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온전한 내란 심판 가능합니다"

[인터뷰] 국가보안법 피해자 박미자 선생을 만나다

등록 2025.07.31 09:42수정 2025.07.3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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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오후 3시 서울 을지로입구에서 열린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 현장에서 만난 박미자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운동 시민연대 대표
지난 19일 오후 3시 서울 을지로입구에서 열린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 현장에서 만난 박미자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운동 시민연대 대표 김래곤

- 2024년 12월 3일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방송을 들었습니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을 운운하며 종북 세력 척결을 외치던 그 목소리는, 바로 국가보안법을 무기로 삼은 내란 선언이었습니다. 한 시민으로서 너무나 참담했습니다. 전화 한 통을 받고 급히 집을 나와 남편과 함께 국회 앞으로 향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를 지키고 있었고, 저는 그 물결 속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 국가보안법은 어떤 법이고, 왜 폐지를 주장하시는 건가요?

"국가보안법은 1948년에 제정된 법으로,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한 악법입니다. 독재 정권이 이 법을 이용해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탄압했고, 지금도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7조 1항(고무·찬양)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한 자, 혹은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7조 5항(이적 표현물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정을 알면서' 문서·도화 등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배포·판매하거나 취득한 자는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비한 자, 음모한 자, 미수자도 처벌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범위가 매우 넓으며,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목적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누구든지 처벌할 수 있습니다. '찬양', '고무', '이적 표현물 소지' 등은 그 기준이 모호하고 광범위하여, 표현의 자유는 물론 학문과 사상의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민주주의는 온전히 설 수 없으며, 이 법은 정치적 반대자를 처벌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왜 내란 심판 과정에서 '내란 세력의 무기'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논의하지 않는 걸까요?"

- 선생님께서 국가보안법 피해자라고 하셨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요?


"저는 30년 넘게 중학교 국어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쳐왔습니다. 2000년대 초 남북 교육자 교류 사업에 합법적으로 참여했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고 기소되었습니다. 8년 동안 재판을 받았고, 결국 '이적 표현물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파면당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몇 권의 책과 수첩 때문에 교단을 떠나야 했고, 연금도 박탈당했습니다.

아이들과 헤어지던 마지막 날, 눈물을 글썽이는 동료 교사들, 수업 시간에 저를 붙잡고 울던 아이들을 보며 너무도 미안했습니다. 억울함과 분노보다 더 큰 슬픔이 하염 없이 밀려와 여러 날을 울었습니다."


- 국가보안법은 선생님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국가보안법은 개인의 인권과 행위의 목적을 따져보기도 전에,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하고 공동체에서 추방합니다. 그리고 협박합니다. '이 사람을 좋아하는가?', '이 사람의 생각에 동조하는가?' 심지어 가족과 친지의 보살핌조차 '편의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처벌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 전반에 협박과 공포를 내면화하여, 논리적 판단이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저는 교사로서의 삶, 아이들과의 시간,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책과 메모지를 돌려받았을 때, '단지 책 몇 권 때문에 모든 걸 잃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더 이상 억울함보다는 깊은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이 악법은 개인의 삶을 짓밟고,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도구입니다."

- 현재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움직임은 어떤 상황인가요?

"지난 1일, 1203명의 피해자와 100여 개 시민단체가 '국가보안법 폐지 선언'을 발표하고 입법청원 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저 역시 7월 19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현장에서 입법청원 명함 1만 장을 배포했습니다. 현재 동의 인원은 5,300명 정도로 부족하지만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5만 명을 달성할 것입니다."

- "국가보안법이 내란세력의 무기"라는 표현이 강하게 와닿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2024년 12월 3일 내란 시도에서 보았듯, 권력을 쥔 내란 세력은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처단하려 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이들을 오히려 역적으로 모는 무기가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 정의를 유린하고 인권을 짓밟는 이 법을 없애지 않고서는, 진정한 내란 심판은 불가능합니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실 계획이신가요?

"5만 입법청원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이 악법의 본질을 알리고자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단지 일부 활동가나 표현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국민의 인권과 사상의 자유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국가보안법은 헌법 위의 악법입니다. 이 법을 그대로 둔다면 민주주의도, 평화도, 통일도 불가능합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교사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싸우는 이유입니다.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이려면,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국갑보안법폐지 #박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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