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혼자서, 자유롭게"... 서른넷 그녀의 당당한 첫걸음

방미라씨, 23년간의 시설 생활 뒤 새로운 자립의 길로

등록 2025.07.31 09:54수정 2025.07.31 09:54
0
원고료로 응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탈시설 한 34세 방미라씨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탈시설 한 34세 방미라씨 최미향

"치킨이랑 피자도 좋아하는데, 다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밝게 웃으며 소감을 전한 방미라(34세, 여)씨는 이날, 23년의 시설생활을 뒤로하고 '혼자 사는 삶'을 시작한 자립주택의 주인공이 되었다.

미라씨는 충남 태안 출생으로 12세 무렵, 사촌오빠의 의뢰로 서림복지원 단기보호시설에 입소해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단기보호에서 14년, 서림복지원에서 9년 7개월간 지내며 삶의 대부분을 시설에서 보냈다.

지난 7월 15일 자립한 이후 보름간의 생활을 마친 7월 30일, 서산시 자립주택에서 장애인지역사회자립지원 시범사업 5호 입주식이 서산시의 한 빌라에서 열렸다. 자립의 첫 단추를 꿰는 이 날, 미라 씨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상과 만났다.

"친구들이 오거든요. 외롭지 않아요"

미라 씨는 심한 지적장애가 있지만, 자립생활에 대한 의지가 매우 뚜렷하다.

"활동지원사님이랑 같이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습관이 돼서 괜찮아요. 외롭지 않아요."


밝은 표정으로 전한 미라씨의 이 말에는 스스로의 삶을 향한 기대와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미라씨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방 모습
미라씨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방 모습 최미향

그녀가 새롭게 입주한 집은 흰색, 블루, 라이트그레이가 어우러진 깔끔한 인테리어로 꾸며졌으며, 방염 커튼, 방범창, 출입구 CCTV 설치까지 안전도 세심하게 고려됐다. 또한, 1일 1회 이상 탄력순찰 의뢰, 실종 예방을 위한 지문 등록 등 복합적인 안전망이 마련되어 있다.


자립 주택을 채운 가구와 가전제품, 생필품은 충남사회서비스원 장애인지역사회자립지원 시범사업단, 수석동 행정복지센터와 서산시 IL센터 및 다양한 민간단체들, 그리고 입주청소는 서산시자원봉사센터, 도배 교체는 어울림봉사단 등 지역 자원 연계 협찬으로 마련됐다.

그중에서도 미라씨가 가장 아끼는 공간은 화장대.

"스킨로션 바르고, 예쁘게 단장하고 싶어요."

이 작은 바람이 그녀에게 자립이 얼마나 소중한 변화인지를 보여준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미라씨
인사말을 하고 있는 미라씨 최미향

자립에 큰 힘이 되는 사람들

비록 아버지는 작고하셨고 어머니는 서울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지만, 미라씨에게는 늘 곁을 지켜준 사람이 있다. 바로 사촌오빠 부부다. 태안에 거주하며 매달 안부를 챙기고, 명절이면 늘 함께 지냈다.

"미라의 자립생활을 적극 응원하며, 필요한 지원은 계속하겠다"며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라씨는 보호작업장에서 장갑 제조 업무에 종사 중이며, 출퇴근 준비나 식사, 목욕 등 일상생활은 전적으로 스스로 가능하다. 신체활동 수준도 높고, 손톱 손질이나 위생관리도 스스로 잘 해낸다.

물론 돈 계산이나 경제관리 능력은 부족하지만, 휴대전화로 간단한 문자도 가능하고, 약속이나 시간을 정확히 기억할 만큼 인지기능도 뚜렷하다.

필요한 일이 생기면 주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태도도 자립생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포스트잇에 적힌 축하 메시지
포스트잇에 적힌 축하 메시지 최미향

자립은 끝이 아닌 시작

입주식 날, 함께했던 선생님들과 친구들은 작은 포스트잇에 진심 어린 환영과 축하 메시지를 써 미라씨를 응원했다.

"자유와 전기세는 함께 옵니다", "청소가 제일 싫을 거예요",
"미라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즐거운 날만 가득하길" "우리 친구, 드디어 자유를 얻었네!"

미라씨는 앞으로도 일상생활을 돕는 가사활동 서비스, 경제적 지원, 사회적 관계 형성 기회를 희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혼자서도 안전하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분들(오른쪽 첫 번째 임태성 원장)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분들(오른쪽 첫 번째 임태성 원장) 최미향

서림케어드림 임태성 원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며 "자립대상자가 자립하려면 모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23년간의 시설생활, 그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멈춰있던 세월이었지만, 이제 방미라씨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시간이 됐다. 혼자라는 사실이 외롭지 않도록, 자유롭지만 위태롭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보며 따뜻한 연대와 응원이 절실하다.

아래는 "자립은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충남사회서비스원 김영옥 원장의 인터뷰다.

 김영옥 원장(충남사회서비스원)
김영옥 원장(충남사회서비스원) 최미향

- 자립을 결심한 방미라 님과 어떤 준비를 함께 하셨나요?

"가장 먼저 한 일은 미라 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이었습니다. 그분이 어떤 삶을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데 집중했죠.

충남사회서비스원은 욕구 파악을 바탕으로 주택 마련, 금전관리, 돌봄서비스, 직업활동 등 미라 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자립계획을 세웠습니다.

이후에도 단지 독립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일일 모니터링, 정기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립생활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 '내 집'에서의 삶이 장애인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미라 님이 '자립하면 미역국 끓이는 법을 꼭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그 말이 정말 오래 남았습니다.

시설에선 정해진 식단과 시간에 맞춰 살아가지만, 자립 이후에는 원하는 시간에 밥을 짓고, 스스로 하루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그 자유는 단순한 생활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선택권과 존엄성 회복이라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자립은 단지 집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 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 나아지는 데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변화입니다. 장애를 가진 분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해요.

특히, 한 사람의 자립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이웃과 지역사회, 정책과 제도의 손길이 함께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충남사회서비스원은 앞으로도 포용적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삶이, 누군가에겐 아주 간절한 꿈일 수 있습니다. 오늘 방미라 님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자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더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응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분들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분들 최미향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와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장애인자립 #탈시설 #방미라 #충남사회서비스원 #지역사회권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동훈이 부산 북갑에서 당선된 결정적 이유 3가지 한동훈이 부산 북갑에서 당선된 결정적 이유 3가지
  2. 2 한동훈 당선 확정에 지지자들 '울컥'... "장동혁 죽었어 이제!" 한동훈 당선 확정에 지지자들 '울컥'... "장동혁 죽었어 이제!"
  3. 3 전북 불 끄다가 서울 내준 민주당... 웃을 수 없는 승리 전북 불 끄다가 서울 내준 민주당... 웃을 수 없는 승리
  4. 4 대구에 보내는 김부겸의 작별 인사 "제 개인의 패배, 대구 시민 패배 아냐" 대구에 보내는 김부겸의 작별 인사 "제 개인의 패배, 대구 시민 패배 아냐"
  5. 5 파업하는 급식 노동자들에게 아이들이 건넨 말, 세상이 변했다 파업하는 급식 노동자들에게 아이들이 건넨 말, 세상이 변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