죠. 한번 심으면 잘 큽니다."
지름 5cm, 키 1.5m의 작은 느티나무가 뒷밤재 도로 양쪽에 줄 섰다. 20년 후, 여름에 잎이 무성해질 때 길 양쪽 나뭇잎이 약간 닿을 듯하더니, 30년이 지나니 무성한 터널 숲이 되었다. 김성호 교수의 자연 사랑은 이곳의 느티나무의 성장처럼 나이테가 35년 동안 굵어졌다.
이제 김성호 교수가 몸담았던 대학교는 7년 전에 문을 닫았지만, 그때 걸었던 뒷밤재 고갯길은 여전히 계절 따라 새롭다. 서남대학교 남원캠퍼스 첫날부터 교수 연구실 201호에서 27년을 근무하며 2018년까지 오로지 이 학교와 역사를 함께 했던 교수였다. 그는 모두가 떠난 대학 캠퍼스와 그의 산책길이었던 뒷밤재 고갯길에 생태작가로 머물면서 새 둥지를 찾아 탐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소나무 둥지에서 갓 이소한 어린 소쩍새. (23.7.30. 오전 8:28)
김성호생태작가

▲ 뒷밤재 고갯길 끝나는 곳에 핀 배롱나무 꽃. (25.7.26. 오후 12:48)
이완우
무더운 여름, 하늘에 둥실 뜬 흰 구름은 더욱 가볍고 시원해 보였다. 뒷밤재 고갯길 끝나는 곳에 둥치 큰 소나무가 있다. 탐조객 십여 명이 딱따구리 둥지에 보금자리를 튼 소쩍새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김성호 생태작가가 뒷밤재 고갯길을 수없이 넘나들면서 딱따구리 둥지를 찾아볼 때 항상 되새기는 태도가 있었다. 숲속의 여러 생명을 하나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지 말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자연을 간섭하거나 훼손하지 말자. 자연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특별한 선물이기도 하다. 자연이 연출하는 공연에 함께하자. 정숙하고 겸허하게.
김성호 생태작가는 뒷밤재 고갯길을 걸으며 해가 바뀌어 다시 만나는 새들이 있다고 했다. 새들이 둥지를 트는데, 한 쌍의 암수 중 하나는 '예전에 왔던 그 개체로구나' 하는 때가 있었다. 새들이 둥지를 찾아 날아드는 동선을 보면, 개체마다 익숙한 경로가 있다. 새도 예전의 둥지를 다시 찾으면, 그곳에서 반복하며 학습했던 동선을 기억하는 듯했다.

▲ 임실 대말방죽 호반새가 둥지 튼 왕버들나무 고사목. (25.7.26. 오후 1:06)
이완우
'딱다구리 보전회'의 탐조 수칙
남원 뒷밤재 고갯길을 내려와서 전주 남원간 국도를 달렸다. 임실의 대말방죽 제방에 차들이 머문 모습이 국도에서도 환히 보였다. 대말방죽 옆 정자, 농로와 제방 곳곳에 수십 명의 탐조객이 고사목 왕버들나무의 호반새 둥지를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었다.
김성호 생태작가는 자신이 찾은 새 둥지만 찾아간다.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알려진 장소는 으레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마련이었다. 올해에 처음으로 그 원칙을 한 번 깼다. 남원의 김태윤 사진작가가 찍은 딱따구리 둥지의 사진 배경에 비슷한 둥지가 몇 개 보였다.
남원과 지리산 지역에서 새 둥지가 있는 웬만한 큰 나무는 다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새 둥지 구멍이 일곱 개나 있는 나무를 몰랐다니, 자존심도 좀 상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찾아가 보니 밤나무 고목이었다. 그가 익숙하게 다니던 도로에서 시야가 가려진 후미진 샛길에 있었다. 아! 딱따구리의 세상도 넓었다.
김성호 생태작가는 한국탐조연합(2018년 11월 창립)과 '딱다구리보전회'(2024년 4월 창립, '딱따구리'가 표준어이다. 다만 한국조류학회는 딱따구리의 어원을 고려하여 '딱다구리'로 표기한다. '딱다구리보전회'는 이 표기를 따릅니다)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건강한 탐조 문화 조성과 조류의 서식지를 보호하며, 딱따구리의 생태적 가치와 역할을 알리고 딱따구리를 보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 딱따구리 아빠 김성호 생태작가. (구)서남대 캠퍼스 옆 뒷밤재 어귀의 느티나무 그늘. (25.7.26. 오전 11:47)
이완우
'딱다구리보전회'에서는 아래와 같은 탐조 수칙을 제정하였다. 탐조객들이 이 수칙을 알고 지켜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 탐조의 기본은 정숙이다.
- 사적 대화는 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꼭 필요한 경우 둘만 들릴 정도로 작고 짧게 말한다.
- 새의 최소 경계 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 새가 놀라서 날아갈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 번식 둥지를 중심으로 반경 5m 안으로는 접근을 금한다.
- 번식 둥지 반경 5m 밖에서도 시야의 방해를 이유로 자연물(풀, 나무 등)을 훼손하지 않는다.
- 번식 둥지에 대한 일체의 간섭을 금한다.
- 번식 둥지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위적 빛을 비추지 않는다.
- 먹이나 소리로 새를 유인하여 촬영하는 것을 금한다.
- 가능한 자연의 계절 색깔에 가까운 복장을 갖춘다.
'딱다구리보전회'는 전국에 딱따구리 탐사대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남원의 딱따구리 탐사대로 활동하며 생물학 박사를 꿈꾸는 한 학생(초등학교 6학년)이 있다. 이 학생은 지난 5월 남원 뒷밤재 산책로에서 적극적으로 조류를 탐사하였다. 탐구심이 남다른 그 학생에게 김성호 생태작가는 약속했다고 한다. 올해 소쩍새가 이 나무의 둥지로 돌아오면, 함께 와서 소쩍새를 탐사하자고.
반갑게도 소쩍새가 기대했던 그 둥지를 찾아왔다. 오색딱따구리가 번식을 치르고 떠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5월 27일에 소쩍새가 입주했다. 김성호 생태작가는 그 어린 학생과 함께 소쩍새를 만나야 하는데, 머뭇거려진다고 한다. 소쩍새 사진을 찍으려는 어른들의 무질서한 모습을 어린 학생이 어떻게 볼까? 생명 존중이나 자연 사랑이라는 구호보다, 탐조를 위해 갖춰야하는 마음가짐과 그 기본 태도가 되는 탐조 수칙의 실천이 우선이라고 생각됐다.
무더운 여름, 남원 뒷밤재 고갯길과 임실 대말방죽을 찾은 여름 철새들이 부화한 새끼들을 키우는 먹이 활동을 열심히 하는 계절이다. 사진 찍으려는 탐조객도 많다. 야생 조류 탐조 수칙이 잘 지켜지는 건강한 탐조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 임실 대말방죽 왕버드나무 둥지로 미꾸라지를 물고 돌아온 호반새. (24.06.30. 오후 4:48)
김성호생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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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관광 분야의 가치를 찾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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