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l_v_razvan on Unsplash
2025년의 여름, 우리는 또다시 익숙한 뉴스에 둘러싸였다. "특별재난지역 지정", "비닐하우스 침수", "도심 폭염경보", 그리고 "산불"...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찾아오고, 도시는 뜨거워지고, 산은 타버리고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는 정말 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국토의 63%는 산지다. 강수량의 63%, 태양에너지의 63%가 이 산에 떨어진다. 그 물이 산에서 머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하수로 스며들고, 하천의 유량을 안정시키며,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완화한다. 물이 있는 산은 열도 흡수해 준다. 열을 저장하고, 천천히 내보내며, 폭염을 완충하고, 산불을 예방하는 천연 방열 장치가 된다. 이처럼 산은 자연의 댐이자, 열의 배터리다.
물 1kg이 증발할 때 흡수하는 열은 약 700Wh로, 이는 에어컨을 1시간 동안 켰을 때 소비되는 전기량과 같다. 물이 있는 곳은 스스로 열을 빨아들이는 자연형 냉각장치다. 반대로, 물이 없는 사막은 그 열을 품지 못해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급격히 식는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석빙고를 만들고, 우물물을 통해 여름에는 시원함을, 겨울에는 따뜻함을 얻었다. 즉, 물은 열을 흡수하고 저장해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따라서 물을 저장하면 물문제 (홍수, 가뭄 등) 와 열문제 (폭염, 산불 등) 를 풀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
산림정책, 나무만으로 충분한가?
지금까지의 산림정책은 주로 나무 중심이었다. 어떤 수종을 심고, 얼마나 자라며,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핵심이었다. 물론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훌륭한 자연의 탄소 포집장치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단순한 탄소 저감만으로는 폭염과 가뭄, 홍수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산을 '물과 열의 조절 시스템'으로 보고, 물이 머무르고, 열이 분산되는 산림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산에 물을 모아두면 열을 저장하고 산불을 예방하며, 도시로 흐르는 열기를 완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산에 임도를 뚫고, 배수를 촉진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낙엽과 이끼층을 유지하고, 빗물이 고일 수 있는 습지와 물모이를 촘촘히 만들며, 산지에서 물이 천천히 스며들고 머무르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런 산은 자연히 기온도 낮추고, 그 안에서 나무도 잘 자라며, 동물들도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출발점이 된다. 탄소 흡수만 외치는 산림정책은 반쪽짜리다. 이제는 물과 열의 조절을 함께 고려한 산림경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기후적응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쉽고 빠르게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산에 물을 머무르게 하면, 열이 조절되고, 그 위에 나무도 자라고, 사람도 살아난다.
우리는 거대한 기후재난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산에, 그 촉촉함 속에 숨어 있다. 이제는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서, 물을 저장하고, 열을 조절하며, 산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산이 촉촉하면, 나라가 시원해지고, 삶이 안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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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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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시대의 산림정책, 이제는 물과 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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