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표적감사를 넘어, 모두가 평등한 디지털 공론장을 향해

[인터뷰]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크루 제이, 바다, 도란

등록 2025.07.31 10:32수정 2025.07.3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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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론장도 광장일까? '디지털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론장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에게 디지털 공간은 '내 손 안의 광장'을 표방하는 만큼 오프라인만큼이나 중요한 광장이다. 시민들이 모여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내는 빠띠의 활동은 광장을 더 넓혀 나가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5월말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의 표적감사 논란으로 인해 빠띠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빠띠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이슈 큐레이터 제이, 바다 활동가와 플랫폼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도란 활동가를 7월 16일, 빠띠의 사무실이 위치한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만나 디지털 공론장과 탄핵광장, 더 나아가 표적감사에 대처하는 빠띠의 방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아래는 세 사람과의 일문일답.

'시민참여'를 넘어선 '시민주도' 플랫폼을 만들다

 지인들에게 빠띠 '이슈 타임라인'을 설명 중인 도란(오인영) 활동가.
지인들에게 빠띠 '이슈 타임라인'을 설명 중인 도란(오인영) 활동가. 도란 제공

- 빠띠 플랫폼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도란(오인영, 이하 도란) : "'쉬운 참여'인 것 같아요. 이슈를 접하고 자기 생각을 댓글로 달 수 있는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일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쉽게 하려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나 주제가 다양해야 해요. 또, 효능감도 중요하죠. 캠페인 등 시민활동에 참여하면 디지털 리워드 뱃지를 주는데, 그런 소소한 요소들을 통해 쉬운 참여를 유도하려고 해요."

- 디지털 시민 활동 플랫폼을 설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지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도란 : "다양한 이슈를 다룰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게 제일 커요. 시민들 누구나 와서 자기가 말하고 싶은 어떤 주제건 꺼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혐오와 차별 때문에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행동강령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어요."


제이(김재환, 이하 제이) :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장을 열어놓는다고 해서 와서 얘기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 있을 법한 콘텐츠를 미리 준비해놓죠. 그래서 사람들이 뭘 좋아할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동물권에 관심 있는 사람이 어쩌다가 빠띠에 들어왔을 때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동물권 관련 콘텐츠들이 이렇게 많이 준비되어 있네?'라고 느낄 수 있게끔요."

- 어떤 기준에 따라 빠띠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큐레이션하나요?


제이 : "저는 시의성과 중요성을 중점으로 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속보]' 이렇게 떠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보는 건 당연하니까요. 중요성의 경우는 의도가 좀 더 들어가는데,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으로는 잘 안 다뤄지는 이슈들이 있잖아요. 차별금지법도 얘기는 많이 나오지만, 제도의 문턱에서 합의를 이유로 좌절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 문턱까지도 가지 못하는 이슈들이 정말 많아요. 그것들을 어느 정도의 의도를 갖고 보여줄 것이냐를 고민해요."

바다(임동준, 이하 바다) : "그 두 가지라는 데에 공감하고, 시의성과 관련된 이슈는 가볍게 투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의도적으로 시민들과 더 얘기해보고 싶은 주제들은 월간 이슈의 주제로 정해요. 이런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얘기되게끔 합니다."

- 많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이용자들의 참여를 강조하죠. 빠띠가 생각하는 '좋은 참여'란 뭘까요? 빠띠의 디지털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시민참여의 차별성이 있다면?

바다 : "사실 참여라는 표현은 모호해요. 플랫폼에 와서 시민이 무언가를 한다, 는 걸 참여로 규정짓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그걸 넘어서길 바라는 '시민 주도' 플랫폼이 되길 바라거든요. 운영자가 다 만들어놓고 '와서 써보세요'가 아니라 같이 만드는 과정을 추구한다는 점이 차별점인 것 같아요."

도란 : "보통은 플랫폼 내에서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빠띠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니까 캠페인을 열 수도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이 주도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열어두고 있거든요. 또 다른 예시로, 구독자를 50명 모으면 응원하기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데요, 그 기능을 통해서 응원의 마음을 담아 금액을 설정해 보낼 수 있어요 .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용자들을 응원한다는 콘셉트죠."

