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
이광서
이광서 대표에게 '공간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단순히 공실이 채워지고 임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사회주택 사업자가 된 이유이자, 사업주택 사업자로서 끊임없이 풀어내야 하는 숙제다.
"저는 임대사업자거든요. (주택을) 지어서 팔아 수익을 내는 사람이 아니에요. 최소 20년 이상 (임대를) 책임져야 하는 사회주택의 운영자죠. 공간을 살려내야 하는 건 저한테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까' 대신,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라는 고민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언제나 그 고민을 안고 씨름한다. 유휴 공간을 줄이고, 그 공간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며,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랐다. 그래야 공간이 살고,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 같이 다 쉽지 않은 일들이다.
이광서 대표는 그 모든 과정을 조금 더 부드럽게, 사람의 감정에 닿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며 예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가장 세련된 소통 방식이 바로 문화와 예술"이라고 말했다.
아이부키의 첫 프로젝트였던 SH공사 임대아파트 단지의 유휴 공간을 예술가들과 함께 '와글와글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바꿨을 때도, '독거 어르신들의 공동체' 보린주택에 시도한 여러 새로운 도전들을 풀어나갈 때도 임대주택이라는 낙인을 극복하고 입주민들에게 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줄 때에도 아이부키와 그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길을 찾았다. 예술은 사람을 발견하고,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며,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출발점이 됐다.
그에게 미술은 "똑같은 것을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활동"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10여 년 전 어린이 창의 미술을 시작할 때에도 그랬고,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 와글와글 우리 동네 도서관과 보린주택 사업 설명 |
와글와글 우리 동네 도서관: 아이부키와 이광서 대표는 임대아파트 단지 내 방치되어 있던 유휴 공간 문제의 돌파구로 '문화예술'을 활용했다. 그는 이곳에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등 예술가들을 초대해, 아이들과 함께 직접 활동하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엮어내는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보린주택: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홀몸어르신 돌봄주택'.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의 수급자 및 독거 어르신들이 함께 살며 서로 의지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고민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 시도해 보는 도전(입주자 선정권한, 공용공간에 대한 공공의 이해부족 등) 등을 뚫고 입주자, 사업자, 지역주민, 자치단체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잘 풀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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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경험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젝트 계속 전개할 것
이 대표는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성과로 '성공적인 소통 경험'을 꼽았다.
10년 이상을 미술계에 오랫동안 몸담았고, 미술에 대해 누구보다 애정도 깊은 이광서 대표. 그렇다고 미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언제나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부동산을 다루는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작가들은 (건물주의) 저의를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통이 쉽지 않다"고 말하며, 접점을 찾기 어려운 두 세계가 만나 '전시'라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아이부키의 공간 실험이 지속 가능한 모델"로 확장되길 바라고 있다. 그가 이번 프로젝트에 '아이부키 스윙 스페이스-조원생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의지가 담겼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준비 중인 신규 프로젝트들과 연계해, 추가적인 스윙 스페이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유휴 공간이 생기는 건 필연적입니다. 계약부터 인허가까지는 어쩔 수 없이 비는 시간이 있거든요. 이번 전시는 유휴 기간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작가들에게는 실험의 기회를, 아이부키에게는 문화예술 네트워크와 공간의 활력을 안겨준 상생의 경험이었죠. 앞으로도 아이부키와 스윙 스페이스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취재 뒷이야기 |
취재가 끝난 뒤, 김정한 교수에게서 이광서 대표의 진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리학을 공부하다가 미대에 진학하고, 한때는 배를 탔으며, '우주를 느끼겠다'며 직접 만든 소금물 가득한 '무중력 장치' 관에 들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광서 대표는 다음 인터뷰에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약속했다.)
이처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듭해온 이광서 대표. 거듭되는 실험 속에서 마주하게 된 답답한 현실도 적지 않았다.
그는 유장우 작가의 '선회의 방법론'을 두고, 혀로 지구본을 돌리려는 행위가 '우스꽝스럽지만 무거운 은유'를 담고 있다고 평가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다.
그에게 이 작품은 과거 자신이 숱하게 겪었던 답답한 현실의 축소판이기도 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혀는 흔히 '말'을 상징하잖아요. 그리고 지구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뭔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요. 실제로 사업을 하다 보면 늘 느끼는 건데, 다들 말은 정말 많아요(웃음). 심지어 다 좋은 말이죠.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많죠. 작품 속 지구본처럼"
그는 공간이 필요한 사람과 공간을 가진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어긋나는 현실을 짚었다. 그에게 이번 '아이부키 스윙 스페이스-조원생활'는, 그렇게 헛돌던 지구본이 비로소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 이어온 그의 실험에 대한 하나의 작지만 의미 있는 응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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