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사찰음식 의외로 입맛이 돌며 음식과 먹는 일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김성일
깊은 산중에서 커피를 만나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스님과 차담하는 시간에 녹차 대신 원두에서 갓 내린 사발커피를 받았다. 운 좋게도 이날 템스 참가자가 나 혼자라 스님과 독대(?)하면서 이런저런 좋은 말씀을 듣게 됐다.
스님은 강릉이 커피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커피 축제'를 제안할 만큼 발상이 남다른 분이었다. 현덕사는 2023년에 템스 최우수등급을 받았는데, 전국에서 21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다.
절을 둘러보다 대웅전 내에서 애견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인이 되신 분들의 사진과 나란히 있었다. 알고 보니 창건 초기부터 반려동물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 의식이다.
지금에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500만여 명에 이를 정도가 됐지만 초기엔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사람이 아니라 동식물 천도재 발상을 어찌했을까. 출발은 소박하다. 어린 시절 무심코 죽인 제비가 생각나 '망(亡) 합천 제비 영가(靈駕)'라는 위패를 만들어 천도재를 올렸다는 것이다. 생명 있는 모든 존재는 귀하고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가 의지하는 관계라는 생각이 바탕이다. 생명 존중과 생태 환경 운동의 실천이 멀리 있지 않다.
멈춤이 주는 선물
사찰에 머무는 동안 문득 20여 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한창 바쁘게 일하던 현역 시절, 연말이면 송년회 명목의 술자리가 잦았다. '낮에는 일로, 밤에는 술로' 거의 영혼을 불사르던(?) 때였다.
어느 해 1월, 친한 선배 한 분이 1달 금주기간을 선언했다. 연말에 정신없이 달렸으니 지친 심신에 휴식을 준다는 의미였다. 불교 친화적이었던 그 선배는 스님들이 겨울철에 외부 출입을 삼가고 수행에 정진하는 일종의 '동안거'라며 웃었다.
나도 호기롭게 금주금연에 도전했다. 공주에 위치한 사찰의 템스에도 참여했다. 특정한 신앙은 없어도 사찰이 주는 조용하고 절제된 분위기가 좋았다. 세상의 속도를 잠시 잊고 쉬어가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퍽 마음에 와닿았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닌데 두 달 후엔 완전 금연의 성공 스토리를 썼다.
올여름엔 디지털 디톡스라고 할까. 외부와의 접속을 최소화한 시간은 내게 일종의 '하안거' 같았다. 분주한 도시의 일상에서는 꿈꾸기 어려운 말할 수 없는 충만감이 느껴졌다.
템스 후 경포 해변으로 옮긴 후에도 나는 사찰 모드를 유지했다. 서울 귀가 후 지금까지 일주일 넘게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진정한 쉼이 이렇듯 별것 아닌데 막상 일상으로 복귀하면 만사가 여의치 않다.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온갖 것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 버스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무심코 보이는 모니터에 광고와 뉴스가 뜬다. 도서관의 전자 신문열람대에도 숨 가쁘게 새로운 소식이 이어진다.
당분간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견뎌보고자 한다. 나의 휴가와 휴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억지로라도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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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마시는 사발 커피, 이런 게 제대로 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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