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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이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재명 정부의 과제

수십 년간 한국 사회에 쌓인 북한에 대한 적대감... 이것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등록 2025.07.29 17:27수정 2025.07.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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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장관 취임 정동영 신임 통일부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동영,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장관 취임 정동영 신임 통일부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정민

새 정권 출범 후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그 배경에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23년 12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연설에서 '남북관계는 동족 관계가 아닌 전쟁 중에 있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했다. 남과 북은 더 이상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 갈등 관계에 있는 인접국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김정은의 주장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통일 문제에 관한 상징적 인사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임종석이 '더 이상 통일을 하지 말자'라는 마치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듯한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임종석이 제기한 또 다른 '두 국가론' 주장은 역설적으로 남북통일 과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에서 한목소리로 북한의 주장을 다각도로 비판하며, 통일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남북의 민족적 역사적 과제라는 것을 강조했다.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기는커녕 끝없이 도발하고 적대시했던 지난 정부조차도 남북통일은 포기할 수 없는 공동체의 과제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 없는 통일부 부처명 변경

통일부 부처명 변경 의견이 제기된 가장 큰 이유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저하된 시대 분위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년 통일의식조사에서 남북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6.9%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의 경우, 23%가량만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여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남북 관계가 단절 상태일 뿐 아니라 통일의 추진을 위한 기본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통일부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남북한 공존, 평화라는 '현실적' 목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과거, 동서독 분단문제를 내국 문제로 다뤘던 서독이 '내독부'라고 명명한 부처를 통해 동서독 문제를 다뤘던 사례가 언급되었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사명인 통일 과제를 포기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는 논의로 하고, 통일부 부처명 변경 논의가 시작도 없이 끝난 이유는 간명하다. 목표를 수정한다고 그것에 쉽게 도달할 수 있거나, 북한이 그에 적극 부응할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어떤 목표를 추구하던 그 과정에서 취하게 될 대북 정책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뭔가 풀리지 않으면 간판을 바꾸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통일부 부처명 변경은 전혀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 관계 복원의 실마리 찾기

최근 공식 취임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무너진 남북관계의 회복을 시급히 수행해야 할 1차적 과제라고 천명했다. 남북통일과 그것을 이뤄가는 단계적 과제로서 화해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노력이나 요구로 실현될 수 없는, 양측이 함께 풀어야 할, 대상이 있는 과제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 또한 남북한 두 집단 사이의 관계의 산물이다.


2011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장한 후 휴지기를 거쳐 남북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교류 협력의 전기를 맞이했다. 연이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껏 올랐던 기대감을 무너뜨렸던, 남한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충격적이었던, 북한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끝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저서 <통찰>에서 남북한 관계가 현 상태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의 하나로 북한의 남한에 대한 신뢰 붕괴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한미 관계의 '관성' 속에서 자주성을 상실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를 보며 남한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 끝에 나온 것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라는 것이다.

통일 문제를 남북의 문제이자 동시에 국제 문제로 다뤄야 하는 남한의 입장에서 해법 마련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짧은 해빙기 이후 다시 꽁꽁 얼어버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관계가 무너진 그 지점에서 복원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분투가 필요하다.

