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구축함 진수식서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나는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가 사활을 걸어야 할 과제는 우리 사회에 수십 년간 누적된 북한에 대한 맹목적 적대의식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단 이후, 남북통일은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민족의 숙원 과제였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통일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고, 초중고에서 매년 반공 글짓기,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역설적으로 통일에 대한 염원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오랜 기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뭉클한 마음으로 불렀던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걸맞게 수십 년간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남한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빈곤을 극복한 문화강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에 대한 생각도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북한을 더 이상 적으로만 그리지 않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사회의 북한에 대한 디폴트(기본) 값은 여전히 강한 적대의식이다.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긍정적 입장을 취하면 사정 없이 친북, 종북 딱지가 붙는 위협과 수난을 감당해야 한다. 보수 정치 세력은 냉전 의식에 기반해 세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십 년 째 대북 적대감을 강화하며 정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남한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고, 수준은 달라졌지만 지금도 북한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지만 이미 오래 전 남한은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으며 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한, 북한은 남한에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 현 상황이다. 설령 도발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남한은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수십 년간 누적된 맹목적 적대감은 계속 과거의 경험으로 북한을 판단하고 그들을 실제 위협 보다 더 크게 과장해 인식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북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진보 정치 세력이 집권하면 나라가 공산화된다는 수십 년 된 선동이 사실로 인식되어 여전히 큰 힘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한 맹목적 적대감은 통일 문제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방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종래에는 남북 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일부 보수 정치 세력이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악용하고 있는 대북 적대감을 해소할 때 통일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간 누적된 맹목적 적대 의식이 전체 상황을 압도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남북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형성될 때, 남북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두 세대 이상의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대북 적대 의식을 하루아침에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적대감을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건강한 인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통일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의 거부감과 무관심
통일부가 매진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남북한 간의 '우리 정서'를 형성하는 것이다. 매학기 진행하는 통일 북한 주제 강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통일의 필요성, 북한 인식에 대해 토론하던 중 한 학생이 "지금과 같은 이미지의 북한과는 통일도, 교류 협력도,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온통 부정적 특성만 가지고 있는 집단과 무엇을 하고 싶겠는가?"라고 북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통일 후 예상되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면 긍정적 인식이 있다고 해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데, 북한 바로 알기라는 미명 아래 제시되는 메시지를 보면 북한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만났을 때 모국어인 한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남한 국적이 아닌 지구상의 유일한 상대가 북한주민 아닐까?'라고 화두를 던지자 한 학생이 대뜸 말했다. "왜 굳이 북한주민과 대화해야 하죠?,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살인적인 입시 관문을 넘어 취업과 진로라는 만만치 않은 인생의 과제를 앞두고 있는, 아무리 '노오력'해도 미래를 향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북한은 이런 존재다. 가끔 남과 북이 어울리는 국가 이벤트를 보며 찡한 감정을 느끼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북한은 가까워져야 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아니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방 후 두 세대의 시간이 흘러 탄생한 현재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일반화되면 남북통일은 신화 같은 역사 이야기로 남을지 모른다. 더 늦기 전, 현재의 젊은 세대가 앞선 세대의 시대에 형성된 적대감을 청산하고 남북을 '우리'로 인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의 북한배경이 '주홍글씨'가 되지 않도록
지난 7월 14일은 북한이탈주민의 날이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고 권익을 향상시키며 남북주민 간의 통합 문화를 형성해 통일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4년 제정되어 올해 2년차를 맞이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낯선 남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정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자주 다뤄지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의 자료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의 절반이 북한지역출신이란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북하나재단의 2024년 조사에서는 16%가량의 주민이 차별과 무시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포용의 중요성 측면에서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서 강조되는 의견은 북한 정권과 개인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이 태어나 살아갈 국가와 정권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 이에 북한을 떠나 남한에 온 북한이탈주민을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품어야 한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피상적으로 정권과 개인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적대시하는 집단 출신이라는 그들의 배경이 그들의 삶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지원서에서 북한주민이력을 삭제하니 수십 번 시도해도 되지 않던 취업이 바로 되었다"는 한 북한이탈주민의 한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을 떠나 남한에 들어온 후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실존하는 북한의 특성을 부정하거나 미화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수십년간 누적된 적대감으로 북한에 대한 더 큰 적대감을 계속 만드는 것은 '먼저 온 미래'라는 이름으로 남한에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통합에도 무익하다는 것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북한 배경이 그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주홍글씨'가 되지 않도록 남한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 정말 많고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이 통일부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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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이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재명 정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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