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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까지 다시 본 포르투갈의 건축양식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에 가다(25)] 포르투 3

등록 2025.07.31 15:44수정 2025.08.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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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광장 주변의 건축양식을 살펴보다

 포르투 시청
포르투 시청 이상기

포르투와 포르투갈을 떠나는 날 아침 비가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 시청에서 답사를 시작한다. 포르투 시청은 1920년 지어지기 시작해 1957년 입주할 정도로 건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좌우대칭의 신고전주의와 내외부 장식이 화려한 바로크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건물 가운데 180개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70m 높이의 시계탑이 매시 시간을 알려준다. 시청 앞으로 자유광장이 있고, 그곳에 1886년 만들어진 페드루 4세 기마상이 세워져 있다. 페드루 4세(1798~1834)는 자유주의자 국부(國父) 군인왕으로 불리며, 1822년 브라질 초대 황제를 지내기도 했다.


자유광장 근처에는 세기전환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의 건축을 볼 수 있다. 재료에서는 철, 유리, 도자기, 심지어는 콘크리트 같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했다. 장식에 있어서도 식물과 꽃 문양을 즐겨 사용했다. 그들이 추구한 것은 전통적인 순수예술보다는 현대적인 응용예술이었다. 건축과 가구 그리고 예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예술작품(Gesamtkunstwerk)을 추구했다. 포르투갈에서는 1905년부터 1920년 사이 리스보아, 포르투, 아베이루의 신흥 부르조아 계급이 프랑스로부터 아르누보 건축을 받아들였다.

 아르누보 양식의 맥도날드 포르투점
아르누보 양식의 맥도날드 포르투점 이상기

포르투에서는 렐루 서점(Livraria Lello), 카페 마제스틱(Café Majestic), 맥도날드 건물이 유명하다. 맥도날드 포르투점은 자유광장에서 멀지 않아 먼저 들리게 되었다. 이곳은 건물 정면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림 장식부터 현대적이고 화려하다. '맛있는 햄버거(Hambúrgues Saborosos)'라는 글씨도 아르누보 느낌이다. 상 벤투역의 창과 그림들에서도 아르누보 양식을 볼 수 있다. 철로 사각형 창틀을 만들고 그 안에 유리를 끼워 빛이 한껏 들어오게 만들었다. 벽의 그림 역시 꽃과 식물을 기하학적으로 변형해 표현했다. 선로로 나가는 출구(Saida)에서 내부를 바라보면 아르누보 양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렐루 서점에서 아르누보 양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다

 렐루 서점
렐루 서점 이상기

렐루 서점은 입장료 10€를 받을 정도로 유명한 서점이다. 아침 일찍 갔는데도 줄이 길게 서 있다.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려야만 한다. 그 때문에 오히려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으로 유명한 렐루 서점의 외관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렐루 서점은 마누엘 양식, 아르누보 양식, 아르 데코 양식이 결합된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외관은 마누엘 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신 마누엘 양식이다. 3층에 해당하는 정면 옥상의 화려한 장식이 그것을 보여준다. 건물 외벽은 아르누보 양식으로 조각하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조각과 그림은 꽃과 식물 문양을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게 또는 복잡하게 표현했다.

1층 상단 유리에는 샤드롱 서점(Livraria Chardron), 2층 하단 벽에는 렐루와 이르망(Lello & Irmão)이라는 아르누보풍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렐루 서점은 1869년 프랑스인 샤드롱이 클레리구스 거리에 국제서점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1882년 부르주아 지식인 집안의 렐루 형제가 렐루와 이르망이라는 이름의 서점을 열었다. 1894년 이들 형제는 그동안 여러 개 서점을 인수해 운영 중인 샤르동 서점을 매입하게 된다. 그리고 카르멜리타스 거리에 서점을 신축하고 1906년 렐루서점을 개관하게 되었다.


 '노동에 전념하라'는 뜻을 지닌 스테인드글라스(아르누보 양식)
'노동에 전념하라'는 뜻을 지닌 스테인드글라스(아르누보 양식) 이상기

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양식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천정에 그려진 글씨와 그림이다. 꽃문양과 십자가 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속에 '노동에 전념하라(Decus in Labore)'는 문구가 보인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붉은 바닥의 계단도 인상적이다.

기능성과 예술성을 강조한 목재 난간이 2층으로 올라가면서 양쪽으로 갈라진다. 계단의 아래쪽에는 아르누보 양식의 황금색 조각이 화려함을 더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영역이 둘로 나눠지는데, 한쪽이 과학이고 다른 한쪽이 예술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현대작가 주세 사라마구 광고판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현대작가 주세 사라마구 광고판 이상기

그리고 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작품이 전 영역에 걸쳐 진열되어 있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카몽이스, 페소아, 사라마구(José Saramago)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카몽이스는 대항해시대를 살다 간 포르투갈 대표 시인이다. 페소아는 20세기 초를 살다 간 포르투갈 현대 시인이다. 사라마구는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우리 시대 시인이다.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등을 진열한 코너를 볼 수 있다.