통일부의 시급한 과제, 수십 년간 누적된 대북 적대의식 해소

신형구축함 진수식서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신형구축함 진수식서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나는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가 사활을 걸어야 할 과제는 우리 사회에 수십 년간 누적된 북한에 대한 맹목적 적대의식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단 이후, 남북통일은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민족의 숙원 과제였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통일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고, 초중고에서 매년 반공 글짓기,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역설적으로 통일에 대한 염원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오랜 기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뭉클한 마음으로 불렀던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걸맞게 수십 년간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남한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빈곤을 극복한 문화강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에 대한 생각도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북한을 더 이상 적으로만 그리지 않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사회의 북한에 대한 디폴트(기본) 값은 여전히 강한 적대의식이다.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긍정적 입장을 취하면 사정 없이 친북, 종북 딱지가 붙는 위협과 수난을 감당해야 한다. 보수 정치 세력은 냉전 의식에 기반해 세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십 년 째 대북 적대감을 강화하며 정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남한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고, 수준은 달라졌지만 지금도 북한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지만 이미 오래 전 남한은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으며 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한, 북한은 남한에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 현 상황이다. 설령 도발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남한은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수십 년간 누적된 맹목적 적대감은 계속 과거의 경험으로 북한을 판단하고 그들을 실제 위협 보다 더 크게 과장해 인식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북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진보 정치 세력이 집권하면 나라가 공산화된다는 수십 년 된 선동이 사실로 인식되어 여전히 큰 힘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한 맹목적 적대감은 통일 문제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방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종래에는 남북 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일부 보수 정치 세력이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악용하고 있는 대북 적대감을 해소할 때 통일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간 누적된 맹목적 적대 의식이 전체 상황을 압도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남북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형성될 때, 남북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두 세대 이상의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대북 적대 의식을 하루아침에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적대감을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건강한 인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통일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의 거부감과 무관심

통일부가 매진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남북한 간의 '우리 정서'를 형성하는 것이다. 매학기 진행하는 통일 북한 주제 강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통일의 필요성, 북한 인식에 대해 토론하던 중 한 학생이 "지금과 같은 이미지의 북한과는 통일도, 교류 협력도,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온통 부정적 특성만 가지고 있는 집단과 무엇을 하고 싶겠는가?"라고 북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통일 후 예상되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면 긍정적 인식이 있다고 해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데, 북한 바로 알기라는 미명 아래 제시되는 메시지를 보면 북한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만났을 때 모국어인 한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남한 국적이 아닌 지구상의 유일한 상대가 북한주민 아닐까?'라고 화두를 던지자 한 학생이 대뜸 말했다. "왜 굳이 북한주민과 대화해야 하죠?,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살인적인 입시 관문을 넘어 취업과 진로라는 만만치 않은 인생의 과제를 앞두고 있는, 아무리 '노오력'해도 미래를 향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북한은 이런 존재다. 가끔 남과 북이 어울리는 국가 이벤트를 보며 찡한 감정을 느끼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북한은 가까워져야 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아니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방 후 두 세대의 시간이 흘러 탄생한 현재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일반화되면 남북통일은 신화 같은 역사 이야기로 남을지 모른다. 더 늦기 전, 현재의 젊은 세대가 앞선 세대의 시대에 형성된 적대감을 청산하고 남북을 '우리'로 인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의 북한배경이 '주홍글씨'가 되지 않도록

지난 7월 14일은 북한이탈주민의 날이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고 권익을 향상시키며 남북주민 간의 통합 문화를 형성해 통일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4년 제정되어 올해 2년차를 맞이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낯선 남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정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자주 다뤄지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의 자료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의 절반이 북한지역출신이란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북하나재단의 2024년 조사에서는 16%가량의 주민이 차별과 무시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포용의 중요성 측면에서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서 강조되는 의견은 북한 정권과 개인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이 태어나 살아갈 국가와 정권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 이에 북한을 떠나 남한에 온 북한이탈주민을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품어야 한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피상적으로 정권과 개인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적대시하는 집단 출신이라는 그들의 배경이 그들의 삶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지원서에서 북한주민이력을 삭제하니 수십 번 시도해도 되지 않던 취업이 바로 되었다"는 한 북한이탈주민의 한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을 떠나 남한에 들어온 후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실존하는 북한의 특성을 부정하거나 미화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수십년간 누적된 적대감으로 북한에 대한 더 큰 적대감을 계속 만드는 것은 '먼저 온 미래'라는 이름으로 남한에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통합에도 무익하다는 것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북한 배경이 그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주홍글씨'가 되지 않도록 남한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 정말 많고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이 통일부의 존재 이유다.
#통일부 #북한 #북한이탈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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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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