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치가 모여 해오라기를 위협하는 모습
이경호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등장도 까치에겐 일종의 '비상사태'였을 것이다. 예민하게 구축된 경계선 안에 낯선 존재가 들어온 것이다. 까치는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응수했다. 누군가 한 마리가 날아올랐고, 나머지들도 곧이어 합세했다. 경고음, 비행, 포위, 추격. 모두가 하나처럼 움직였을 것이다.
이 장면은 그저 자연 생태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까치를 '무법자'로만 본다. 시끄럽고, 싸우기 좋아하고, 성미가 까칠한 새. 하지만 오늘 그 까치들에게서 떠오른 건 다른 이미지였다. 낯선 위험 앞에 함께 힘을 모으고, 공동체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망설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건 이 땅의 어느 날, 내란의 위기 앞에 국회로 광장으로 나섰던 바로 그 장면과 닮아 있었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각자 흩어져 있던 존재들이 하나로 모여 저항하고, 지켜냈던 시간과 공동체를 기억한다. 그 힘은 협동에서 나왔고, 공존의 의지에서 비롯됐을 게다. 까치들도 그랬다. 자기만의 둥지를 지키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떼를 지어 날아올랐다.
까치를 다시 보게 된다. 단순히 '성질 나쁜 새'가 아니라, 공존과 연대를 몸으로 실천하는 생명. 오늘 천막농성장 옆 습지에서 목격한 이 결투는, 그래서 싸움이 아니라 '공동체의 본능'이었다. 황야의 무법자라 불리지만, 까치는 무법이 아니라 '질서의 감각'을 지닌 새다. 협동을 본능 삼아 살아가는 존재. 자연도 그렇게 살아간다. 사람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등장에 모두가 하나 되어 날아올랐던 까치들의 모습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이 파괴되고 물길이 막혔던 그날들에,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일어섰던 우리들과도 닮아 있다. 지금도 세종보 농성장을 지키며 다시 흐르는 강을 바라는 이들의 따로 또 같이 모여 연대하고 저항하는 환경활동가들이 있다.
우리는 각자 깃털을 부풀려 크기를 키우진 못해도, 함께 모여 위협에 맞선다. 성난 비판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삶터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까치는 협동을 통해 둥지를 지키고, 우리는 연대를 통해 강을 지킨다.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산다.
▲ 무법자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산다 위협의 대상은 까치들이 였다. 열 마리가 넘었다. 사방에서 몰려든 까치들은 재빠르게 포위망을 형성했고, 머리 위를 선회하며 위협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당황한 듯 한 발짝 물러서며 이동했다. 까치는 검은댕기해오라기를 가만 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쫒아가면서 위협을 계속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몇 차례 반격을 시도하는 듯했지만, 방향을 틀어 도망쳤다.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까치의 완승이었다. ⓒ 새와 사람의 이야기 / 새랑새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