 렐루 서점 내부 계단
렐루 서점 내부 계단 이상기

2006년 렐루 서점은 에스파냐의 유명작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2015년부터는 방문객이 너무 많아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 대신 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입장료를 되돌려준다. 그것은 방문객을 독자로 만들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2018년 건물에 대한 보존과 수리 작업이 이루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잠시 문을 닫았을 때도 렐루 서점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책을 판매했다고 한다. 현재도 매일 수천 명이 렐루 서점을 찾고 있다.

카르무 성당을 들어가고 올라가고

 카르무 성당: 벽에 아줄레주가 보인다.
카르무 성당: 벽에 아줄레주가 보인다. 이상기

포르투갈에는 다른 나라보다 카르멜 수도원과 성당이 많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카르멜 수도회는 선지자 엘리야가 거주했던 카르멜산에서 처음 생겨나 1226년 교황 호노리오 3세에 의해 승인되었다. 이 수도회가 이슬람 세력의 탄압을 받으며 서방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16세기 후반에는 에스파냐에서 아빌라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에 의해 맨발의 카르멜 수도회가 만들어졌고, 1593년 교황 클레멘스 8세의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1612년 포르투갈에 맨발의 카르멜 수도회 포르투갈 관구가 설립되었다.

포르투에 맨발의 카르멜 수녀회(Carmelite) 성당이 생긴 것은 1628년이다. 경당, 제단과 성화, 내부 장식까지 완료된 것은 1650년이다. 그리고 카르멜 수도회(Carmo) 성당이 수녀회 성당 오른쪽에 1756년부터 1758년 사이 바로크 양식으로 세워졌다. 그런데 당시에는 두 성당이 붙어서 세워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 사이에 폭 1.5m의 숨겨진 집(Casa Escondida)이 만들어졌다. 카르멜 수도회는 그동안 폐쇄적이었으나, 카르멜 수도원의 유산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3.5€의 입장료를 받고 수도원을 개방하고 있다.

 십자가를 진 예수상: 살아있는 듯하다.
십자가를 진 예수상: 살아있는 듯하다. 이상기

이를 통해 카르무 성당, 경당, 카타콤, 수도실, 성구실, 식당, 도서관 등을 둘러보고 성당 2층 지붕 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성당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십자가를 진 예수상이다. 그 예수상을 정면에서도 볼 수 있고, 2층으로 올라가 뒷면에서도 볼 수 있다. 정면의 제대는 로코코 양식으로 화려하게 치장했다. 벽에 그려진 성화에는 성모자상, 성가족, 성모의 어머니 안나의 모습이 보인다. 카타콤에서는 이곳에 묻힌 신자들의 유골을 볼 수 있다. 성구실에서는 18세기 만들어진 목재 기도함이 인상적이다. 세 부분으로 분리되어 가운데 성모자상이 새겨져 있고, 양쪽으로 선지자 엘리야와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가 양각되어 있다. 성체현시대도 화려한 모습이다.

 성구실의 목재 기도함
성구실의 목재 기도함 이상기

그리고 주교 흉상과 제의, 고해성사실 등도 볼 수 있다. 도서관에는 서가에 책이 진열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성직자와 수도원을 후원한 귀족의 초상화도 걸려 있다. 성당 2층 외벽에는 다양한 모습의 십자가가 걸려 있다. 성당 지붕으로 올라가서는 건너편 포르투 대학교 건물을 살펴볼 수 있다. 수도원 내부 곳곳에는 성인들의 조각상도 세워져 있다.

카르무 성당을 나오니 날씨가 맑아졌다. 마지막으로 성당 옆면 벽에 그려진 대형 아줄레주를 살펴본다. 카르멜산에서 카르멜 수도회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푸른색 타일로 표현했다고 한다. 시간 여유가 조금 있어 포르투갈의 명물 나타에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포르투 여행을 마무리한다. 이제 포르투 비행장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덧붙이는 글 포르투 비행장은 카르무 성당에서 북서쪽으로 11㎞ 떨어져 있다.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를 떠나며 날씨가 좋아져 포르투 시내를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도루강에 놓인 다리와 북쪽 포르투 역사지구, 남쪽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포르투에서 이스탄불까지 비행하는 데 4시간 35분이 걸렸다. 2시간 후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 환승해 다시 10시간을 비행했다. 전날 오후 4시 15분 포르투 공항을 떠나 다음 날 오후 6시 2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포르투갈 여행기 연재를 25회로 마감한다.
#포르투 #자유광장 #아르누보건축 #렐루서점 #카르무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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