제이 : "빠띠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내세우니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여를 고민하는 시민들이 모여있다는 게 다른 점이죠. 여기서 활동하고 소통하면서 이렇게 좋은 시민들이 있고 나도 좋은 시민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달까요. 예를 들어 전쟁이 났을 때 누군가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방산주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를 기대하지만, 어떤 사람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잖아요. 좋은 시민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디어에서는 전자의 부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빠띠에서는 그렇지 않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할 수 있어요."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페이너 인생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제이(김재환) 활동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페이너 인생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제이(김재환) 활동가. 도란 제공

- 디지털에서 논의되는 이슈는 휘발성이 강하잖아요. 한 번 떠오른 이슈를 '계속 이야기되게' 만드는 빠띠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바다 :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되는 2023년도에 시민들과 함께 '2022년 10월 29일에 어디서 무엇을 하셨나요?'라는 질문을 소재로 같이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했는데요, 이렇게 플랫폼 안에서 논의가 지속했으면 하는 주제가 있으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거나 얘기할 거리를 일부러 만들어요. 세월호 참사 역시 10주기 때 4.16재단의 지원을 받아 공론장을 열어서 시민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었죠."

제이 : "디지털 공간이 휘발성도 강하긴 한데,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안 받는다는 점이 중요한 특성인 것 같아요. 플랫폼 모니터링을 하면 옛날 글에 코멘트가 달리고 옛날 캠페인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언론에서야 시간이 지나면 적게 다뤄질 순 있겠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문제는 다른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는 거죠."

탄핵광장과 그 너머, 여전히 남은 과제들

- 지난 4개월 간의 탄핵 광장에서 핵심적이었던 장면들은 대체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들어요. 온라인 시민광장을 만들었던 세 분은 탄핵 광장을 어떻게 바라보셨는지, 또 어떤 장면이 인상에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도란 : "저는 오히려 디지털이라서 남는 부분이 중요해서 빠띠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오프라인 광장에 가서 외치는 건 공중으로 흩어지지만, 빠띠에 적은 건 흔적이 남거든요(웃음). 그리고 해외에 사는 친구들은 계엄이 터졌을 때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뛰쳐나갈 광화문이 없어요. 그런 친구들은 빠띠에서 제가 연 온라인 촛불광장에 와서 참여하는 거죠. 실제로 해외의 많은 국가에서 코멘트를 남겨주셨어요. 당장 뛰쳐나갈 광장이 없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게 기록으로 남는다는 게 저한테는 엄청나게 커요."

바다 : "온라인 광장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순 없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남태령으로, 한남동으로 가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는 알고 싶잖아요. 그때 함께 관심을 이어 나가고 싶을 때 온라인 광장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이 : "저는 당시 비상행동 자원봉사단 활동을 했었는데요, 응원봉과 깃발을 보면서 콘텐츠 큐레이터다 보니까 이 모든 게 콘텐츠처럼 보이더라고요(웃음).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모두 각자의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느낌이었달까요? 이 아이디어와 욕구는 어디에 숨겨져 있다가 여기서 튀어나오는지 정말 신기했죠."

- 최근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가 빠띠에 인건비 환수를 비롯, 300%의 제재부가금을 더해 7억 5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반환하라고 명령한 일이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공론장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일에 고민이 있으실 것 같아요.

바다 : "이미 사업을 진행할 때 여러 기준들을 다 확인하면서 진행을 했던 건데, 뒤늦게 문제제기를 한 건 사실상의 표적 감사라고 생각해요. 특히 민관 협력 사업을 통해서 '좋은 공론장'을 만들려면 신뢰가 엄청 중요한데, 그런 신뢰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일 인거죠. 이런 일이 지속되면 시민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공론장도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공론장을 여는 이유는 함께 변화를 만들기 위함인데, 이런 식으로 문제가 생기면 지자체나 정부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이번 사태가 팀의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도란 : "이번 일 때문에 마음이 참 힘들죠. 시간도 많이 뺏겼어요. 조직이 이런 위협을 받는다는 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팩트체크넷 사업이 없어지면서 빠띠 플랫폼에 팩트 체크 기능을 넣은 것도 사업만 종료된 거지 시민팩트체크 활동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는데, 표적 감사까지 들어오니 더더욱 팩트체크 기능을 지켜내야 되겠다 하는 투지를 불태우게 됐어요(웃음)."

