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로 출근하는 80대 할머니, 여기서 이 글도 씁니다

이 공간에서 만나는 오롯한 나 자신...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세상과 소통한다

등록 2025.07.29 12:13수정 2025.07.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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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이 들면서 외출 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칫 무료하기 쉬운 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선 시간 분배를 잘해야 한다. 나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 무얼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내 머리 안에는 늘 짜 놓은 일정이 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마치면 내 방 서재로 출근한다. 직장인도 아니면서 출근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내 서재는 나만의 세계가 집합된 장소다.

출근이라 말하지만, 서재에선 노는 게 일이다. 가끔은 글을 쓰며 생산적인 일도 한다. 가령 <오마이 뉴스>에 글을 올리는 일도 생산적인 일이다. 원고료가 적고 많고 보다 이 나이에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강요보다 나 자신의 자발적인 창의력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내게는 위로이자 살아가는 가치를 음미하는 작업이다.


나이 듦은 서럽지 않다

서재 책장 책장이 있는 서재
▲서재 책장 책장이 있는 서재 이숙자

서에서 글도 쓰고 매일 시를 필사해 단체 메신저에 올리는 일, 어반 스케치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서재는 내 놀이터인 동시에 일터이기도 하다. 오롯이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나만의 사색 공간에서 정신적으로 나를 더 성장 시키는 작업은 내 마음의 근육을 키우며 세상 풍파에 흔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더없이 편안하고 내가 나 다워진다. 그렇게 자존감을 키운다.

혼자 놀 때면 잔잔한 바닷물 위에 반짝이는 윤슬이 떠올라 내 안에 슬픔처럼 머물러 있던 어두운 그림자도 다 걷어 낼 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던졌던 돌멩이의 아픈 상처도 지운 지 오래다. 오직 남은 것은 나머지 삶은 나와 함께 무탈하게 걸어가는 약속 같은 것. 어느 방향으로 목표를 두고 걸어갈까 하는 고민은 나의 몫이다.

인생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한 시인의 말에도 공감한다. 공감하지만 그 말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삶이란 단순하지만 때론 복잡한 감정에 물들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감옥 안에 갇히고 만다. 인생이라는 나무에는 슬픔도 한 송이 꽃이라는 걸 뒤 늦게야 알았다.

나이 듦이란 가야 할 곳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잘 구분하는 것이다. 나이 듦은 곧 내 마음에서 하나 둘 버리는 일, 예전에는 주인공으로 살았다면 지금은 링 밖으로 밀려난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쯤 되는 것이라고 새삼 느낀다. 주인공으로 살아왔던 화려한 그 시절은 잊어야 한다. 버림으로써 나다워 진다.


나를 잘 살도록 돌보는, 사색하는 순간

내 작업 컴퓨터 컴퓨터는 나의 친구다
▲내 작업 컴퓨터 컴퓨터는 나의 친구다 이숙자

바쁘게 사회 생활을 했던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세상 밖에서 나를 좀 숨기고 살자. 여기저기 얼굴을 내놓고 산다는 것은 추해 보임을 알았다. 숨김은 아름다움이다. 꽉 채운 그릇의 물체가 답답해 보이듯 조금 모자람이 더 보기 좋다.


삶의 아름다움이란 비움에서부터 시작한다. 집착이란 허망한 것이며 내려놓으면 마음의 근육이 생긴다. 옛일에 집착하면 사람이 추해진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은 맥아더 장군이 퇴역하면서 했던 유명한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게 한다. 살면서 혹여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았는지, 내 자리를 모르고 나서지는 않았는지 생각해야 할 주제들이 많다. 절대로 다른 사람 의견에 부정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때 내 의견을 내는 것보다는 침묵하며 옳은 방향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리더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그 일은 나이 든 사람 몫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관계가 복잡하다고 집안에서 마냥 사람과 소통을 하지 않고 산다면 그 또한 많이 답답할 것이다. 내 일상의 시간도 적당한 안배가 필요하다. 가끔은 삶이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실천하려 한다. 사람을 회피하다 보면 내 삶은 세상과 단절되고 고독 안에 갇혀 버릴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어쩌면 세상과 소통을 위한 일환일 것이다. 누군가와 공감하고 마음은 나누는 일은 곧바로 삶의 활력소다. 세상 속에 글을 쓰고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의 소리도 귀 기울여 마음을 나눌 수 있음이 나에게는 커다란 위로이자 기쁨이다. "그래 이만 하면 내가 잘 살고 있어" 때때로 삶이 어둠의 동굴에 갇히려고 할 때 위로를 던진다.

내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혼자 사색하는 순간들이다. 나를 잘 살도록 다잡는다. 인생이란 정해진 길도 없고 정답도 없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데로 맡겨 두면 되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때때로 밀려오는 슬픔도, 고통도 내가 함께 해야 할 내 삶의 무게다. 사람과의 관계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듯 그리움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사람 관계는 너무 자주 만나면 서로의 풋풋한 감정이 없어진다.

눈에 안 보이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말은 하지만, 그리움이란 얼마간 물리적인 거리의 간격이 있어야 그 안에서 움터오는 애틋한 그리움이 자란다. 그리움 너머에는 사랑이 자리할 것이다. 나는 나의 서재 안에서 나만이 꿈꾸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살아 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서재 #책 #컴퓨터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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