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산다

[세종보 천막소식 456]까치와 해오라기의 조우

등록 2025.07.31 09:18수정 2025.07.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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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비로 인해 생겨난 작은 웅덩이의 지난 30일 아침은 평소와 달랐다. 검은댕기해오라기 한 마리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습지로 나타난 검은댕기해오라기는 깃털을 부풀리고, 목을 곧게 세웠다. 누가 봐도 화가 난 모습이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위협받고 있다는 신호였다.

위협의 대상은 까치들이었다. 열 마리가 넘었다. 사방에서 몰려든 까치들은 재빠르게 포위망을 형성했고, 머리 위를 선회하며 위협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당황한 듯 한 발짝 물러서며 이동했다. 까치는 검은댕기해오라기를 가만 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쫒아가면서 위협을 계속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몇 차례 반격을 시도하는 듯했지만, 방향을 틀어 도망쳤다.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까치의 완승이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작은 웅덩이에 물고기를 사냥하러 나타났을 것인데, 까치만큼 큰 새의 등장이 위협적으로 느껴진 까치가 협동으로 공격해서 쫒아낸 것이다. 검은댕기해오라기 역시 평범한 손님은 아니었다. 주로 갈대밭, 하천변, 논 습지와 같은 곳에 서식하며, 조용히 물고기나 개구리, 곤충을 사냥하는 종이다. 검은 댕기 깃털과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은밀한 움직임은 물가 생태계의 숨은 포식자다. 주로 야행성이지만, 번식기에는 낮에도 활동한다. 검은댕기해오라기의 출현은 습지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해오라기와 까치의 대치상황
해오라기와 까치의 대치상황 이경호

언뜻 보면 잔인한 장면일 수도 있다. 새 한 마리가 열댓 마리의 무리에 의해 쫓겨나는 모습은 약육강식의 황야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까치를 '성질 나쁜 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맹금류조차도 까치의 집단 공격 앞에선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건 까치들의 '협동 전략'이고, 생존의 방식이다.

까치들은 자신들의 둥지나 터전에 낯선 존재가 들어오는 순간, 곧바로 경계태세를 갖춘다. 그리고 한 마리의 경고가 떨어지면 주저 없이 모두가 달려든다. 그러나 평소 함께 살아가는 새들, 예컨대 참새나 알락할미새, 물총새 같은 이웃들과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나눈다. '우리 편'으로 인식된 새들과는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에겐 까치가 든든한 경비병이나 다름없다.

 까치가 모여 해오라기를 위협하는 모습
까치가 모여 해오라기를 위협하는 모습 이경호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등장도 까치에겐 일종의 '비상사태'였을 것이다. 예민하게 구축된 경계선 안에 낯선 존재가 들어온 것이다. 까치는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응수했다. 누군가 한 마리가 날아올랐고, 나머지들도 곧이어 합세했다. 경고음, 비행, 포위, 추격. 모두가 하나처럼 움직였을 것이다.

이 장면은 그저 자연 생태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까치를 '무법자'로만 본다. 시끄럽고, 싸우기 좋아하고, 성미가 까칠한 새. 하지만 오늘 그 까치들에게서 떠오른 건 다른 이미지였다. 낯선 위험 앞에 함께 힘을 모으고, 공동체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망설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건 이 땅의 어느 날, 내란의 위기 앞에 국회로 광장으로 나섰던 바로 그 장면과 닮아 있었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각자 흩어져 있던 존재들이 하나로 모여 저항하고, 지켜냈던 시간과 공동체를 기억한다. 그 힘은 협동에서 나왔고, 공존의 의지에서 비롯됐을 게다. 까치들도 그랬다. 자기만의 둥지를 지키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떼를 지어 날아올랐다.

까치를 다시 보게 된다. 단순히 '성질 나쁜 새'가 아니라, 공존과 연대를 몸으로 실천하는 생명. 오늘 천막농성장 옆 습지에서 목격한 이 결투는, 그래서 싸움이 아니라 '공동체의 본능'이었다. 황야의 무법자라 불리지만, 까치는 무법이 아니라 '질서의 감각'을 지닌 새다. 협동을 본능 삼아 살아가는 존재. 자연도 그렇게 살아간다. 사람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등장에 모두가 하나 되어 날아올랐던 까치들의 모습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이 파괴되고 물길이 막혔던 그날들에,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일어섰던 우리들과도 닮아 있다. 지금도 세종보 농성장을 지키며 다시 흐르는 강을 바라는 이들의 따로 또 같이 모여 연대하고 저항하는 환경활동가들이 있다.

우리는 각자 깃털을 부풀려 크기를 키우진 못해도, 함께 모여 위협에 맞선다. 성난 비판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삶터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까치는 협동을 통해 둥지를 지키고, 우리는 연대를 통해 강을 지킨다.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산다.

무법자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산다 위협의 대상은 까치들이 였다. 열 마리가 넘었다. 사방에서 몰려든 까치들은 재빠르게 포위망을 형성했고, 머리 위를 선회하며 위협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당황한 듯 한 발짝 물러서며 이동했다. 까치는 검은댕기해오라기를 가만 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쫒아가면서 위협을 계속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몇 차례 반격을 시도하는 듯했지만, 방향을 틀어 도망쳤다.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까치의 완승이었다. ⓒ 새와 사람의 이야기 / 새랑새






#천막농성장 #생명 #검은댕기해오라기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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