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감이불 유튜브에서 공동구매한 100% 국내산 냉감이불. 살에 닿는 감촉이 정말 시원하다. (패드. 베갯잇도 포함)
전미경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여름밤. 냉감이불. 100% 국내산 제작. 최저가 보장."
순간 솔깃했다. 가격도 인견 원피스 하나 값 보다 쌌다.
"그래, 나는 밤에만 시원하면 돼. 낮은 그럭저럭 버티니까."
이불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이었다. 속는 셈 치고 공동구매에 참여했고, 며칠 후 작은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한밤중, 패드와 이불을 덮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건 진짜다.'
냉감이불은 일반 인견이불과도 확실히 달랐다. 피부에 닿는 촉감이 시원한 데다, 얇고 가볍지만 이상하게도 이불을 덮고 나면 더위로 인한 불쾌감이 훨씬 덜하다. 마치 땀을 빼앗으며 식혀주는 듯한 감촉이라고 해야 할까. 올해 나는 냉감 이불 하나로 폭염을 버티고 있다. 에어컨 없이도 창문을 닫고 잘 수 있을 정도다.
도시에서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각종 소음, 모기와 먼지에 시달리는 대신, 문을 닫고 조용한 방에서 이불 하나로 쾌적하게 자는 여름 밤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냉감이불 덕분에 폭염에도 에어컨 전원을 거의 켜지 않았다. 낮에 하루 종일 혼자 있을 때도 작은 선풍기 하나로 충분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덥다는데 나는 아직 더위를 못 느끼고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기후 위기를 줄이기 위해 조금은 노력하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에어컨은 무더위를 식혀주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대부분의 냉방 기기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유발한다. 냉매 가스 누출은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한 온실 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 더워지니까 에어컨을 켜고, 에어컨이 더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그렇게 도시는 점점 더 뜨거워진다. 우리는 이 고리를 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에어컨을 끌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덜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건 가능하다. 냉감이불처럼 적은 에너지로 여름을 버틸 수 있는 제품이나 습관들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결코 작지 않다.
고효율 저에너지 제품을 찾아보자
물론 냉감이불도 원단 생산과 유통, 배송 등에서 탄소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그 사용으로 냉방 기기 사용량이 줄어든다면, 그것은 기후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기후 전문가들은 고효율 저에너지 제품의 선택과 행동 전환을 탄소중립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제시한다. 냉감이불은 단순한 여름 이불이 아니라, 생활의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밤마다 이불을 덮으며 "오늘도 에어컨 없이 잘 잤다"는 사실에 만족을 느낀다. 이것은 작은 변화이지만, 그 작은 변화가 모이면 세상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지난 6월엔 시에서 처음으로 운영하는 탄소중립센터 시민봉사단으로 가입해 기후 위기에 대한 교육도 받고 도시숲을 위한 생활 습관을 익히는 중이다. 전기를 아껴 쓰는 탄소포인트 제도에도 등록했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에어컨을 틀기 전에는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올해는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이제 '폭염은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일상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새로운 여름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덜 덥게'가 아니라 '덜 에너지로 버티는' 방식 말이다.
냉감이불은 내게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강한 무기'가 되어주었다. 기후위기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너무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작은 선택을 통해 함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내가 매일 밤 냉감이불을 덮으며 느끼는 그 시원함이, 이 지구의 열기 속에서도 조금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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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졌다'는 패배감, 이불 한 장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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