제이 : "빠띠는 그동안 국민의힘 같은 보수정당으로부터 정파성에 대한 시비가 걸렸어요. 여성가족부와 함께했던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처럼요. 그런데 '해야 마땅한 일'이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도 이렇게 자꾸 제동이 걸리면 신경이 쓰이잖아요. 그래서 요즘 콘텐츠를 기획할 때 '혹시...?'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요. 그러면서도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고 후원회원분들이 후원금을 증액도 해주시니까(웃음), 지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덕분에 자기검열을 잘 뛰어넘으려는 시기인 것 같네요."

 2024 민주주의랩에서 시민팩트체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바다(임동준) 활동가.
2024 민주주의랩에서 시민팩트체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바다(임동준) 활동가. 도란 제공

- 빠띠 같은 비영리 공익 플랫폼들이 말씀하신 정파성 논란에서 자유롭기가 힘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사건들이 정권에 따라 달리 발생하는, 토대가 취약한 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바다 : "우리의 토대와 기반이 취약하다는 말을 왜 하는지를 떠올려봤을 때, 결국은 시민의 힘이 중요할 텐데요, 많이 비교했던 예시가 뉴스타파였던 것 같아요. 뉴스타파라는 조직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이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소액이라도 후원하자는 마음이 모였기 때문이잖아요.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건 매체 하나가 아니라 가치라고 생각해요. 빠띠도 플랫폼을 같이 만들 시민들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공유해나가는 것이 목표예요. 시민사회 역시 비슷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란 : "시민의 돈으로 시민의 플랫폼을 만든다는 경험이 매우 귀한 것 같은데 아직 우리 사회에 그런 선례가 없어요. 시민이 주도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들 공감하시는데 그래서 돈도 필요하고 같이 활동해야 한다고 하면 각자의 사정 때문에 힘들어지는 거죠. 그걸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가 고민인 것 같아요,"

-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 정부에 맞는 협력 방식을 또 고민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우려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이 : "쉽게 말하자면 저희는 공론장을 시민주도 공론장과 기관 주도 공론장으로 나누는데요, 기관과 정부가 주도하면 제도적으로 다루니까 담당자가 답변을 해줄 순 있지만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요. 시민이 주도하면 다양한 이슈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고요.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른 것 같고 이 둘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정부가 한 쪽만 과대대표되다 보면, 우리의 상상력이 작아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어요."

도란 : "이번 정부는 '듣겠습니다, 말해보세요'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반갑고 기대가 돼요. 다만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기 보다는 소위 '나랏님'에게 달려가서 얘기하는 걸로 끝나게 될까 봐 걱정이 되는 측면도 있어요. 다양한 청원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숫자를 많이 받으면 관심을 받고 많이 못 받으면 사회적 합의에 다다르기조차 어려운 이런 분위기가 아쉬워요. 일상에서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만들어야 자치건 민주주의건 자라날 수 있거든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각자 앞으로 원하는 빠띠의 모습이 있나요?

도란 : "사람들이 쉴 때 유튜브 릴스나 넷플릭스 말고 빠띠를 보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다음 날 회사나 학교에 출근해서 '어제 빠띠에 올라간 거 봤어?' 이란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해봅니다."

제이 : "빠띠의 인지도가 올라가면 뛰어넘을 수 있는 한계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시민, 참여, 주도 같이 설명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들을 한 번 경험을 통해 느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결국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쓰면 좋겠다는 바람과 이어지네요."

바다 : "최근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트위터에서 업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화제가 됐잖아요? 트위터 말고 빠띠에 와서 대화를 나눠보셨으면(웃음). 빠띠 플랫폼에서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이용자거든요. 누구든지 와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고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에 대통령, 국회의원, 지역의원 같은 사람들이 와봤으면 좋겠어요.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실제로 시민들이 겪는 문제들을 들을 수 있는 창구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https://brunch.co.kr/@coolboy95)에도 실립니다.
#광장 #빠띠 #공론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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